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18

변영희 소설집 <열일곱의 신세계>를 읽고/곽정효

변영희 소설집 를 읽고/곽정효 변영희 2020-09-17 10:18:45 변영희 소설집 속에는 신산한 삶을 살아내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 주변에서 언제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뒤돌아 파보면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질긴 목숨들이다. 을 보자. 슬프고 암담한 여인과 그 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석유 파동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과 젊은 엄마가 그 파동을 감당한다. 가정은 망가졌지만 가족을 지켜낸다. 어린 아들들은 거지라고 놀림 받고 주인집 여자의 냉대와 멸시에 잔뜩 움츠린다. 먹을 것이 없고 거처할 곳마저 막막하다. 그래도 삶의 끈을 움켜쥔다. 남편은 결국 돌아오지 않는다. 더 기다릴 수 없어 덜 야박한 사람들이 사는 시골 마을로 이사한..

카테고리 없음 2022.08.14

회향

회향 오늘이 며칠인지 몰랐다. 며칠 전에 달력을 보긴 보았어도 곧 잊은 모양이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갑자기 생각났다. 8월 중순이고 음력으로는 7월 보름이었다. 아차! 나는 얼른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비가 멎어 적당히 서늘해진 날씨에 외출은 큰 부담이 없다. 다만 발가락이 발갛게 부어있어 신경이 쓰였지만 안 갈 수는 없다. 폰에 찍히는 문자 카톡을 보느라 안국역까지 잠깐인 듯 했다. 종로경찰서 담장에는 보라색 무궁화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애기 감을 무수히 달고 있는 감나무도 있고, 담장이 넝쿨도 어우러져 종로경찰서에서 한 여름의 풍치가 새삼 두드러진다. 조계사가 가까워지자 염불 소리가 들려왔다. 염불소리에 그동안 세속사에 골몰하느라 재를 올려놓고 오지 못해서일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

카테고리 없음 2022.08.12

수위水位를 바라본다/변문원 옮김

수위水位를 바라본다 박노해 노동산 자락에 자리 잡은 우리 동네 마당가에 서면 저수지가 보이고 그 아래 층층의 다락논이 보이고 긴 방죽 너머 갯벌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가뭄이 오고 논밭이 갈라질 때면 저수지 바닥까지 내려가는 수위를 보며 다들 애가 타고 어린 나도 속이 탔다 그러다 장마가 지고 수위가 넘실대면 빗속에서 둑을 메우고 방죽을 막는 어른들 틈에서 나 또한 속이 울렁이고 터질 듯 거대한 수위에 전율하곤 했다 수위水位 물의 크기, 물의 높이, 물의 눈금 수위가 바닥나거나 범람할 때는 자연의 무시무시한 눈금이었지만 수위가 알맞을 때면 풍요와 감사의 노래가 울리는 오선지였으니 오늘 나는 우리 시대의 수위를 바라본다 불만과 불신의 수위 불안과 우울의 수위 탐욕과 무례의 수위 분노와 혐오의 수위 우리들 영..

카테고리 없음 2022.08.09

산후통 앓듯이

산후통 앓듯이 아기를 출산하면 며칠 동안은 병원에 입원한다. 아기는 신생아실로 데려가고, 간호사는 시간시간 산모의 건강을 보살펴준다. 병원에 머물면 특별히 걱정할 게 없다. 그런데 그 후가 걱정이다. 요즘 날씨 무덥고 습도 높아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출산후의 그 찐득거리고 칙칙한, 태반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산후통을 심하게 앓던 생각이 난다. 몸 전체가 비맞은 것처럼 땀으로 범벅되고, 밑에서는 하혈이 끊이지 않고 무슨 산골짝 냇물 흐르듯했다. 의사 간호사가 수시로 와서 산모 상태를 점검하지만 그 상황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아 산모는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는다. 대형 병원이라 다행이지 대량출혈로 이어져 동네 병원은 자칫하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출혈이 계속되어 산모는 완전 혼수상태다. 기력을..

카테고리 없음 2022.08.08

단상

단상 1. 구름이 산을 좋아 하는가. 바다를 더 좋아 하는가. 산을 못 떠나고 산 위에 길게 누워 바다를 바라본다. 어디선가 둥둥 거리는 소리, 그 소리는 기계음 같지는 않다. 바닷속에서 나는 소리인가. 고기잡이 배에서 나는 소리인가. 흰 갈매기 몇 마리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호연지기를 뽐내듯 유유히 비행한다. 비 그쳤어도 바람의 강도는 여전히 심하다. 춥다. 춥다고 창문 열지 않을 수도 없다. 환기하려고 서쪽 동쪽 조금씩 열었다. 나무들 주억거리는 모양새가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주억거리는 형태도 각각 달라보인다. 자연에 내맡긴 생명체는 나무라고 별 다르지 않다. 오늘도 바깥에는 못 나간다. 싱싱한 채소 구입 외에는 굳이 나갈 일도 없다. 냉장고와 서랍에 뭐가 잔뜩..

카테고리 없음 2022.08.06

책 소개

남해의 고독한 성자 (변영희 장편소설)변영희 저 | 도화| 2022.06.30목차 작가의 말선상의 아기어머니 선생님입신양명결혼과 관직암행어사 행차직언신하들의 변론금성으로 정배 가다풀려나다사직이 파직이 되다만중의 효심어릴 때 동경하던 문형부언산 넘고 물 건너변방의... 0.0| 리뷰[0개]| 15,000원 → 13,500원(-10%) 제공 : 인터파크 도서 열린도서예스24|인터파크|교보문고|알라딘|도서11번가|반디앤루니스|영풍문고|커넥츠북열린대여내주변 도서관|국립중앙도서관|국회도서관|국가자료종합목록 쇼핑 쇼핑검색 문의 도화 [도화]남해의 고독한 성자 13,500 원 [보리보리/이노플리아]남해의 고독한 ... 13,500 원 이노플리아(innoplia) [이노플리아(innoplia)]남해의... 13,500..

카테고리 없음 2022.08.05

여름을 노래하는 클래식.. 국립합창단 '바다 교향곡' 초연/한국일보/변문원퍼옴

여름을 노래하는 클래식.. 국립합창단 '바다 교향곡' 초연 등 김소연 입력 2022.08.05. 04:31 국립합창단, 12일 본 윌리엄스 '바다 교향곡' 국내 초연 클래식 레볼루션 '멘델스존&코른골트' 12~21일 작곡가 본 윌리엄스(왼쪽부터) ·멘델스존·코른골트. 위키미디어 커먼스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음악에도 계절 음악이라는 게 있다. 가령 캐럴은 겨울에 들어야 제맛이고, 후텁지근한 여름에는 바다를 표현한 클래식 음악이 야외 축제에서 자주 연주되곤 한다. 바다에서 영감을 얻은 작곡가들의 곡은 밀려오는 파도,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의 질감 등을 음악으로 구현해낸다. 때마침 여름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연주 곡목에 포함시킨 클래식 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국립합창단, ‘바다 교향곡' 초연 등 '서머 ..

카테고리 없음 2022.08.05

유람을 나서야 하는이유/한국고전번역원/ 변문원퍼옴

유람을 나서야 하는 이유 유몽인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64세(1622) 때 금강산 표훈사(表訓寺)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옆 삼장암(三藏菴)의 승려 법견(法堅)이 젊은 제자 자중(慈仲)을 보내 글을 청했는데, 위는 그때 써준 글의 첫 부분이다. 법견은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제자로 임진왜란 때 의승장(義僧將)으로 활약하였다. 유몽인은 얽매임을 싫어하여 약관(弱冠) 때부터 산수 유람을 나섰다. 삼각산·천마산·설악산·금강산 일대를 보았고, 마천령을 지나고 장백산을 넘어 두만강에 이르렀으며, 칠보산·묘향산·구월산까지 우리나라 온 산하를 두루 유람하였다. 중국도 세 번이나 다녀와 요동에서 북경까지 그 아름다운 경관을 다 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사마천(司馬遷)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 자부하였다...

카테고리 없음 202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