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시다 5월 여행이 내 가슴 속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4월에서 종료될 줄 알았다. 게으름 피운 적은 없다. 아파서 쉴 겸 가끔 집밖으로 잠깐씩 나가기는 했다. 나가보아야 인사동이고 조계사였다. 어떤 때는 옛 풍문여고 길을 걸어올라가 정독도서관 등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보기도 했다. 사람을 만난 것은 한두 번이다. 연 전시회에 멀리 지방에서 오신 한학자와 오랜 도반을 만난 일, 정발산 우아한 동네 출판기념회, 그리고 내 친 형제보다 더 정다운 연희동 후배 집에 간 것 등이었다. 더도 말고 2박3일의 여행을 도모하고자 했는데 분망 중에 임인년 5월이 내 곁을 지나갔다. 5월은 흔히 신부의 계절, 연인들의 계절이라고 한다. 문득 알츌 랭보의 '들길을 거닐며' 가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