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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아우성

꽃들의 아우성 드르륵 거리는 소리. 대형 망치로 부수고 끌같은 것으로 긁어내는 소리, 듣고 있기에는 너무 큰 소리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들려오는 그 소리가 사흘 째다. 처음엔 일에 코가 빠져서 잘 모르고 지냈다. 오늘은 특별히 더 요란하고 거슬렸다. 그 소음의 출처를 알아보러 집밖으로 나갔다. 경비 아저씨가 젊은 남자들과 저만치 서서 나에게 손짓했다. 아마도 나처럼 소음을 견디다못해 밖으로 나온 아파트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경비 아저씨가 팔을 뻗어 우리집 바로 옆동을 가리켰다. 아파트 마당에 추럭이 서 있고 그 추럭에 깨진 벽돌, 뜯긴 타일, 합판같은 것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집수리하는 집에서 나온 폐기물이었다. 쉽게 끝날 소음이 아니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닫고 밖에 나갈 준비를 ..

카테고리 없음 2022.04.06

먼데서 전화가

먼데서 전화가 오늘은 새벽부터 기분이 저조했다. 원고 작업을 마무리하고 손을 농아서인가. 갑자기 시간이 강물처럼 밀려와 주체하기어려웠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으면 잠시 조계사에 가서 향 피워 올리고 탑이라도 돌고 올까 싶었다. 법당에는 일일이 체온 재고 뭐를 쓰고 귀찮다. 밖으로 마음을 돌리면 덜 우울할 것 같았다. 마침 먼 시골에 사는 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 자식 다 소용없어요! 전화를 귀에 대자마자 그분이 말했다. 음성이 약간 격앙되어 있었다. 그분의 한 아들은 외국 나가 살고 있고 한 아들은 서울에 산다. 자식이 소용없다 소리를 그분은 근래 자주 하셨다. 오늘도 똑같이 그 말씀이었다. 자존심이 워낙 강한 분이라 여간해서는 자식이야기, 더구나 조금이라도 언..

카테고리 없음 2022.04.05

청주에 가고 싶어

청주에 가고 싶어 나는 어제 하루를 완전히 공쳤다. 심화心火가 내 영혼까지 잠식해서 한 자리에 좌정할 수 없는 날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잘 인내해왔고, 얼마나 무던하게 내가 쓴 소설을 위해 헌신했으며, 비티민D 를 위해서 잠시잠깐 햇살 바라기하러 밖에 나가는 시간도 아까워라 몰두했는지, 그게 다 허망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지? 내가 어디에 설 자리가 있어? 날보고 어디로 가라는 거야? 오전 내내 나는 집안을 뱅뱅돌면서 고민했다. 周易괘는 수뢰둔이었다. 더 해석할 여지 없이 상당히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자 외출도 어려울 듯 싶었다. 넘어지거나 다칠 수도 있었다. 그게 반드시 수뢰둔의 일진이어서가 아니라 내 심신이 몹시 지쳐있기 때문이었다. 내 작업에 비상이 걸린 것이었다. 나는 악조건?을 묵..

카테고리 없음 2022.04.02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왜 교정 보는 중에 돌연 글자가 王 글자로 변해? 처음부터 11폰트로 썼고 지금 전체 쪽수를 대거 축소하기위해 수정 중인데 대체 무슨 변고야? 이 일을 어찌해야 해? 상단에는 11로 분명히 글자 크기가 그대로인데 이건 30폰트도 넘어 보인다. 수정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였다. 왕글자는 삭제도 안되고 요지부동이다. 나는 겁이 와락났다. 가슴이 떨려서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난해 랜섬웨어에 감염돼 컴 기술자가 방문했다. 그는 랜섬웨어 범인들이 미화 2445불을 송금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놈들은 빠른 해결을 원하는 나를 더욱 겁나게 했다. 2445불을 송금하면 일이 해결된다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놈들과 가격을 놓고 통화하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해 보였다. 놈들이..

카테고리 없음 2022.03.30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우리집 근처에는 초.중. 고등학교가 있다. 이른 아침 땡땡땡! 종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왔고, 각급 학교 학생들이 등교할때는 발랄함과 생기가 온 동네로 넘쳐 흘렀다. 그런데 그게 아주 먼 옛날이 되었다. 요즘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바뀌어서 학교장 재량으로 등교를 결정한다더니, 그 뉴스가 전해진지 오래인데도 주변의 학교들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조용하다. 작은 녀석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입학식은커녕, 교과서 받으러 한 두 번 등교한 것 빼고는, 운동장도 변변히 밟아보지 못했다. 3학년이 된 지금도 학교는 다만 적요함을 유지하고 있다. 애들이 학교에 못가는 동안 코로나 19 와중에, 인근 아파트 단지로 소음을 날리면서 학교 본 건물보다 더 거창하게 신축한 체육관까지 고요..

카테고리 없음 2022.03.16

[허연의 책과 지성] '아내'는 남자들의 발명품이었다/매일경제/변문원 퍼옴

[허연의 책과 지성] '아내'는 남자들의 발명품이었다 기사입력 2022-03-12 00:08 매릴린 옐롬 (1932~2019) "'아내'는 남성들이 만들어낸 발명품이었다" 아내의 역사 추적한 역사학자이자 여성주의 작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결혼식에는 결혼(혼인)서약이 등장한다. 요즘 들어 개성 있는 서약서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중심 부분의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나 ○○○는 오늘부터 ○○○를 아내로 (남편으로) 맞아들여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맹세합니다." 이 혼인서약문은 1552년 만들어진 영국 국교회 기도서에 수록된 내용이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서약문 내용엔 지금과 다른 점이 있었다. 당시에는 아내가 읽는 부분에 한..

카테고리 없음 2022.03.12

어리버리

어리버리 나는 가슴이 떨리고 당황했다. 외출이 오랜만 이기는 하지만 출판사 대표?를 만나는 날이어서 일거다. 조금 신명도 났다. 어쨋든 외출은 즐거운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하철은 날씨가 풀린 때문에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다. 빈자리가 없다. 밖에 나오니 이렇게 사람들이 활동을 많이 하고 있구나, 나처럼 섬에서 돌아오고나서 집에 붙박혀 지내는 중생은 드물겠구나. 천하에 바보가 '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국역에서 내렸다. 수년을 두고 매일 출근하다시피 다니던 서울 거리, 장편소설 3부작 [마흔넷의 반란], 장편소설 [황홀한 외출] 과 수필집 [비오는밤의 꽃다발]을 창작한, 조계사와 천도교 건물이 있는 그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지하철은 만원이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고 쓸쓸할..

카테고리 없음 2022.03.07

오늘 아침

오늘 아침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한다, 본래 타고나기를 말 많이 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같이 대선 기간에는 더욱 아무하고도 말을 섞지 않으려한다고 할까. 카톡을 아예 없애기도 그렇고, 그냥 두고 보자니 쓸데없는 것이 범람하여 짜증날 때가 많아 고민 중이다. 수많은 식재료 업체들이 잠을 깨기도 전에 카톡을 보낸다. 카톡오는 소리가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카톡보다 더 성가신 것은 이른 시간의 전화다. 오늘 아침 나는 말을 아끼고 숫제 벙어리로 지내던 일상에서 다소 삐끗했다고 할까.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몇 마디 문답을 하다가 나는 본심?을 털어내고야 말았다. 이만큼 세상을 살아서일까. 아니면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소설화하느라고 그 방면에 특별해졌는지 몰라도, 사람을 보면 관상가도 아닌데 투..

카테고리 없음 2022.03.02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고 2/ 변영희 글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고 2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문명의 배가 부서져 해체되어 그것을 태운 재에서 다시 탄생하는 그 어떤 것, '죽음의 재'가 아니라 고목의 가지에 꽃을 피우는 하나사카지지의 재와 같은 것, 거친 바닷물이 생명의 소금으로 결정되어 번쩍이는 것, 또 물질문명의 배가 타버린 자리에서 만들어진 고도(琴), 그러나 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온누리(七鄕)에, 7대양(七大洋)의 구석 구석에 울려 퍼지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저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일깨운다. 일본은 세계 시장에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세계를 정신의 시장으로 생각하고 사랑이라는 상품, 생명이라는 상품, 살아가는 진정한 행복의 상품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 침몰(日本沈沒)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

카테고리 없음 2022.02.26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고 1/변영희글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고 1 이어령은 자신의 책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일본 문화의 특징을 구석구석까지 밝게 조명하여 날카롭고 정확하게 또한 당당하게 펼치고있다. 일본인은 무슨 물건이든 간에 조그마하게 축소하고마는 속성을 가진 민족이다. 예를 들어 하이꾸(俳句), 나무도시락, 석정(石庭), 분재, 트랜지스터, 전자식 탁상시계 등의 축소지향이야말로 일본을 공업사회의 거인으로 밀어 올려 경제대국을 이룩하게 하였다. 망요슈(萬葉集)이 장가(長歌)가 단가(短歌)의 31자가 되고, 다시 하이꾸의 17자가 되는가 하면, 밥상을 줄여서 이동하면서 먹는 벤또로 만들고, 쥘 부채며, 꺾어 접어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우산이며, 라디오를 정교한 트랜지스터로 만들어 자원이라고는 귤과 온천뿐인 일본의 제품이..

카테고리 없음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