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어쩌나
우리집 근처에는 초.중. 고등학교가 있다. 이른 아침 땡땡땡! 종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왔고, 각급 학교 학생들이 등교할때는 발랄함과 생기가 온 동네로 넘쳐 흘렀다. 그런데 그게 아주 먼 옛날이 되었다. 요즘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바뀌어서 학교장 재량으로 등교를 결정한다더니, 그 뉴스가 전해진지 오래인데도 주변의 학교들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조용하다. 작은 녀석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입학식은커녕, 교과서 받으러 한 두 번 등교한 것 빼고는, 운동장도 변변히 밟아보지 못했다. 3학년이 된 지금도 학교는 다만 적요함을 유지하고 있다.
애들이 학교에 못가는 동안 코로나 19 와중에, 인근 아파트 단지로 소음을 날리면서 학교 본 건물보다 더 거창하게 신축한 체육관까지 고요를 머금고 있다. 그 세련 산뜻한 건물은 보는 이들에게 울화를 부추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고, 아이를 낳더라도 길러줄 사람도 없고, 어린이 집 보내면 죽고 다치고 각종 사고 나고, 그런 형편이다. 매년 신학기에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차제에 저토록 멋지고 고급한 신축 체육관은 텅 텅 빈 상태로 운동장 면적만 좁혀놓고 있지 않은가.
우리집에서 잘 보이던 , 그 아름답던 풍경이 가려져버려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던 것도 옛 이야기가 되었다. 생각하면 이것저것 속이 터지는 요즘이다. 더 속 터지는 것은 큰 녀석에 이어서 작은 녀석의 확진 소식이다. 학교를 못 가니 학원을 더 열심히 갔고, 학원은 학교보다 교육 환경이 더 협소, 불량?하면서 학원비는 대폭 늘어났다. 학교 생활의 즐거움도 유익도 없이, 큰 녀석에 이어 작은 녀석이 엎친데덮친 격으로 확진 판정을 받다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수학을 전공한 제엄마가 살아있으면 두 녀석들을 얼마나 잘 보살펴 주고, 학원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 수업도 원활했을 터이다. 시설면에서나,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원이, 결국 얘들에게 올무가 된 꼴이다. 학원조차 안 가면 성적떨어질 게 걱정이고, 생기충천하는 소년들이 노상 집에만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낮까지 별무소식이더니 저녁에 갑자기 날아온 확진 소식에, 별로 내키지도 않은 내 저녁 음식이 어딘가에 걸려 속이 뒤틀리고 있다. 얹힌 것이다.
밤새 잠을 못자고, 머리가 깨지게 아픈 중에 새벽을 맞이했다. 말이 좋아 자가격리지 온 가족이 아파트안에서 복작거리는데, 단체 확진 계기를 무한 허용한 것과 다를바 없다. 줄기차게 백신 접종을 강조하여 어린 소년들이 정부 시책에 순순이 따른 결과가 확진, 이것이란 말인가. 대체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애들 외갓집에 알린다고 해도 사돈네가 오미크론이 전국적으로 불같이 확산되고 있는데 과연 오실 수나 있을까.
내 진즉에, 코로나 위험이 비교적 적은 시골로, 지방으로 이사가려고 했고, 아들에게도 전근, 애들 전학을 건의했다. 적어도 자연환경을 믿을 수 있고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곳, 사람 냄새, 흙냄새가 나는 곳으로 가서 평화롭게 살아보자고 했다. 몸의 평화, 마음의 평화가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 뜻대로 안되었다. 내가 다른 성 씨 집으로 편입된 이후, 내 뜻 대로 되어진 일은 100에 한 가지도 없다. 그 것이 결혼의 무덤이라는 것이겠다.
이럴 때 나는 어쩌면 좋은가. 어떤 방법이 아이들을 온전하게 지키는 방법인가. 혹자는 코로나 증상이 기존의 독감보다 조금 더 강한 독감 수준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타이래놀 정도로 코로나가 낫는다는 거야? 무어야? 이런 경우 누구 말을 믿어야할까.
공교육이 사그리 무너진 것도 큰 문제다. 더구나 온라인 수업은 별도로 학원 강의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중론이다. 학원에서 다 배우고 오니까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단지 시험, 평가만 하면 된다고 어느 퇴직 교사가 말했다. 다리뻗고 밥먹기다. 나는 꽤 억울하고 분하다. 하필 우리 애들이냐. 애들 엄마는 9년 전 하늘나라로 가버렸지 않은가. 애들 엄마 호출이 영영 불가능한데 이를 어쩌면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