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7

요 며칠

요 며칠 요 며칠 비가 시원스럽게 주룩주룩 잘 내리지 않으면서 바람은 무척 사납게 불어쳤다. 꽃우물이라는 이 동네에 처음 이사왔을 때 어리던 목련나무가 거목이 되었다. 그 나무의 수백 수천의 가지와 잎사귀가 험한 바람에 마구 휘둘린다. 나 어릴 때 장마철은 운치, 낭만이 있었다. 빗소리에 어여쁜 요정이 숨어 있는지 경쾌하고 맑은 빗소리였다. 무지개는 당연히 비오는 날의 보너스였다. 잠이 솔솔 올 정도로 비오는 풍경이 평화로웠다. 오늘 날 기후가 거칠어지니까 사람 품성도 험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전기안전공사라는데서 우리집 전기를 보러 온다고 했다. 한달 전 약속인데 오후가 되어도 무소식이라 나의 외출은 무산되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침맞으러 가야하는데 못 가고 기다리고 있다" 고. 온다는 ..

카테고리 없음 2022.06.29

참다운 재능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삶과 문화]입력 2022.06.23. 22:00/변문원퍼옴

참다운 재능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삶과 문화] 입력 2022.06.23. 22:00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종라운드에서 심사위원장인 마린 앨솝이 이끄는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얼마 전 세계적인 피아노콩쿠르인 미국의 반 클라이번에서 우리나라 피아니스트가 네 명이나 준준결승까지 올라가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더니, 뒤이어 열여덟 살밖에 안 된 임윤찬이 1위를 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놀라운 것은 피아노를 배운 지 1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그의 연주에서 절정에 이른 대가의 풍모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주한, 가히 초월적 수준의 고난도 곡인 리스트의 에..

카테고리 없음 2022.06.23

침 맞으러 갔다

침맞으러 갔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무던히 쑤시고 저려서 침맞으러 갔다. 침을 맞으러 가기 전에 나는 우리 동네 정형외과를 먼저 갔었다. 가자마자 X-RAY를 하므로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절염이라고 했다. 불편하고 밤에는 더 많이 아팠다.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그릇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엎지르고 불안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릇이야 깨지면 다른 그릇이 또 나올 데가 있고, 엎지르면 그 음식 새로 만들면 된다. 그러나 내 손가락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으니 딱하다. 이른 아침 정형외과는 비교적 한산했다. 코로나19에 여간 아프지 않고서는 사람들이 병원에 오지 않는가. 나는 전신 안마를 받으며 소위 물리치료를 했다 아픈 손가락에다 막대같은 걸 대고서 전기기구를 연결하는 것이다. 손가락..

카테고리 없음 2022.06.21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 무슨 글이든 잘 쓴 글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다. 풍진세상 사는 보람과, 그분들과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는데 대해 긍지를 느낀다. 든든하고 희망적인 생각으로 가득찬다. 지식 지혜도 풍부하지만 잘 쓴 글에서는 사람의 훈기를 감지하게 된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할까. 같은 사람 과에 속해 있다는데 대해서 위로를 받고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에 추가한다. 어제 늦은 오후 나는 간신이 책상에 앉을 수 있었다. 종일 흐리고 습도 높은 날씨에 몸도 마음도 무거웠고, 집중은 고사하고 끼니도 변변히 챙기지 못했다. 아침의 주역은 화지진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법한데 몸도 마음도 고단한 하루였다. 마음 닿을 데가 없다는 건 비극이다. 의욕이 전혀 솟아나지 않아 헤매다가 해질녘이..

카테고리 없음 2022.06.19

나 이렇게

나 이렇게 나 이렇게 수 십, 수 백 번 본 원고는 일찍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전에는 교정 보완 수정 퇴고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고작 문장과 철자법에 치중했다 할까. 예전에 교수님 서책 만들 때 원고를 하루 200자 원고지 100매씩 쓰고 나서, 인쇄소까지 달려가 밤을 지새며 교정을 본 적은 있다. 내가 혹 실수라도 하면 교수님 체면이 깎일까 염려해서 였다. 내 순수한 성의이기도 했다. 책이 세상에 나오자 나에게 어떤 실수도 없다는 게 판명되었고, 그래서였던가. 스스로 자신감이 있었던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 후 퇴고에 그다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았음을 시인한다. . 저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글에 취해서 오타 오류를 미쳐 발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줄 모르고 범하기도 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2.06.12

눈부시다

눈 부시다 5월 여행이 내 가슴 속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4월에서 종료될 줄 알았다. 게으름 피운 적은 없다. 아파서 쉴 겸 가끔 집밖으로 잠깐씩 나가기는 했다. 나가보아야 인사동이고 조계사였다. 어떤 때는 옛 풍문여고 길을 걸어올라가 정독도서관 등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보기도 했다. 사람을 만난 것은 한두 번이다. 연 전시회에 멀리 지방에서 오신 한학자와 오랜 도반을 만난 일, 정발산 우아한 동네 출판기념회, 그리고 내 친 형제보다 더 정다운 연희동 후배 집에 간 것 등이었다. 더도 말고 2박3일의 여행을 도모하고자 했는데 분망 중에 임인년 5월이 내 곁을 지나갔다. 5월은 흔히 신부의 계절, 연인들의 계절이라고 한다. 문득 알츌 랭보의 '들길을 거닐며' 가 떠오른다. ..

카테고리 없음 2022.06.11

동생 묘소墓所에 가다

동생 墓所에 가다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낮에는 그친다고 했다. 중간에 그친다고 해도 믿기 어려웠다. 비가 내려도 약속 날자를 변경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내 몸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출판사에 원고 보내놓고 줄곧 앓았다. 설마 죽기야 할라고, 전에 암을 앓는 친구가 보내준 Advil 한 캡술 먹었다. 정히 못견딜 때만 한 알씩 먹으라는 거였다. 기왕 맘 먹은 거 그냥 가보는 거다. 동생이 세상을 뜬지 만 일년이었다. 시나브로 내리던 비가 집을 나서자마자 험상스러운 소나기로 변했다. 막 쏟아붓는다. 과연 갈 수 있을까. 건강 생각해서 옷을 좀 따숩게 입고 집을 나섰는데도 오실오실 한기가 돋았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동안 운동화, 바지, 자켓, 머리칼에 온통 빗물이 흐른다. 우산이 바람에 날려 우산대..

카테고리 없음 202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