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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날 것 같아

병이 날 것 같아 초저녁 잠이 많은 나의 일상은 자정을 지나 25시 26시에 잠자리에 드는 걸로 변경된지 오래다. 게다가 한 밤이라야 마음이 잔잔해져서 독서에는 쾌적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날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것처럼 허무했다. 쓰기 보다 읽고 싶은 게 더 많았고, 아무것도 읽지 않고 지낸 날은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글을 쓰다가 문장이 잘 안 풀리면 평소에 바쁜 핑계 대고 제쳐둔, 내가 구매한 책이든, 나에게 저절로 와 준 타인의 책을 읽는다. 빵값에도 못 미치는 원고료에 목을 맨 처절한 글쓰기를 마치면, 나는 나무와 풀꽃으로 둘러싸인 산촌에 들어가 죽음 직전 까지 하고 싶은 공부, 읽고 싶은 책이 따로 있다. 누가 내 목을 매어 준게 아니고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얽매이게 된 세월이..

카테고리 없음 2022.07.12

백화점에 갔다

백화점에 갔다. 며칠 전 백화점에서 전화가 왔다. 카드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카드를 재 발급해 드리겠다. 카드를 우편으로 받겠느냐, 아니면 백화점을 방문할 것이냐고 물었다. 바로 전날은 코로나19 이후 거의 발길을 끊은 것과 마찬가지인 매장에서 세일 행사를 알려왔다. 세일 행사때는 당연히 백화점 인근에 사는 여인들이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단체로 몰려갔다. 걸어서 10분 정도면 백화점엘 갈 수있었다. 백화점이 집 가까운 데 있어 이웃들과 오며 가며 놀이터처럼 자주 들렸다. 살림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백화점의 우아한 환경을 누렸다. 매번 홀린듯이 옷을 사는것은 재은이 엄마였고 성격이 화끈, 쾌활한데다 옷을 사서 기분이 좋은 그녀가 밥을 사곤 했다. 사람들은 옷 샘이 많은가. 평소에 눈여..

카테고리 없음 2022.07.05

책의 정원. 초정리 샘터책방/세계일보/변문원 퍼옴

변광섭 교수 "마을은 콘텐츠.. 지역의 자원이자 희망" 윤교근 입력 2022.07.04. 20:08 아버지가 지은 고향집 새단장 책 2만권·미술작품 200점 비치 우물·기왓장.. 신복고 정신 담아 이어령 추모 등 열린 공간으로 "공간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져"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집니다. 마을은 콘텐츠이고, 지역의 자원이면서 희망입니다.” 변광섭(57·사진) 청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는 4일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본논리에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충북 청주시 초정약수 마을에서 만난 변 교수는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한 뒤, 자신의 최근 활동을 조심스럽지만 강하게 설명했다. 그는 ‘책의 정원, 초정리 샘터책방’의 방장이자 문화기..

카테고리 없음 2022.07.04

[중앙시평] 고인돌이 즐비한 도시/중앙일보/변문원퍼옴

[중앙시평] 고인돌이 즐비한 도시 “서재를 만들어주세요.” 꽤 오래 전 내게 주택 설계를 의뢰했던 건축주의 요청이었다. 서재는 중년 남성의 공간적 로망이다. 실제로 거기 들어가 책 읽고 공부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눈앞에서 얼쩡거려도 혼나고, 안 보이면 더 혼난다는 중년 남편의 도피처일 수 있다. 그러나 일상 대화 속의 ‘내 서재’라는 단어는 그가 이룬 성취의 과시일 것이다. 우리는 그걸 과시적 공간이라고 불러야 하겠다.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지적한 저 ‘과시적 소비’는 내밀한 집단심리를 어찌 그리 적확히 짚어낸 것인지 여전히 감탄스럽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잉여소비. 그 과시의 출발점은 몸이겠다. 중국 전통 풍속화를 잘 들여다보면 관리들의 배가 불룩하다. 궁핍하던 시..

카테고리 없음 2022.07.02

심약

심약 추진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이만큼 이르는 동안 애로가 무수히 많았다. 전생에 업을 지은 연유일까. 그 업은 대체 어떤 종류인가. 그것도 한두 해지. 어린 시절을 빼고는 별로 살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살아내기가 몹시 힘들었다. 철통같은 불운을 뚫고 살아남은 게 꿈만 같다. 남보다 몇 배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해도 결과는 10/1도 안 되었다. 오래전 문인단체 세미나 갈 때 우연히 옆에 앉은 시인이 내 명찰을 들여다보고 말했다. 매사 수고한 만큼 보람을 못 느낄 거라고, 이름을 바꾸라고 한 것 같다. 늦게 아호를 지었다. 생애 최초로 3부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어 모 방송국에 표절 당했을 때였다. 내가 다니는 사찰의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재주도 능력도 다 타고 났는..

카테고리 없음 2022.07.01

요 며칠

요 며칠 요 며칠 비가 시원스럽게 주룩주룩 잘 내리지 않으면서 바람은 무척 사납게 불어쳤다. 꽃우물이라는 이 동네에 처음 이사왔을 때 어리던 목련나무가 거목이 되었다. 그 나무의 수백 수천의 가지와 잎사귀가 험한 바람에 마구 휘둘린다. 나 어릴 때 장마철은 운치, 낭만이 있었다. 빗소리에 어여쁜 요정이 숨어 있는지 경쾌하고 맑은 빗소리였다. 무지개는 당연히 비오는 날의 보너스였다. 잠이 솔솔 올 정도로 비오는 풍경이 평화로웠다. 오늘 날 기후가 거칠어지니까 사람 품성도 험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전기안전공사라는데서 우리집 전기를 보러 온다고 했다. 한달 전 약속인데 오후가 되어도 무소식이라 나의 외출은 무산되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침맞으러 가야하는데 못 가고 기다리고 있다" 고. 온다는 ..

카테고리 없음 2022.06.29

참다운 재능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삶과 문화]입력 2022.06.23. 22:00/변문원퍼옴

참다운 재능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삶과 문화] 입력 2022.06.23. 22:00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종라운드에서 심사위원장인 마린 앨솝이 이끄는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얼마 전 세계적인 피아노콩쿠르인 미국의 반 클라이번에서 우리나라 피아니스트가 네 명이나 준준결승까지 올라가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더니, 뒤이어 열여덟 살밖에 안 된 임윤찬이 1위를 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놀라운 것은 피아노를 배운 지 1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그의 연주에서 절정에 이른 대가의 풍모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주한, 가히 초월적 수준의 고난도 곡인 리스트의 에..

카테고리 없음 2022.06.23

침 맞으러 갔다

침맞으러 갔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무던히 쑤시고 저려서 침맞으러 갔다. 침을 맞으러 가기 전에 나는 우리 동네 정형외과를 먼저 갔었다. 가자마자 X-RAY를 하므로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절염이라고 했다. 불편하고 밤에는 더 많이 아팠다.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그릇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엎지르고 불안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릇이야 깨지면 다른 그릇이 또 나올 데가 있고, 엎지르면 그 음식 새로 만들면 된다. 그러나 내 손가락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으니 딱하다. 이른 아침 정형외과는 비교적 한산했다. 코로나19에 여간 아프지 않고서는 사람들이 병원에 오지 않는가. 나는 전신 안마를 받으며 소위 물리치료를 했다 아픈 손가락에다 막대같은 걸 대고서 전기기구를 연결하는 것이다. 손가락..

카테고리 없음 2022.06.21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 무슨 글이든 잘 쓴 글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다. 풍진세상 사는 보람과, 그분들과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는데 대해 긍지를 느낀다. 든든하고 희망적인 생각으로 가득찬다. 지식 지혜도 풍부하지만 잘 쓴 글에서는 사람의 훈기를 감지하게 된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할까. 같은 사람 과에 속해 있다는데 대해서 위로를 받고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에 추가한다. 어제 늦은 오후 나는 간신이 책상에 앉을 수 있었다. 종일 흐리고 습도 높은 날씨에 몸도 마음도 무거웠고, 집중은 고사하고 끼니도 변변히 챙기지 못했다. 아침의 주역은 화지진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법한데 몸도 마음도 고단한 하루였다. 마음 닿을 데가 없다는 건 비극이다. 의욕이 전혀 솟아나지 않아 헤매다가 해질녘이..

카테고리 없음 2022.06.19

나 이렇게

나 이렇게 나 이렇게 수 십, 수 백 번 본 원고는 일찍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전에는 교정 보완 수정 퇴고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고작 문장과 철자법에 치중했다 할까. 예전에 교수님 서책 만들 때 원고를 하루 200자 원고지 100매씩 쓰고 나서, 인쇄소까지 달려가 밤을 지새며 교정을 본 적은 있다. 내가 혹 실수라도 하면 교수님 체면이 깎일까 염려해서 였다. 내 순수한 성의이기도 했다. 책이 세상에 나오자 나에게 어떤 실수도 없다는 게 판명되었고, 그래서였던가. 스스로 자신감이 있었던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 후 퇴고에 그다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았음을 시인한다. . 저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글에 취해서 오타 오류를 미쳐 발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줄 모르고 범하기도 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