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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맞으러 갔다

능엄주 2022. 6. 21. 22:16

침맞으러 갔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무던히 쑤시고 저려서 침맞으러 갔다. 침을 맞으러 가기 전에 나는 우리 동네 정형외과를 먼저 갔었다. 가자마자 X-RAY를 하므로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절염이라고 했다. 불편하고 밤에는 더 많이 아팠다.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그릇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엎지르고 불안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릇이야 깨지면 다른 그릇이 또 나올 데가 있고, 엎지르면 그 음식 새로 만들면 된다. 그러나 내 손가락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으니 딱하다.

 

이른 아침 정형외과는 비교적 한산했다. 코로나19에 여간 아프지 않고서는 사람들이 병원에 오지 않는가. 나는 전신 안마를 받으며 소위 물리치료를 했다 아픈 손가락에다 막대같은 걸 대고서 전기기구를 연결하는 것이다. 손가락뿐 아니라 이 치료는 예전에 산사에 가서 부러진 왼손 전체와 손등, 손목, 팔굼치, 겨드랑이까지  찌르르하게 통증이 전체적으로 확산되었다. 뜨끈한 초 물에 담그는 치료는 상당히 손가락를 편안히 해주었다.  그렇게 2주 연속 정형외과를 다녔다.

 

손가락 뿐 아니라 더욱 곤란해진 것은 왼쪽 몸이 통째로 저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전기 기구를 연결할 때 덜덜거리면서 다른 부위로 아픔이 전이된  것일까. 새로운 걱정이 등장했다. 기관 부위가 서로 연결돼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당황했다. 나는 자주 일을 저질렀다. 손에 들었다하면 놓치고 깨졌다. 왼손 뿐 아니라 오른쪽 손가락도 통증에  합세했다. 이러다가 손이 어떻게 되는 게 아닐까. 나는 동학인  K 에게 전화했다. 사통팔달로 발이 넓은 그녀가 한의원을 가보라고 권했다.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 그녀가 치료의 실증을 얻은 곳이라며 극구 권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안 통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오늘 두번 째 침 치료를 받고 왔다. 다른곳에서는 형식적으로 15~20분 정도  아픈 부위를 환자에게 물어 그곳에만 침을 놓은 후, 15분 정도 지나서 침을 빼면 그것으로 끝이다. 여기서는 한방의 기본 침 외에 뜸과 물리치료. 발 마사지를  할 수 있다.  처음 올때 제일 먼저  문진과 기계로 진단을 한 후 진료를 했다. 무엇이 다른지 어떻게 좋은지 그건 잘 모르겠고, 침 놓는 한의사 그분이 성실해 보인다는 점이 마음 편하다. 오늘 친구 한 사람 내가 그곳을 소개하여 치료받도록 했다. 그녀 역시 치료 결과가 괜찮다고 했다.

 

더 두고 볼일이지만 몸 전체를 보는 한방의 치료방식이 유익했던가. 나는 저녁에 떡 몇 조각 먹고 책상에 앉은 게 기특하기만 하다. 아프다고 상을 찡그리고, 비관스럽게 하늘을 쳐다보던 내가  오늘 저녁의 구름은  노도 섬의 노을을 상상하도록 유도했다. 노도 섬의 노을은 별스럽고 신비했다.  조심하면서 주먹을 쥐어보니 쥐어지고, 세수할 때도 왼손이 오른손을 조금 도와줄 정도가 되었다

 

양 한방 같이 하는 병원엘 가라던 B선생님 말씀이 기억난다. 어느쪽이든 내 몸과 손이 아프지 않고, 오직 내 아버지의 위신과 자존심을 위해  버겁고 지난한 역사소설을 다시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침 맞으러 갔다는 것은 치료가 완성돼가는 과정일까. 아플 때는 동네방네 아픈 현실을 알리는 것도 때로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