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날 것 같아 초저녁 잠이 많은 나의 일상은 자정을 지나 25시 26시에 잠자리에 드는 걸로 변경된지 오래다. 게다가 한 밤이라야 마음이 잔잔해져서 독서에는 쾌적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날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것처럼 허무했다. 쓰기 보다 읽고 싶은 게 더 많았고, 아무것도 읽지 않고 지낸 날은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글을 쓰다가 문장이 잘 안 풀리면 평소에 바쁜 핑계 대고 제쳐둔, 내가 구매한 책이든, 나에게 저절로 와 준 타인의 책을 읽는다. 빵값에도 못 미치는 원고료에 목을 맨 처절한 글쓰기를 마치면, 나는 나무와 풀꽃으로 둘러싸인 산촌에 들어가 죽음 직전 까지 하고 싶은 공부, 읽고 싶은 책이 따로 있다. 누가 내 목을 매어 준게 아니고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얽매이게 된 세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