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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다

눈 부시다 5월 여행이 내 가슴 속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4월에서 종료될 줄 알았다. 게으름 피운 적은 없다. 아파서 쉴 겸 가끔 집밖으로 잠깐씩 나가기는 했다. 나가보아야 인사동이고 조계사였다. 어떤 때는 옛 풍문여고 길을 걸어올라가 정독도서관 등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보기도 했다. 사람을 만난 것은 한두 번이다. 연 전시회에 멀리 지방에서 오신 한학자와 오랜 도반을 만난 일, 정발산 우아한 동네 출판기념회, 그리고 내 친 형제보다 더 정다운 연희동 후배 집에 간 것 등이었다. 더도 말고 2박3일의 여행을 도모하고자 했는데 분망 중에 임인년 5월이 내 곁을 지나갔다. 5월은 흔히 신부의 계절, 연인들의 계절이라고 한다. 문득 알츌 랭보의 '들길을 거닐며' 가 떠오른다. ..

카테고리 없음 2022.06.11

동생 묘소墓所에 가다

동생 墓所에 가다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낮에는 그친다고 했다. 중간에 그친다고 해도 믿기 어려웠다. 비가 내려도 약속 날자를 변경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내 몸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출판사에 원고 보내놓고 줄곧 앓았다. 설마 죽기야 할라고, 전에 암을 앓는 친구가 보내준 Advil 한 캡술 먹었다. 정히 못견딜 때만 한 알씩 먹으라는 거였다. 기왕 맘 먹은 거 그냥 가보는 거다. 동생이 세상을 뜬지 만 일년이었다. 시나브로 내리던 비가 집을 나서자마자 험상스러운 소나기로 변했다. 막 쏟아붓는다. 과연 갈 수 있을까. 건강 생각해서 옷을 좀 따숩게 입고 집을 나섰는데도 오실오실 한기가 돋았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동안 운동화, 바지, 자켓, 머리칼에 온통 빗물이 흐른다. 우산이 바람에 날려 우산대..

카테고리 없음 2022.06.06

10세 어린이의 죽창 훈련.. 일본인 소녀가 겪은 전쟁 [일본史람]박광홍 입력 2022.05.28. 20:0/변문원옮김

10세 어린이의 죽창 훈련.. 일본인 소녀가 겪은 전쟁 [일본史람]/변영희 옮김 박광홍 입력 2022.05.28. 20:09 [일본史람]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된 기억, 88세 할머니의 증언 [박광홍 기자] ▲ 교토의 100년 고서점 '대학당 서점' 책방을 운영하는 타카하시 미치코(가명, 88세)는 현재 고령으로 인해 폐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 박광홍 일본 교토 시내에 있는 헌책방 '대학당 서점'이 문을 연 지도 어느덧 100년이 넘어간다. 그 사이 일본은 전쟁과 패전, 전후복구와 고도경제성장의 격동기를 거쳤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은 변함없이 책방의 서재를 찾았다. 대학당 서점은 일본의 근현대사 그 자체와 함께해 왔다. 시부모로부터 대학당 서점을 이어받은 남편마저 세상을 떠..

카테고리 없음 2022.05.29

"한국인들의 미소 속에는 균열과 얼룩이 있다"/변문원옮김

"한국인들의 미소 속에는 균열과 얼룩이 있다"/변영희 옮김 광주·이상원 기자 입력 2022.05.28. 08:43 안톤 숄츠 기자가 쓴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은 한국인의 불행에 대한 보고서다. 그는 이 나라 사람에게 "달콤한 미소에 감춰진 균열, 완벽한 웃음 속에 비친 얼룩"이 있다고 썼다. 독일 출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안톤 숄츠 기자는 우리 사회의 온갖 면모를 목격해온 이방인 관찰자다. ⓒ시사IN 윤무영 한국인들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SDSN)의 2021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한국의 행복지수 평균은 세계 149개국 중 62위이다. OECD 국가로 비교 대상을 줄이면 ‘불행’에 가깝다. 37개국 중 35위. 그리스와 터키만 한국 ..

카테고리 없음 2022.05.29

인사동의 하루

인사동의 하루 바람 자고 하늘 맑았다. 약속이 없더라도 인사동에 나가 서울 바람을 쏘이고저 했다. 글 읽고 쓰는 노고가 감기를 불러올까 지레 걱정하여 다른 방법을 연구한 것이었다. 마침 그때 전화가 왔다. 8시도 안 된 시간, 나무갤러리의 연꽃 사진전시회를 알려주었다. 오늘이 마감이라고. 서울에 가면 내 코스는 지정돼 있었다. 언제나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조계사였다. 아득한 그 옛날 혹 보천교普天敎 신도였던가. 이상하리만큼 조계사에 가면 외갓집처럼 마음이 푸근했다. 일제강점기 시대 보천교의 교주, 그를 일경에 밀고한 자는 누구였을까. 그는 곧바로 잡혀 화형에 처해졌다. 당시 최고의 세勢를 누리던 우리나라 토종 종교? 보천교는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보천교의 웅장한 건물이 파괴되면서 기둥을 비롯 그 ..

카테고리 없음 2022.05.17

가사노동에 임금 주면 '집에서 논다' 조롱 사라질까/변문원퍼옴

가사노동에 임금 주면 '집에서 논다' 조롱 사라질까 한겨레 입력 2022.05.14. 18:06 수정 2022.05.14. 21:46 [[한겨레S]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한겨레S]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가족의 삶을 유지하는 여성의 노동 '네덜란드 집..' 속 청소하는 하녀 경건하고 기품있게 그려지지만 산업화 이후 여성의 '공짜 일' 이어 제3세계 여성에게 전가된 가사노동 피터르 얀선, , 1668~1672년,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bit.ly/319DiiE 19세기 영국 런던, 해나 컬윅이라는 하녀가 있었다. 21살이던 1854년 어느 날, 컬윅은 중산층 변호사였던 아서 먼비를 우연히 만났고, 이후 연인이 되었다. 그런데 둘의 관계는 ..

카테고리 없음 2022.05.15

역사의 무대에서/박노해시인/변문원옮김

역사의 무대에서 박노해 역사는 자기 방식으로 일을 해요 하늘은 다른 길로 뜻을 이뤄가요 한 시절 악의 세력이 승리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오래 절망하지 말아요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통해 거짓과 죄악의 실체를 드러내며 역사의 무대에서 자기 배역을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니까요 역사는 돌아서 보면 장엄하고 아름다운 연극이죠 선도 악도 어쩌면 하나의 배역 성취도 고난도, 승리도 패배도, 하나의 낮과 하나의 밤이죠 그러니 희극에 도취하지 말아요 그러니 비극에 낙담하지 말아요 어둠 속에서 패배 속에서 서로 함께 묵묵히 걸어가요 밤이 오고 또 밤이 오고 별이 뜨고 아침이 와요 또 봄이 오고 또 새날이 와요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역사의 무대에서’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수록 詩

카테고리 없음 2022.05.10

일을 마치고

일을 마치고 수십 수백 번에 걸친 교정, 보완을 마쳐 출판사에 발송하고 이틀째다. 출판사에서 편집본 원고가 오는대로 재검토 후 보내면, 바로 표지를 선정해야하고 인쇄 단계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참으로 어렵고 벅찬 과정이었다. 초고쓸 때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초고는 마음가는대로 무작정 써내려갔다면 퇴고는 그야말로 각고였다. 함부로 각고刻苦를 말하는 게 아니지만 참으로 피흘리는 작업이었다. 84년에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91년에 장편소설 [마흔넷의 반란] 3권을 마칠 당시에는 멋도 모르고 200자 원고지 5,000매 정도를 거의 한달음에 썼다. 쓰는 즉시 출판사에 넘긴 게 지금 생각하면 큰 실수였다. 출판사에서 편집하면서 그 어떤 전달사항도 나에게 전해진 것 없이 원고 상태 그대로 책이 되어 세상에..

카테고리 없음 2022.04.27

퇴고(推敲)

퇴고推敲 옛날에 어느 선비가 말을 타고 가면서 자신이 쓴 글을 퇴고 했다고 하던가. 말을 타고 가면서 어떻게 글을 볼 수가 있담. 몸이 흔들리는데, 그리고 말을 타고 다니던 옛날이라면 책상에 앉아서 편하게 연필로 쓴 글이 아니고 먹을 갈아 한지에 썼을 것 아닌가. 그 무엇으로 어떻게 썼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퇴고다. 이 이야기는 말을 타고 가면서도 퇴고를 하는 그 사람의 글에 대한 열의, 퇴고의 중요성, 어려움을 말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집에 돌아온지 100일이다. 나는 그 100일 동안 몇 차례 병원 간 것, 조계사에 초파일 연등달으러 간 것, 섬에 머물때 영양제랑 탈모 방지 비누를 보내준 동료 작가와 인사동에 간 것, 엊그제 시인 친구 만나러 왕복 5시간에 걸쳐서 먼 데 다녀온 것, 손..

카테고리 없음 2022.04.17

오늘은

오늘은 나는 매일같이 오늘은, 오늘은, 하고 기다렸다. 노도섬에서 품고온 남해 이야기가 완성되기를. 어젯밤에는 완성이더니 아침에 보면 또다시 오탈자에 오류가 보인다. 장 장 A4 300매 정도의 분량을 압축하면서 뺄것을 안 빼고, 넣을 것을 안 넣는 일이 발생한다. 수정하고 바로 저장을 눌렀는데 그게 삭제나 되돌리기 표를 잘못 눌러 원상태로 돌아갔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 연달아 발생했다. 피가 마른다. 머리꼭지에 뜨끈뜨끈 열불이 치솟는다. 종아리에도 열불이 옮았다. 15시에 아침 겸 점심 한술 먹고 어느덧 한밤이 되었다. 위장도 고단한가. 텅 비어 신호를 보낼만 한데도 하도 열중하니까 그 시퍼런 서슬에 밥주라고 신호를 보낼 수가 없는가. 전혀 기미가 오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두릅, 당귀, 냉이, 엄나무..

카테고리 없음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