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이 늦은 밤 친구가 전화했다. 친구는 해 떨어 지기가 무섭게 초저녁 잠에 빠지는 습관이 있다. 중요한 모임을 알리려고 전화를 하면 언제나 응답이 없다. 그게 친구들 사이에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오랜 친구사이에 늦은 저녁이라도 전화를 할 수 있고, 더구나 그 용건은 중요한 모임을 알리는 것인데, 친구는 해가 진 다음에는 전화를 일체 받지 않았다. 그런 친구가 밤 10시에 나에게 전화를 했다.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나 왜 이렇게 슬프니, 나 너무 슬퍼서 죽고 싶어. 살아서 뭐 하니?" 상대방에게 답을 구하는 전화는 아닌 것 같고, 죽고 싶다는 마음, 죽고 싶다는 표현은 적당하지가 않다. 나는 친구가 우울증이 깊어진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도 나에게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