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 - 남해의 고독한 성자 만중은 만기 형과 어머니 윤 부인이 다 함께 외갓집에 살게 되자 나름대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일가친척이 번다한 집안이므로 상사가 자주 일어나 집안이 어수선했다. 만중 4세 때 조부 참판공 김반이 타계했다. 윤 부인에게는 시아버지였다. 참판공은 병자호란이 끝난 직후 만중의 숙부와 함께 강화도에 달려가서 서 부인과 만중의 부친 생원공 김익겸을 애도했다. 황망 중에 시신을 서둘러 수습하여 청라로 가서 임시로 묻고 오지 않았던가. 참혹한 전란에 다행히 살아남기는 했어도 전란의 후유증은 이렇듯 심각했다. 9월에 회덕 정만리에 참판공을 장사 지내고 강화도 함락 당시 자결한 서 부인을 옮기어 한 자리에 같이 모셨다. 만중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사후에 비로소 다시 만난 것이다. 만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