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주역] 유가의 사상인가 도가의 사상인가.

능엄주 2022. 7. 16. 21:23

 제 목 :주역유가의 사상인가 도가의 사상인가/陳敲應/최진석·김갑수·이석명 옮김/변문원정리

 

 목차

1서문

2유가사상과 도가사상의 차이점 

1) 유가의 중심사상 

2) 단전과 노장 

 

3단전의 도가적 사유방식

1) 단전의 만물생성론

2) 장자의 헌행의 법칙

3) 의 의미

4) 尙剛 尙陽

 

4상전과 문언전에 나타난 도가적 사유방식

1) 상전의 학파적 성격

2) 상전의 도가고유의 사유방식

3) 문언전의 도가적 경향

 

5계사전과 직하 도가

1) 계사전에 나타난 노자의 자연관

2) 계사전에서의 장자사상

3) 계사전은 직하 도가의 저작

4) 역전과 초학 그리고 제학

 

6백서 계사전과 도가 전본

1) 백서 계사전과 현행본 계사전

2) 백서 계사전과 백서 황제사경

3) 계사전의 도론과 태극설

4) 백서 역설과 황로사상

 

7맺는 말

 

참고문헌

주역유가의 사상인가 도가의 사상인가. 진고응/최진석·김갑수·이석명/ 예문서원/ 1996

 

 

1. 서문

 

주역은 유가사상일 것이라는 다소 막연하지만 기존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주역유가의 사상인가 도가의 사상인가를 읽기 시작했을 때 첫 페이지부터 본인의 이런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곧 바로 인식할 수 있었다.

역전의 철학 사상은 도가에 속하지 유가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 책의 저자 진고응陳敲應의 주장은 기존 학설과는 다른 관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기존 학자들의 견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 대부분은역전노자를 유가와 도자를 대표하는 별개의 변증법적 체계로 인식하였으나 진고응은역전이 도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그의 논문을 통해 발표하였다.

노자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철학 체계를 창건한 사람으로 노자 철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론道論 부분과 ··일체의 사상구조는 매우 완성된 철학 체계를 이루고 있다. 장자 철학은 노자의 객관적인 도를 내재화하면서 인간의 정신적 경지, 天人合一의 경지로 발전시켰음을 알 수 있다. 진고응은계사전에 끼친 노자사상의 영향이라는 논문에서도계사전에 나타난 13개 개념과 관점을 중심으로 천도관天道觀의 시각에서계사전이 도가 계통의 저작에 가깝다는 사실을 논증한 바 있다. 이어단전과 노장이라는 논문에서는단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소식消息 나 종측유시終則有始와 같이장자에 자주 나타나는 개념들에 흥미를 느껴 최초로 단전과 장자의 관계를 언급하였다.

이와같이 한대漢代부터역전은 공자의 저작이라는 일반화된 견해를 깨뜨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송대 구양수나 청대 및 현대 학자들이 고증을 통해역전이 공자의 저작이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소수의 학자들은 종래의 학설을 고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고응은 주로단전계사전연구에 집중하여역전에 끼친 노장 철학의 영향과 역할을 논하였고역전이 도가의 작품임을 체계적으로 논증하였다.

 

2. 단전에서의 유가사상과 도가사상의 차이점

 

1) 유가의 중심사상

 

단전에 유가 사상이 들어있다고 보아 학자들이단전을 유가의 저작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를 들면 1. 대자연이 운행하는 신묘한 법칙을 보니 사계절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개되는 이치를 알겠다. 성인이 대자연의 신묘한 운행 법칙을 모범으로 해서 천하를 교화하니, 만백성들이 순순히 따른다. 주역관괘周易觀卦2. 천지는 만물을 기르고, 성인은 인재와 만민을 기른다.주역이괘周易3. 왕이 미덕으로 신령을 감격시켜 묘제廟祭를 보존한다. 주역화괘周易등으로 李鐘池제사와 효성·정성은 유가 사상이라고 말한다. 위의 내용들은 유가의 윤리 예교로써 남녀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제가치국 정교일치齊家治國 政敎一致를 보이고 있다.

유가는 전국 중기 이전 형이상학적으로 사고하는 습관과 능력을 결여하고 있으며 우주론 연구에도 힘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공자는 을 내세워논어에만 이라는 개념이 105번이나 나온다. 또 유가는 를 중시하여 예학이 선진 유학자들의 핵심 사상이었다. 유가는 긍정적이거나 겉으로 들어난 면을 통해 사물을 대하므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화목한 관계를 중시하여 인륜의 궤범을 세운다. 이와 같이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도가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중시하여 유가와는 다른 면을 알 수 있다.

 

2) 단전과 노장

 

역전단전」「상전」「계사전」「문언전」「설괘전」「서괘전그리고잡괘전7가지 종류와 그중단전」「상전」「계사전이 상하 편으로 나뉘어 있으므로 편수로 모두 10편이다. 10편을 십익十翼 이라고도 부른다.

단전은 괘의와 괘사를 해석한 것으로단전의 형성 시기에 대하여 주백곤朱佰崑은 전국 중기 이후, 맹자와 순자 사이로 보고 있으며, 단전시작 또는 끝이 같은 단어 즉 韻語가 많은 점이 노장과 유사하여 단전의 저자는 남방사람일 것이라고 유추하고 있다.

풍우란은 논어에 나오는 은 주재의 하늘로서 단전이나상전에서는 전혀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고 하였으며, 역전에 나오는 은 의리의 하늘로서 자연주의 철학에 속한다고 하였다. 이 경지는」「두 괘에 대한단전의 이해는 노자의 사상을 통해서단전을 봐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하여역전가운데 시대가 가장 빠른단전을 통하여 유가사상은 기껏해야 주로 윤리 도덕의 교훈 몇 가지에 치중하여 노자의 영향을 가장 깊게 받았다고 하였다.

 

3. 단전의 도가적 사유방식

 

천도天道에서 인사人事를 연역하는 사유방식은단전의 도가적 사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천도와 인사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이해하는 이런 방식은 선진시대 이후 중국 고대 철학의 특수한 사유방식이 되었다. 단전을 보게 되면 도처에 天道를 통해 人事를 밝히는사유방식이 펼쳐져 있는데 단전의 저자가 자연계의 여러 현상과 법칙들을 인간 활동의 준칙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사유방식은 바로 노자나 도가의 황로 학파를 계승한 것이다.

 

1) 단전의 만물생성론

 

단전만물이 건원과 곤원에 의지해서 생겨난다는 것은노자의 만물 생성론과 기본적으로 일치하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노자51장에서 도가 발생시키고 덕이 기른다(道生之德之)라는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것에 의지해서 생겨나고 또 이것은 대자연을 통솔하는 구나. 구름이 덮이고 비가 내려 각종의 만물이 유포되고 형성된다. 찬란한 태양이 뜨고 지고 괘의 6효가 때에 맞추어 조성되는 것이 마치 양의 기운이 때에 따라 여섯 마리의 용을 타고 대자연을 부리는 거 같다. 건도의 운행 변화는 각기 성명性命을 올바르게 보존하고 태화太和의 원기를 보전한다.

 

지극하도다. 곤원이여! 만물이 여기에 의존해서 성장하고 이것은 하늘의 뜻에 순종한다. 곤도()는 두터워서 만물을 다 실을 수 있고, 덕성은 넓어서 영원히 끊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단전건원이 만물을 발생시킨다고 서술한 후에 계속해서 자연계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이 구절은 장자 학파의 천도와 개념이나 문장 구조가 비슷하다. 특히 그중에서도 황로학黃老學의 특징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전에서 건을 하늘로, 곤을 땅으로, 즉 천지를 만물의 모태로 보는 관점은 노자5장에서 천지를 풀무로 보고 비어 있지만 고갈되지 않고한번 작용하기 시작하면 쉬지 않고 만물을 발생시킨다 라고 한 말과 같다. 직하 도가에서도 이 관점을 계승, 관자宙合천지는 만물의 풀무이다라는 구절은 바로 노자5장과 같은 의미이다. 四時五行도 직하 도가의 저작에 속하며 이것은 천지를 만물의 근원으로 보는 관점이 들어 있다. , “하늘은 정기를 제공하고 땅은 형체를 제공한다. 이들이 합해져서 사람이 된다” 6효의 변화 안에 천지의 이치가 다 들어있다하늘이 아비가 되고 땅이 어미가 되어 만물을 낳고 또 통괄한다 등이다.

장자달생達生에서도 천지는 만물의 부모이다라고 하여 천지를 만물의 근본으로 간주하는 관점은단전의 태, 괘와 노장, 그리고 직하 도가의 관점과 일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단전규괘睽卦에는 불꽃은 위로 올라가고 물은 아래로 흐른다고 하여 상호 대립하면서 상생相生함을 밝히고 있는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괴리나 대립을 물과 불에 비유하였다. 둔괘屯卦에서도 대립하는 가운데 서로 상통하고 교합하려 한다. 즉 강한 기운과 부드러운 기운이 교합하기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상황은장자천운과 같은 맥락이다.

 

2) 천행의 법칙

 

단전에서 천도의 운행 법칙을 설명한 것을 살펴 보기로 한다.

 

1. 끝나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천행이다.

2. 소멸과 생장이 교체되고 꽉 찼다가는 텅 비는 것이 천행이다.

3. 반복하는 것에 일정한 법칙이 있는데, 7일이면 다시 회복한다는 것이 천행이다. (반복의 이치는 천지의 마음이라는 뜻)

 

이와 같이 단전은 노자 사상을 발전시켜 대자연의 운행을 순환론적으로 해석하였고 단전의 천도 순환론은황제사경黃帝四經에도 나타난다. 따라서 천행의 개념을 통해서단전과 도가사상의 밀접한 연관성을 짐작하게 된다.

 

3) 단전의 의미

 

천체와 자연의 운행 변화에 나타나는 차고 비는 법칙은 시간적인 순서와 연관이 있다. 단전손괘損卦에서 덜고 보태지고, 찼다가는 다시 비워지는 일이 때에 맞추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李光地주역절중周易折中에서 이것을 라고 함으로써 시를 천도관에 넣었으며 사마담司馬談이 도가의 특징을 논할 때 때에 따라 잘 옮기고 사물에 맞게 잘 변화한다고 하였는 바 이것은 유가의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전의 역학자들은 역전이나주역에서는 을 중시하였다. 예를 들어 하나의 사물이 완성되어 발전하는 데는 반드시 공간적인 조건() 시간적인 조건()이 맞아야 하며, 그 발전은 어떤 한계()에 맞아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을 중시하는 경향은 단전35괘와상전38괘에서 을 논하고 있는데 이것은 극단을 피하는 도가의 핵심 사상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4) 상강상양尙剛尙陽

 

선진 유가의 저작들에서는 강과 유를 대비하거나 강함을 숭상하는 예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단전은 음양이 지닌 강유剛柔의 특성을 중시하다가 음양 대신 강유라는 개념을 사용, 단전59, 39, 강유는 28번 나온다.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는 가장 먼저 강과 유를 사용,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논리에 착안하여 양과 강을 숭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양과 강을 숭상하는 유가의 덕치와 법가의 법치를 융합한 직하 도가와 음과 유를 숭상하는 노자의 사상은 도가 내부의 두 가지 다른 면이지만, 양을 숭상하는 직하 도가가 부드러움을 숭상하는 도가 황로학파의 관점을 변화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상전문언전에서의 도가적 사유방식

 

앞 장역전에서단전의 최대 특색은 우주론에 있으며 단전의 만물 생성론은 노자老子에서 연원한 것으로 장자莊子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尙剛尙陽과 때를 소중히 하는 사상 天行등에서단전이 황로 도가 계통에 속함을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단전」「계사전다음으로 중요한상전에 나타난 도가적 사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1)상전

 

상전은 각기 다른 사람이 쓴 것이므로대상전」「소상전으로 나누어 논의해야 한다. 이 경지는대상전은 주로 정치와 수양에 관해 말하는데 이것은 유가사상과 법가사상을 띤 것으로단전에서 인도관人道觀에 해당한다.소상전단전의 강유설을 발휘,역경을 해석하는 방식이나 진술 내용, 사상적 관점이대상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2)상전의 도가 고유 사유 방식

 

은주殷周이후 선진先秦 제자諸子 이전까지 형성된 대상전의 첫 머리에 나타난 자강불식自强不息은 민족정신으로 지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도가道家의 사유방식을 취한 것으로 天道에서 人事를 거론하는 사유방식은 도가 고유의 사유방식이다. 이러한 사유방식은 장자 학파와 황로 도가가 발전시켰고,단전대상전이 계승하였다.

또한 자강불식이란 관념체계를 살펴보면 전체에 군자17여 곳에 나타나고 있으며, 대부분 지위가 높은 사람을 가르키고 있다. 자강불식의 정신은노자41, 25, 5, 4, 33장에 나타나 있고대상전하늘의 운행은 건실하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스스로 굳세게 힘써 잠시도 쉬지 않는다는 뜻과 서로 합치合致되고 있다.

주역노자주역의 곤괘坤卦에서 암말의 곧음에 이롭다노자에서 현묘한 암컷(玄牝)은 서로 상통한다.는 같은 의미로볼 수 있다.

소상전에서도 노자 사상을 통해 건괘乾卦, 곤괘坤卦에서 물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나타난 용이 밭에 있기 때문이다는 말은 덕을 널리 베푼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노자 사상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단전은 도가가주역을 해석했다고 할 수 있고, 상전은 도가·유가·법가·묵가·음양가·명가 등 각파 사상이 융합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3) 문언전의 도가적 경향

 

단전이나상전주역64괘의 효사를 전부 해석한 반면에문언전은 단지 건괘와 곤괘 두개의 괘·효사만을 해석하였다. 역대 학자들은 문언전을 유가의 작품으로 간주, 공자와 맹자가 강조한 ··의 덕목과 일치한다고 보았으나 그 의미는 서로 다르다. 따라서문언전노자와 상통하는데, ‘사물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온다 (物極必返) )’는 사상은 하늘의 법칙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멈추어야 할 곳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지지知止, 충신忠信의 가치를 긍정하는 사상은문언전노자에서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문언전의 사상은 장자에서도 서로 유사하게 나타난다. 또한 황로 사상과의 관계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황제사경에 의하면

 

만물은 반드시 음양으로서 대의를 밝힌다.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다.

군주는 양이고 신하는 음이며, 윗사람은 양이고 아랫 사람은 음이며,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이며, 아들은 양이면서 음을 받는다.

뭇 양들은 하늘을 본 받고, 하늘은 바름을 귀히 여기며…… (황로 백서 4)

 

위의 구절들을 살펴보면 세상 만물을 음과 양으로 구별한 점, 음양의 지위가 대등하지 않음과, 음양의 특성이 각각 다름을 알 수 있는데 문언전하늘은 동적이고 땅은 정적이다라는 황제사경의 관점을 계승한 것으로 보여진다.

문언전이 도가가 성행했던 전국 후기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기초해 보면문언전은 노장·황로 사상이 내포돼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5. 계사전과 직하 도가

 

역경은 점치는 책이고, 역전은 철학적 의미로 한 차원 승화한 책으로 역경과 역전 사이에는 약 700800년의 거리가 있는데 이 기간 동안 노자 사상이 중간 고리 역할을 하였다. 도가 사상의 연원도 유가처럼 역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으며 위진 현학가들은 주역과 노자를 병칭하였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탈레스보다 역경은 300여년 빠르고, 역경에서는 八卦와 그 대립·모순·발전·변화라는 관점에서 우주 만물의 생성·변화·발전을 해석하였고 역경의 우주관은 노자에 이르러 체계적으로 완성된 우주론 철학으로 전개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공자보다 400500년 일찍 형성된 역경은 유가의 경전이 아니고 200300년 늦은 역전은 도가 체계의 작품이나 혹은 유가·도가·음양가가 결합된 결과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1) 계사전에 나타난 노자의 자연관

 

도가 학설로 역경을 해석하는 것은 계사전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계사전에는 음양설, 도기설道器說, 태극설, 정기설精氣說, 원시반종설原始返終說神明究幾 등의 중요한 범주와 개념이 들어 있는데 모두 노자 사상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자면 1. 전동지동설은 지구는 가만있고 전동차가 움직인다는 가설은 장자 天道의 설과 같2. 강유상추설剛柔相推說은 노자의 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3. 역지간능易之簡能은 노자의 간이한 도와 같다 4. 원시반종 노자의 자연관 5. 정기精氣개념 6. -도가의 무신론적 자연관 7. 음양설 8. 태극설-계사전의 태극 개념은 장자에서 나온 것이다 9. 도기설道器說-질박한 상태의 것이 분산되어 기(萬物)가 된다 10. 변통설燮通說 11. -미세한 운동 변화 -노자의 미명微明 12. 와 덕-만물의 속성 13. 과 의

 

2) 계사전에서의 장자 사상

 

장자 天下에서 주역으로 음양의 이치를 밝힌다고 하였는바, 음양으로 해석한 것은 계사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건괘는 양이고 곤괘는 음인데 이 두 가지가 주역의 관문을 구성, 64괘 전체의 기호가 된다. 계사전에서 음양학설은 높은 수준까지 발전, 음양은 계사전의 주요 내용을 형성하고 있다.”

공자와 맹자는 음양을 논하지 않았으나 장자는 만물에는 음과 양이 다 들어있다(萬物負陰而抱陽)는 노자의 음양개념을 매우 중시하였다. 장자는 음양이 균형을 잃으면 만물이나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계사전의 음양설은 장자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으며 장자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알 수 있다.

계사전이 장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계사전에 나오는 태극太極이라는 용어와 개념에서도 나타난다. 계사전에서 사용한 태극은 장자에서 발전한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계사전과 장자는 여러 가지 내용과 개념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살펴보았으나 이것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역전이 유가 경전으로 간주 되어왔고 유가 사상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나 역전의 단전과 계사전에서 노장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유가에서 받은 것보다 훨씬 큰 것이 분명하다.

 

3) 계사전은 직하 도가의 저작

 

계사전이 역전 중에서 종교와 철학이 혼합된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학자가 인정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계사전은 도가를 중심으로 음양가유가의 사상을 융합한 작품이다. 계사전의 정기설은 직하 도가의 독특한 개념인 정기설精氣說(관자4)을 계승한 것으로서 계사전이 직하 도하의 저작임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또한 계사전에서는 점치는 방법과 점의 작용을 강조하는데 유가에서는 점을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선진 유학이 아니라 제나라의 전시 세가世家나 직하 도가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4) 역전과 초학 그리고 제학

 

역전은 어느 한 시대에 어떤 한 사람이 쓴 저작이 아니고 공자 이후 전국시대의 작품임이 분명하다. 역전 가운데 주요 부분은 전국 중·후기에, 또 단전은 맹자나 장자 이후에 나온 것은 주백곤이 고증하였다. 근래에 고고학적 발굴이 활발해지면서 초학이나 초 문화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였다. 노자나 장자는 초학의 대표자이므로 역전과 초학과의 관계를 논하는데는 초사楚辭가운데 굴송부宋賦는 노장의 작품 속의 운어韻語를 빼놓을 수 가 없다.

아주 비슷한데 단전의 운자韻字는 역경의 괘사나 효사, 그리고 시경 등과 같은 선진先秦시대의 북방 시가를 능가하고 있다.

역전이 음양이라는 개념을 일반화해서 음양이 대립 전화하는 것을 도라 한다는 명시를 제시하였는데 유가에서는 공·맹 누구도 음양을 말하지 않았다. 강유설剛柔說에서도 역전이 노학이 아니라 초학의 산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자연주의 천도관天道觀에서도 중국의 체계적인 천도관은 노자가 세웠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역전은 전국 중·후기에 저술, 이때는 제학齊學의 융성기로서 제학을 연구하는 사상적 자료는 직하 학자들의 저작을 모아 놓은 관자管子를 들 수가 있다. 관자의 내업內業심술心術上下백심白心 4편에는 계사전과 의미가 같은 대목이 보인다. 유가는 추노鄒魯(공자는 노나라의 사람이고, 맹자孟子는 추나라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공맹(孔孟)을 가리켜 이르는 말.에서 유행하였고 도가는 제초에 흥성하였는데 제나라와 초나라의 문화 내용이 비슷한 것은 두 문화가 주로 도가 사상을 바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전은 초나라 사람 저작이고 계사전은 초학이나 제학과 관계가 깊다고 하였다.

 

6. 백서 계사전과 도가 전본

 

1) 백서 계사전과 현행본 계사전

 

1973년 호남湖南 장사長沙 마왕퇴馬王堆 한묘漢墓에서 대량의 백서가 출토되었는데 그 중에서 백서 계사전과 역경을 해석한 수 편의 저작만이 오늘날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198712월 산둥대학 주역연구센터는 제남에서 1차 국제주역학술토론회를 개최, 이 회의에서 한중민韓仲民백서 계사전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는 백서본에는 대연지수大衍之數라는 구절이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하였고, 현행본에 보이는 역유태극易有太極이라는 말이 백서본에는 역유태항易有太恒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1. 백서본 계사전의 글자수의 차이 없고 2. 현행본 계사전의 유가적 색체 3. 八卦의 기원에서 도가는 복희가 팔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였고 유가는 문왕이 주역을 부연하였다고 강조 하였다.

이와 같이 현행본 계사전에 비해 백서 계사전은 도가적 색채가 강하고 유가의 경향은 약한 점으로 미루어 백서 계사전이 전국시대 도가 학파의 전본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2) 백서 계사전과 백서 황제사경

 

황로 도가의 가장 오랜 작품인 황제 사경은 백서 계사전과 다음 여러 가지 부분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천존지귀天尊地鬼의 사유방식, 둘째 귀천위소貴賤位笑, 셋째 천동지쟁天動地諍, 넷째 대시이동待時而動, 다섯째 계사전의 강유상미와 황제사경의 강유상성, 여섯째 음양관 등이다.

 

3) 계사전의 도론과 태극설

 

도론道論은 선진 도가의 공통된 주장인데 풍우란은 중국 철학사간사에서 역전은 노학老學의 도 관념을 받아들였다라고 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계사전과 노자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계사전에서 도론道論의 핵심은 이다. 건곤이 무너지면 을 볼 수가 없고 건곤乾坤은 무너진다. 그러므로 형이상의 것을 도, 형이하의 것을 기라 할 때 는 바로 이고 는 곧 乾坤을 가르킨다.

태극이라는 개념은 송 대 유학자 주돈이가 최초로 언급, 태극도설을 지었는데 이것은 도가와 도교의 영향을 받았음이 현저하게 드러난다. 주돈이 이후로 장재나 태극에 대하여 언급, 주희는 태극이란 그 이치이다. 천지 만물의 이치를 총괄하는 것이 太極이다라고 하였는 바 태극 그 개념의 발생, 발전에 대해 가장 먼저 토론한 것은 도가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태극이란 말이 장자에서 발전되었지만 백서본 계사전에 태극은 대항大恒으로 쓰여져 있는데 대항이란 말은 노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노자 제 1, 25)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태극설이든 대항설이든 모두 도가와 일맥상통하고 있으며 백서본 계사전이 도가 계통의 저작임을 분명하게 한다.

 

4) 백서 역설과 황로 사상

 

백서본 계사전과 함께 출토된 二三子問역지의易之義등은 주역 경전의 해석에 관련된 저작들로 역학의 영역에 속하며 이를 통괄하여 역설易說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역학이 대융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므로 형식은 유가 작품의 성격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 내용은 유가와 도가가 융합한 결실이다. 특히 1. 흑백론 2. 언어관 3. 강유상제설剛柔相齊說  4. 무시설務時說  5. 손익설損益說  6. 보상葆常과 유도有度  7. 분허益虛와 진進退 8. 능정能精능백能白의 개념 등에서 황로 사상을 계승한 흔적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무화소력에서도 황로 사상이 농후하게 나타나 있다.

 

7. 맺는 말

 

이 책은 시작부터 주역이 유가의 사상이 아니라 도가의 사상이라는 것을 여러 종류의 문헌에 의거하여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증명하고 있다. 책 서문에서 저자는 역전의 철학 사상은 도가에 속하지 유가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못 박고 있다. 기존 학파나 학자들이 그들의 오랜 구습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진고응(陳鼓應)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본인은 진고응의 주장하는 바를 따라 이 책을 읽고 그의 사상과 주장을 요약해 보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중언부언한 내용도 있고 그의 논조가 한쪽으로 치우친 감도 있어 보인다.

진고응의 주역은 도가사상이다 라는 관점으로 계속해서 다른 책을 읽어나가면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2006.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