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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동 아저씨와 꽃밭

내가 이제부터 말하려는 그 아저씨, 506동 아저씨는 특별했다. 햇볕이 피부에 닿으면 어지간히 따가운 초여름 날씨였다. 나는 야채 과일 등을 사러 단지 안에 있는 상가를 지나서 큰 길로 나갔다. 시장바구니에 물건을 한가득 싣고 돌아올 때는 지름길인 506동 앞으로 질러오곤 한다. 그 길은 아침나절 그늘이 져 덥지 않고, 506동 앞 화단에서 한 아저씨를 만나게 되는 즐거움이 따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모자를 푹 눌러 쓴 아저씨. 키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게다가 남자로서 가히 등치발이랄 것도 없는, 그렇다고 왜소하지도 않은 체형은 짐작으로 대강 알 수 있었다. 그는 손에 작은 연장, 호미나 삽을 들고 화단을 손보고 있었다. 채양이 달린 회색 모자를 쓴 그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안정되고 차분한 분위기가..

카테고리 없음 201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