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향 오늘이 며칠인지 몰랐다. 며칠 전에 달력을 보긴 보았어도 곧 잊은 모양이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갑자기 생각났다. 8월 중순이고 음력으로는 7월 보름이었다. 아차! 나는 얼른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비가 멎어 적당히 서늘해진 날씨에 외출은 큰 부담이 없다. 다만 발가락이 발갛게 부어있어 신경이 쓰였지만 안 갈 수는 없다. 폰에 찍히는 문자 카톡을 보느라 안국역까지 잠깐인 듯 했다. 종로경찰서 담장에는 보라색 무궁화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애기 감을 무수히 달고 있는 감나무도 있고, 담장이 넝쿨도 어우러져 종로경찰서에서 한 여름의 풍치가 새삼 두드러진다. 조계사가 가까워지자 염불 소리가 들려왔다. 염불소리에 그동안 세속사에 골몰하느라 재를 올려놓고 오지 못해서일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