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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끊어!

능엄주 2022. 2. 18. 11:45

전화 끊어!

 

지난 밤 나는 쑥뜸을 손바닥에 올리고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일찍 자는 습관이 집에 돌아와서 다시 변화를 격고 있기때문이다. 늦게 일어났어도 잠 잔 것 같지 않은 게 전혀 몸상태가 개운하지 않았다.

 

한의원에가서  침을 맞자! 하고 나는 부지런을 피운다. 오전 접수 시간에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바로 그때 전화가 온다. 이런 경우는 전화를 받지 말아야한다. 70년 대 처음 집집마다 일반전화가 개통되던 당시, 주부들은 대개 그 시간 남편과 아이들을 다 출근, 등교 시키고나서  이방 저방 벗어놓고 간 세탁물과 설거지에 부담을 느껴, 잡다한 집안 일보다 전화를 먼저 붙들었다고 할까. 그때는 그때 대로 전화 수다에 흥미를 느끼는 시절이기도 했다.

 

전화가 길어지자 나는 짜증이 났다. 전화의 요점은 이번 대선에 관한 것이었다. 굳이 오랜만에 안부를 묻자고 했으면 안부로 끝낼 것이지 누구를 찍어라 말어라 하는 것은 월권행위다. 의견을 물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대놓고 누구를 찍으라고 종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만 해! 나는 지금 침 맞으러 갈 참이었어!"

나의 이말에  얼른 전화를 끊어주면 중간은 간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모 후보가 꼭 당선 되어야한다면서 강조점을 찍으러 들었다. '그건 니 생각이고, 나는 아니야!'  내 생각하고 어긋나기도 하고 갈길이 바쁜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랬더니 점입가경이랄까. 마치 외운 듯이 그녀의 관점에서 본 모 후보의 장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니가 말 안 해도 나도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어'  나는 그녀와 더는 말하기 싫었다. 내가 잠자코 있으니 그가 더욱 신이 나서 지껄였다.

 

"전화 끊어!"

한 번 말해서는 그녀의 뇌에 입력이 안 되는가.

"전화 끊어!"

할 수없이 나는 같은 말을 한 번 더 반복하고나서 내가 먼저 폰을 내려놓았다. 아침부터 공연히 마음을 교란시키는 전화였다.

 

이 아침 나는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한 데 대해서 반성문을 써야 하리라.

사람이 다 사람 아니고, 전화도 다 받아서 이로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