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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별세/조선일보/변문원 옮겨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별세/조선일보/변문원 옮겨옴 박돈규 기자 입력 2022.02.26. 13:31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을 지낸 이어령(88)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문학평론)으로 활동했다. 이어령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내가 돌상에서 돌잡이로 책을 잡은 걸, 어머니는 두고두고 기뻐하셨다”라며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나는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우는 인간이 됐다”고 회상한 적이 있다. 그는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1956년 비평가..

카테고리 없음 2022.02.26

큰 스님

큰 스님 염불보다 큰 스님이었다. 나 뿐 아니었다. 오로지 큰 스님 손 한 번 잡아보거나, 자비로운 눈길을 갈망하고 잠시잠깐이라도 큰 스님에게서 무슨 말씀 한 마디라도 들으려고, 전국 각처에서 수천을 헤아리는 중생들이 오지인 태백산 자락의 사찰에 모여들었다. 일반 평범한 신도들은 큰 스님 곁에 도저히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당시 정권 실세들이 대거 무리져서 그 사찰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초파일에는 그들의 명의로 대형 연등이 지금 그 자리의 명칭이 떠오르지 않지만,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좋은 위치에서 태백산의 밤을 밝히던 것은 기억난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지만 큰 스님은 초면인데도 반갑게 먼저 악수를 청하시고, 나를 큰 스님 방으로 데리고 가셨다. 그리고는 사찰 권속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나를 소개하셨..

카테고리 없음 2022.02.23

한 번 앉으면

한 번 앉으면 새벽에 일어나면 곧 바로 책상으로 나온다. 기도 빼고는 대부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청히 앉아만 있다 일어나기 일수다. 메일이나 뉴스를 보기도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책상에 앉을 때는 다른 뜻이 있다. 그 뜻을 십이분 펴지 못한 채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시간이 흘러가도록 보고만 있을 때가 많다. 왜냐하면 한 번 앉으면 밥도 잊어버린다. 세수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 못하고, 무엇엔가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그러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아름답게 불탈 때는 가슴 쓰리게 각성한다. '한 번 앉으면' 이게 매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번 책상에 다가 앉기가 어렵다는 거다. 어떤 때는 겁도 난다. 앉 지 않으면 그만이지 무슨 겁이 나느냐고 혹자는 말할 지도 모른다. 책상은 나에게 일터..

카테고리 없음 2022.02.19

전화 끊어!

전화 끊어! 지난 밤 나는 쑥뜸을 손바닥에 올리고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일찍 자는 습관이 집에 돌아와서 다시 변화를 격고 있기때문이다. 늦게 일어났어도 잠 잔 것 같지 않은 게 전혀 몸상태가 개운하지 않았다. 한의원에가서 침을 맞자! 하고 나는 부지런을 피운다. 오전 접수 시간에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바로 그때 전화가 온다. 이런 경우는 전화를 받지 말아야한다. 70년 대 처음 집집마다 일반전화가 개통되던 당시, 주부들은 대개 그 시간 남편과 아이들을 다 출근, 등교 시키고나서 이방 저방 벗어놓고 간 세탁물과 설거지에 부담을 느껴, 잡다한 집안 일보다 전화를 먼저 붙들었다고 할까. 그때는 그때 대로 전화 수다에 흥미를 느끼는 시절이기도 했다. 전화가 길어지자 나는 짜증이 났다. 전화의 요점은 이번 ..

카테고리 없음 2022.02.18

전자책

전자책 지금 보고 있는 이 원고를 출판사로 넘기면 얼마간 나에게 시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 시간을 잘 활용하여 지지난해 강원도 원주에서 쓴 [매지리 연가] 두어 권, 그리고 지난 해 남해에서 써 놓은 [노도 일기]. 힘이 닿으면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부터 줄창 써 내려간 수필까지 모두 전자책으로 출간할 뜻을 갖고 있다. 왜 전자책이냐? 지난해 봄, 우리집은 곧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짐 저 짐, 짐이 하 많아도 책 짐처럼 무겁고 힘든, 게다가 시원하다고 베란다에 내놓은 책들은 먼지보다 더 작은 책벌레가 발생해서 더 오래 간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한 번 읽었으면 되었다 싶은 책들, 연속 새로운 출판물이 넘치고 있으므로,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의 책을 중고 서점을 운영하는 사..

카테고리 없음 2022.02.17

몰두의 시간은 축복이었어!

몰두의 시간은 축복이었어! 섬에서 돌아온지 한 달 되는 날이다. 오늘 저녁을 기해 나는 6권의 책을 독파했다. 남해지역과 서포 선생 관련 소설책도 있고, 서포가 직접 집필한 장장 700페이지를 상회하는 어려운, 대부분 유교 불교 도교 철학 문학에 속하는 비평서도 있다. 결코 작은 분량, 작은 소득이 아니었다. 읽는 동안 중요한 구절을 만나면 나는 메모를 했고 힘들다 싶으면 자주 쉬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푸른 하늘을 보며 체조도 하고 과일도 먹고, TV를 시청하기도 하면서 한 가지 일로 피로해지고 싫증 나는 것을 방지했다. 자리에 붙박혀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는 일이 이처럼 사람을 피로하게 하는 것이 놀라웠다. 남 보기에는 신선놀음, 한갓진 서생(書生) 놀이었을 것이다. 움직이는 동물이 움직이지 않고 고정..

카테고리 없음 2022.02.12

서울 나들이

서울 나들이 이른 아침 전화가 왔다. 나에게 딱 어울릴 만한 품격있고 어디에 입고 나가도 돋보이는 옷이 들어왔다고. 다른 사람들이 탐을 내어 가져가기 전에 일찍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그 옷을 본 사람들이 몇 명 있고 내가 늦게 나오면 누군가가 선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를 달았다. 옷 떨쳐 입고 나갈 데가 없어진 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지금 옷을 운운하는가. 평소에 내 복장이 허술하거나 초라해 보였던가. 아니라면 글 쓴다고 들앉아만 있지 말고 예쁜 옷 입고 사람들과 만나 좋은 장소에 가라는 의미인가. 글쎄다. 코로나19에 좋은 장소가 있기는 한가. 나에게 옷이 지금 왜 필요하고 왜 아침부터 거론하는가.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기왕 옷을 입을 거면 10년, 20년이 가도 실증 안 나고 고급한, 고..

카테고리 없음 2022.02.10

외출 불가

외출 불가 집에 돌아와 두 번째 외출 계획이 무산되었다. 내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다. 오전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오후에 인사동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머리 자른지 몇 달인가. 너무 길어서 모자를 쓰고도 긴 머리가 목에 걸리적 거렸다. "엄마! 머리 감았네? 오늘 어디 나가?" 딸이 눈치를 챈 듯 물어본다. "음. 모처럼 귀한 분들하고 만나는 날이야." "안 돼 엄마! 오미크론 그거 지금 유행하잖아. 못 나간다니까. 절대 안 돼!" "마스크 쓰고 나갈 건데 안되긴 뭐가 안 돼?" "지금은 아니야. 나가지 마! 만약에~." "듣기 싫다! 왜 만약을 말하나? 기분나쁘게?" 기분이 언짢았지만 더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나는 곰곰 생각했다. 과연 어떻게 처리 하는 게 현명한가. 낮부터 날씨도 풀린다는..

카테고리 없음 2022.02.08

언 땅을 뚫고

언 땅을 뜷고 일상의 사소한 일 제쳐놓고 오로지 내가 읽어야 할 서책을 사들여 낮밤을 앉아 지낸다. 앉아 있기 심히 어려우면 일어나서 국민보건체조로 몸을 풀어본다. 바람은 꽃샘추위를 몰아오듯 맵차지만 창밖으로 바라보는 햇살은 틀림없는 봄이다. 따뜻하고 화사하다. 봄빛이 온누리에 퍼지면 화초와 잡초 가릴 것 없이 언 땅을 뜷고 지상에 싹을 틔우기 위해 안깐힘을 쓰는 계절이 아닌가. 어찌 풀나무 종류뿐이랴. 사람도 코로나 19로 인한 집콕에서 벗어나 봄빛을 즐기러 자연으로 나서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앖다. 책 읽기에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고 애를 썼는데도 슬슬 허리에 통증이 온다. 어깨와 목은 '그만 해' 하고 화를 내는 것 같다. 그럴 때는 짧은 글을 쓴다. 힘들어 질 때마다 이제까지 계속 해오던 ..

카테고리 없음 2022.02.04

서설瑞雪

서설瑞雪 2021년 마지막 밤,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 밤, 눈이 내린다. 일기예보가 모처럼 딱 맞아떨어진 날이었다. 야아! 눈이 온다 눈! 나는 반가워 소리쳤다. 어떤 손님이 그처럼 반가울까. 나는 이 눈은 필시 서설이라고 여겼다. 초저녁부터 내린 눈이 잠자러 방으로 들어갈 때 보니 꽤 많이 내린 듯, 아파트 단지의 모든 나무들은 성스러운 흰꽃이 피어나 유난히 아름다웠다. 잠을 자기에는 아까운 밤이었다. 설날 행사?를 떠올리자 눈 경치를 아쉬워하며 불을 껐다. 나에게는 돌아 갈 고향도 없고 반갑게 맞이해 줄 부모형제도 거의 세상을 떠났다. 나보다 훨씬 늦게 태어나고 나보다 훨씬 적게 인생을 산 동생들도 지난 3년에 걸쳐 세 명이나 세상을 하직했다. 집집의 장성한 손자녀들이 제사 소임을 맡아 주니 나는 단..

카테고리 없음 202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