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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

능엄주 2022. 6. 19. 22:23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

 

무슨 글이든 잘 쓴 글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다. 풍진세상 사는 보람과,  그분들과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는데 대해 긍지를 느낀다. 든든하고 희망적인 생각으로 가득찬다. 지식 지혜도 풍부하지만 잘 쓴 글에서는 사람의 훈기를 감지하게 된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할까. 같은 사람 과에 속해 있다는데 대해서 위로를 받고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에 추가한다.

 

어제 늦은 오후 나는 간신이 책상에  앉을 수 있었다. 종일 흐리고 습도 높은 날씨에  몸도 마음도 무거웠고, 집중은 고사하고 끼니도 변변히  챙기지 못했다. 아침의 주역은 화지진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법한데 몸도 마음도 고단한 하루였다. 마음 닿을 데가 없다는 건 비극이다.  의욕이 전혀 솟아나지 않아 헤매다가 해질녘이 되어서야  겨우 심신을 추스렸다. 

 

출판사는  마지막 교정 원고 보낸지 2주가 훨씬 넘었는데도 시안을 보낸다더니 아무런 기별이 없다. 상서로운 기운 올 때 일을 다잡으려했다. 노도 섬에서 귀가한 후 4~5개월 동안 오로지 내 책에다 전력투구했는데 손발이 안 맞는 것같다. 걱정하다가  25시에 잠들고 4시에 깰 만큼 밤잠도 설쳤다. 

 

일기처럼 써온 내  글을 기록으로 남겨둘 셈으로 한곳에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내가 세상 떠난 후 그런 일은 없겠지만서도, 혹여 나에 대해 억설臆說, 오해, 비방이 있을까 우려한다. 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평생 사슬이었으니 그 사슬이 얼마나 나에게 잔인하고 무간지옥이었던가를 알게 함이었다. 늦은 밤까지 그나마 작은 일이라도 조금 마무리 지을 수 있어 다행이다. 

 

내 친구가 말하기를 '어머니 시대는 우리 세대로 종쳤다' 라고 했다. 교사 경력을 갖고 있는 그녀는 이혼하고 어린 아기와 함께 친정에 돌아온 딸모녀를  돌보느라 노상 끝도 없는 집 일에 매여 지낸다. 가족 개념, 효의  당위가 증발된지 하 오래고 보면 나름대로 숨통을 트일 일을 발굴해내고 무쏘의 뿔처럼 홀로 가야 할 것 같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타인의 글에서 한 줄기 희망을 건지면  가슴에 품고 견뎌오던 우울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만다.  '이래서 살맛이야! '라고 긍정하게 되니  내가 이렇게라도 건재? 하는가 싶다.  다만 어디서건 좋은  글을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사는 날까지 내 인생의  감사할 목록이 점점  증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