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렇게 나 이렇게 수 십, 수 백 번 본 원고는 일찍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전에는 교정 보완 수정 퇴고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고작 문장과 철자법에 치중했다 할까. 예전에 교수님 서책 만들 때 원고를 하루 200자 원고지 100매씩 쓰고 나서, 인쇄소까지 달려가 밤을 지새며 교정을 본 적은 있다. 내가 혹 실수라도 하면 교수님 체면이 깎일까 염려해서 였다. 내 순수한 성의이기도 했다. 책이 세상에 나오자 나에게 어떤 실수도 없다는 게 판명되었고, 그래서였던가. 스스로 자신감이 있었던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 후 퇴고에 그다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았음을 시인한다. . 저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글에 취해서 오타 오류를 미쳐 발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줄 모르고 범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