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墓所에 가다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낮에는 그친다고 했다. 중간에 그친다고 해도 믿기 어려웠다. 비가 내려도 약속 날자를 변경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내 몸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출판사에 원고 보내놓고 줄곧 앓았다. 설마 죽기야 할라고, 전에 암을 앓는 친구가 보내준 Advil 한 캡술 먹었다. 정히 못견딜 때만 한 알씩 먹으라는 거였다. 기왕 맘 먹은 거 그냥 가보는 거다. 동생이 세상을 뜬지 만 일년이었다. 시나브로 내리던 비가 집을 나서자마자 험상스러운 소나기로 변했다. 막 쏟아붓는다. 과연 갈 수 있을까. 건강 생각해서 옷을 좀 따숩게 입고 집을 나섰는데도 오실오실 한기가 돋았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동안 운동화, 바지, 자켓, 머리칼에 온통 빗물이 흐른다. 우산이 바람에 날려 우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