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요 며칠 비가 시원스럽게 주룩주룩 잘 내리지 않으면서 바람은 무척 사납게 불어쳤다. 꽃우물이라는 이 동네에 처음 이사왔을 때 어리던 목련나무가 거목이 되었다. 그 나무의 수백 수천의 가지와 잎사귀가 험한 바람에 마구 휘둘린다. 나 어릴 때 장마철은 운치, 낭만이 있었다. 빗소리에 어여쁜 요정이 숨어 있는지 경쾌하고 맑은 빗소리였다. 무지개는 당연히 비오는 날의 보너스였다. 잠이 솔솔 올 정도로 비오는 풍경이 평화로웠다. 오늘 날 기후가 거칠어지니까 사람 품성도 험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전기안전공사라는데서 우리집 전기를 보러 온다고 했다. 한달 전 약속인데 오후가 되어도 무소식이라 나의 외출은 무산되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침맞으러 가야하는데 못 가고 기다리고 있다" 고. 온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