2022/07 11

책속으로 - 남해의 고독한 성자

책속으로 - 남해의 고독한 성자 만중은 만기 형과 어머니 윤 부인이 다 함께 외갓집에 살게 되자 나름대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일가친척이 번다한 집안이므로 상사가 자주 일어나 집안이 어수선했다. 만중 4세 때 조부 참판공 김반이 타계했다. 윤 부인에게는 시아버지였다. 참판공은 병자호란이 끝난 직후 만중의 숙부와 함께 강화도에 달려가서 서 부인과 만중의 부친 생원공 김익겸을 애도했다. 황망 중에 시신을 서둘러 수습하여 청라로 가서 임시로 묻고 오지 않았던가. 참혹한 전란에 다행히 살아남기는 했어도 전란의 후유증은 이렇듯 심각했다. 9월에 회덕 정만리에 참판공을 장사 지내고 강화도 함락 당시 자결한 서 부인을 옮기어 한 자리에 같이 모셨다. 만중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사후에 비로소 다시 만난 것이다. 만중..

카테고리 없음 2022.07.31

[허연의 책과 지성] 신은 인간의 행복을 바랐을까?매일경제/변문원퍼옴

[허연의 책과 지성] 신은 인간의 행복을 바랐을까? 입력2022.07.23. 오전 12:08 앙드레 지드 (1869~1951)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야기는 왜 아름답지 못했나?" 거대한 질문 던지며 딜레마에 도전한 프랑스 대문호 훌륭한 고전은 결국 훌륭한 질문이다. 그래서일까. 훌륭한 문학은 늘 딜레마에 도전한다. 요즘 책을 읽으며 자주 드는 생각이다. 앙드레 지드를 보자. 194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카뮈와 사르트르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그는 문학을 통해 딜레마에 도전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 '좁은 문'은 인간의 딜레마가 되어버린 기독교적 이원론을 정면으로 다룬다. 근대 이전 기독교는 정신과 육체, 즉 이성과 본능이 공존하는 길을 알려주는 데 인색했다. 기독교적 이원론의 입장에서 보면 이성적 성숙..

카테고리 없음 2022.07.24

행운의 네 잎 클로버

행운의 네 잎 클로버 삼복 염천에 하루 두 가지 볼일은 버겁다. 버거운 줄 알면서 억지로 두 가지 일을 벌인 건 아니다. 오전 내내 이제나 저제나 새로 출간한 내 책 오기를 고대했다. 15일이 20일이 되고, 다시 22일 금요일이었다. 오전에 봉투는 왔는데 책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제본소 기계가 고장났다고 했으니 오늘도 아닌가보다. 나는 목동에 갈 준비를 서둘렀다. 13시 15분 집을 나섰다. 무덥고 찌는 날씨였다. 남쪽 지역에 비가 내리는가, 그나마 바람결이 위로였다. 지하철은 웬 사람이 이리 많은가. 앉을 자리는 고사하고 설 자리도 마땅치 않다. 지하철이 피서 열차처럼 붐볐다. 종로 3가역에서 내려 한 참 걸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5호선으로 환승한다. 5호선도 초만원이다. 피서 열차가 맞는..

카테고리 없음 2022.07.23

[주역] 유가의 사상인가 도가의 사상인가.

제 목 :「주역」 유가의 사상인가 도가의 사상인가/陳敲應/최진석·김갑수·이석명 옮김/변문원정리 목차 〔1〕서문 〔2〕유가사상과 도가사상의 차이점 1) 유가의 중심사상 2) 단전과 노장 〔3〕단전의 도가적 사유방식 1) 단전의 만물생성론 2) 장자의 헌행의 법칙 3) 時와 中의 의미 4) 尙剛 尙陽 〔4〕상전과 문언전에 나타난 도가적 사유방식 1) 상전의 학파적 성격 2) 상전의 도가고유의 사유방식 3) 문언전의 도가적 경향 〔5〕계사전과 직하 도가 1) 계사전에 나타난 노자의 자연관 2) 계사전에서의 장자사상 3) 계사전은 직하 도가의 저작 4) 역전과 초학 그리고 제학 〔6〕백서 계사전과 도가 전본 1) 백서 계사전과 현행본 계사전 2) 백서 계사전과 백서 황제사경 3) 계사전의 도론과 태극설 4) 백..

카테고리 없음 2022.07.16

[목멱칼럼]21세기 이완용은 누구인가송길호 /변문원 퍼옴

[목멱칼럼]21세기 이완용은 누구인가 송길호 입력 2022.07.15. 06:15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정치인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정말 자기중심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국민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일부 집단의 잘못된 생각도 “표만 된다면 그 논리가 옳다”는 식입니다. 일부 정치인들의 여의도 중심 논리를 듣다보면 국민을 위해 무엇이 당연한지, 당연해야하는지는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로지 득표 중심으로 쓰여진 ‘여의도문법’이 여의도를 지배하고, 대한민국을 다스립니다. 그 논리가 국민을 외면한 그들만의 문법일지라도 그들은 그 문법이 맞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제라도 ‘다수의 국민상식 중심’으로 여의도 문법이 다시 써져야 하지 않을까요? 패기있게 나라를 바..

카테고리 없음 2022.07.15

병이 날 것 같아

병이 날 것 같아 초저녁 잠이 많은 나의 일상은 자정을 지나 25시 26시에 잠자리에 드는 걸로 변경된지 오래다. 게다가 한 밤이라야 마음이 잔잔해져서 독서에는 쾌적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날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것처럼 허무했다. 쓰기 보다 읽고 싶은 게 더 많았고, 아무것도 읽지 않고 지낸 날은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글을 쓰다가 문장이 잘 안 풀리면 평소에 바쁜 핑계 대고 제쳐둔, 내가 구매한 책이든, 나에게 저절로 와 준 타인의 책을 읽는다. 빵값에도 못 미치는 원고료에 목을 맨 처절한 글쓰기를 마치면, 나는 나무와 풀꽃으로 둘러싸인 산촌에 들어가 죽음 직전 까지 하고 싶은 공부, 읽고 싶은 책이 따로 있다. 누가 내 목을 매어 준게 아니고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얽매이게 된 세월이..

카테고리 없음 2022.07.12

백화점에 갔다

백화점에 갔다. 며칠 전 백화점에서 전화가 왔다. 카드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카드를 재 발급해 드리겠다. 카드를 우편으로 받겠느냐, 아니면 백화점을 방문할 것이냐고 물었다. 바로 전날은 코로나19 이후 거의 발길을 끊은 것과 마찬가지인 매장에서 세일 행사를 알려왔다. 세일 행사때는 당연히 백화점 인근에 사는 여인들이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단체로 몰려갔다. 걸어서 10분 정도면 백화점엘 갈 수있었다. 백화점이 집 가까운 데 있어 이웃들과 오며 가며 놀이터처럼 자주 들렸다. 살림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백화점의 우아한 환경을 누렸다. 매번 홀린듯이 옷을 사는것은 재은이 엄마였고 성격이 화끈, 쾌활한데다 옷을 사서 기분이 좋은 그녀가 밥을 사곤 했다. 사람들은 옷 샘이 많은가. 평소에 눈여..

카테고리 없음 2022.07.05

책의 정원. 초정리 샘터책방/세계일보/변문원 퍼옴

변광섭 교수 "마을은 콘텐츠.. 지역의 자원이자 희망" 윤교근 입력 2022.07.04. 20:08 아버지가 지은 고향집 새단장 책 2만권·미술작품 200점 비치 우물·기왓장.. 신복고 정신 담아 이어령 추모 등 열린 공간으로 "공간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져"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집니다. 마을은 콘텐츠이고, 지역의 자원이면서 희망입니다.” 변광섭(57·사진) 청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는 4일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본논리에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충북 청주시 초정약수 마을에서 만난 변 교수는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한 뒤, 자신의 최근 활동을 조심스럽지만 강하게 설명했다. 그는 ‘책의 정원, 초정리 샘터책방’의 방장이자 문화기..

카테고리 없음 2022.07.04

[중앙시평] 고인돌이 즐비한 도시/중앙일보/변문원퍼옴

[중앙시평] 고인돌이 즐비한 도시 “서재를 만들어주세요.” 꽤 오래 전 내게 주택 설계를 의뢰했던 건축주의 요청이었다. 서재는 중년 남성의 공간적 로망이다. 실제로 거기 들어가 책 읽고 공부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눈앞에서 얼쩡거려도 혼나고, 안 보이면 더 혼난다는 중년 남편의 도피처일 수 있다. 그러나 일상 대화 속의 ‘내 서재’라는 단어는 그가 이룬 성취의 과시일 것이다. 우리는 그걸 과시적 공간이라고 불러야 하겠다.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지적한 저 ‘과시적 소비’는 내밀한 집단심리를 어찌 그리 적확히 짚어낸 것인지 여전히 감탄스럽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잉여소비. 그 과시의 출발점은 몸이겠다. 중국 전통 풍속화를 잘 들여다보면 관리들의 배가 불룩하다. 궁핍하던 시..

카테고리 없음 202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