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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원. 초정리 샘터책방/세계일보/변문원 퍼옴

능엄주 2022. 7. 4. 22:07

변광섭 교수 "마을은 콘텐츠.. 지역의 자원이자 희망"

윤교근 입력 2022.07.04. 20:08
아버지가 지은 고향집 새단장
책 2만권·미술작품 200점 비치
우물·기왓장.. 신복고 정신 담아
이어령 추모 등 열린 공간으로
"공간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져"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집니다. 마을은 콘텐츠이고, 지역의 자원이면서 희망입니다.”

변광섭(57·사진) 청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는 4일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본논리에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충북 청주시 초정약수 마을에서 만난 변 교수는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한 뒤, 자신의 최근 활동을 조심스럽지만 강하게 설명했다. 그는 ‘책의 정원, 초정리 샘터책방’의 방장이자 문화기획자(로컬 큐레이터)이다. 초정약수 마을은 변 교수의 고향이기도 하다. 미국의 샤스터, 영국의 나포리나스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가 나오는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고향 사랑이 넘치는 변 교수는 지난해 고향의 집을 단장했다.

새롭게 단장한 공간엔 2만여 권의 책과 200여 점의 미술작품을 비치했다. 정원과 연못도 만들었다. 변 교수는 고향 집 단장의 1년 과정을 담은 책도 내놓았다. 최근 출간한 ‘아버지가 지은 집, 아들이 고쳐쓰다-책의 정원 초정리에서’(샘터출판사)가 그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초정리의 추억과 세종대왕 이야기, 아버지가 지은 집을 아들이 고치면서 경험한 사연을 담았다. 아버지의 상량문 바로 옆에 아들의 상량문을 올렸고 아버지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뒤 전깃줄과 건물 기둥 등을 노출시켰다. 마당에는 장독대를 비롯해 절구통, 맷돌, 다듬잇돌 등 어머니의 손길을 살렸다. 우물도 만들고 기왓장을 넣은 작은 물길도 냈다. 레트로(Retro)의 복고풍을 넘어 뉴트로(Newtro·신복고)의 시대정신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초정리의 유별성과 특수함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일례로 지난 3월 2일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애도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변 교수는 “서울에 소재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어령 전 장관 영결식 당일에 충북에서도 애도 시간을 가졌다”며 “지역의 문화예술인 100여명이 책의 정원에서 세상을 떠난 문화전도사를 추모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도식은 이 전 장관과 변 교수의 인연 덕분에 열릴 수 있었다. 그는 “이어령 전 장관과의 인연은 2015년 청주시가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됐을 당시 제가 이 전 장관을 명예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노력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화도시의 사무국장이었던 변 교수의 이 전 장관 접촉에 대해서 주변에서는 ‘오고초려(五顧草廬)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충북 청주시 초정리 마을에 있는 책의 정원 초정리 샘터 책방에는 책과 예술 등이 어우러진다.
변 교수는 최근엔 ‘문화의 밤, 재즈의 밤’이라는 행사도 열고 있다. 입장료는 모두 무료다. 무엇이 그에게 이런 행사를 열도록 했을까. 변 교수는 “고향 집을 문화공간으로 꾸민 애초의 생각 때문”이라며 “초정약수 일원을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가꿔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얻은 문화적 역량을 고향 발전을 위해 봉사의 마음으로 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변 교수는 “초정약수는 세계 3대 광천수 중의 하나이고, 세종대왕이 121일간 요양하며 한글 창제를 마무리한 곳인데도 이를 제대로 보여줄 문화공간이 없었다”며 오래된 간절함을 풀어냈다.

청주=글·사진 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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