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고인돌이 즐비한 도시 “서재를 만들어주세요.” 꽤 오래 전 내게 주택 설계를 의뢰했던 건축주의 요청이었다. 서재는 중년 남성의 공간적 로망이다. 실제로 거기 들어가 책 읽고 공부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눈앞에서 얼쩡거려도 혼나고, 안 보이면 더 혼난다는 중년 남편의 도피처일 수 있다. 그러나 일상 대화 속의 ‘내 서재’라는 단어는 그가 이룬 성취의 과시일 것이다. 우리는 그걸 과시적 공간이라고 불러야 하겠다.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지적한 저 ‘과시적 소비’는 내밀한 집단심리를 어찌 그리 적확히 짚어낸 것인지 여전히 감탄스럽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잉여소비. 그 과시의 출발점은 몸이겠다. 중국 전통 풍속화를 잘 들여다보면 관리들의 배가 불룩하다. 궁핍하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