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민
새로운 고민이라고 이름 붙인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만큼 내 삶에 있어서 간곡한 사안이기 때문이리라. 맹위를 떨치는 혹서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가슴이 답답한데, 한 통의 전화로 심경이 복잡해진 것, 먼길 이동에 대한 우려보다는 결정을 지켜봐야 하는 일인데 나는 왜 고민부터 하는지.
최근까지 병원에 다니면서 나의 심신이 편안을 누리지 못해서인가. 은둔 생활 실제 겪어본 적도 없으면서 지레 겁을 먹어서인가. 더운 날씨 탓인가. 지원신청서 이틀에 걸쳐서 신중하고 성의 있게 작성을 해놓기는 했다. N 군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자 반가운 마음에 후딱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서포西浦 체험 마을, 3~400년 전의 서포 숨결, 서포 족적을 음미, 추적해볼 수 있는 호기로 알고 반색했다. 이미 시작해놓은 장편소설, 완성의 기회가 왔다고 환호했다.
걱정이 앞서는것은, 고속버스로 혹은 KTX로 달려가야 하고, 거기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배타고 섬으로 들어가야하는 먼 노정路程이 불안했기 때문인가. 한 번 답사한 경험으로 비추어불때, 출발지에서 노도까지 조카가 짐 들어주고 함께 하면서 편리하게 다녀왔지만, 결코 만만한 코스는 아닌 것이다. 그 섬에는 그 지역 토박이, 고령자가 몇 명쯤 거주한다고 해도 그곳은 한적하고 외진 곳이다. 앞뒤로 바다와 산이 둘러싸고 있는 3동의 레시던스 건물에 고작 0명이 입주해야 하고, 시설 이용료도 부담하면서 끼니를 각자 해결해야 하는 불편. 수시로 뭍으로 나가 식료품 조달의 어려움,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교통사고 전, 나는 호기롭게 기함氣陷을 토했다. 그렇다! 나는 오로지 김만중만, 내 작품만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어쩌겠나. 나는 답답한 나머지 주역 괘를 뽑아 보기로 했다. 화천대유였다. 와아! 고무적이다. 내 주변에는 개인적인 문제로 의논을 하거나 도움을 받을 만한 상담자가 없다. 평범한 상담과는 거리가 있고, 상담자 부재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 결심이고 실천 의지가 아닐까.
나는 화천대유괘를 만남으로 더 망설일 일이 없어졌다. 과단성있게 일단 저질러 보는 것이다. 인생은 저지르는 데 묘미가 있다고 했던가.
괘풀이(火天大有卦)
대길하다. 덕이 있는 자리에서, 주변에 빛을 뿌리고 있는 상이다. 하나의 음효가, 제왕의 위치 5효에 위치한다. 주위의 의견에 따르는 지도자의 상이다. 무언가 결실을 맺을 때다. 고대문자로 황제의 “제(帝)자는 씨앗을 머금은 꽃의 씨방이란 뜻이다. 이 대유괘는 이러한 열매를 맺는 길상이다. 어려움을 끊어내고 밝음을 천하에 뿌린다.‘大有’는 크게 만족하여 즐거워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卦를 얻은 사람, 현재 자신의 역량에 맞는 일을 한다. 또 결과도 좋아 조금도 불만이 없다. 될 수 있으면 이러한 상황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이 卦는 공명정대한 덕(德)과 넓은 아량으로 천하를 포용하는 군자의 모습을 그린 卦이다. 태양이 중천에서 밝게 빛나 그 광명이 온 누리의 만물에 비친다.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일만 아니라면 어떠한 일을 해도 크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런데 햇빛이 밝으면 그늘이 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소인배들이 주변에 많을 수 있다. 그들까지도 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평소의 덕을 잃지 않고 바르게 처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는 일마다 뜻대로 이루어지고 부(富)와 명예에 따라, 자칫 방종에 빠질 수 있는데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의 성운을 오래 보존하는 길은 오직 군자의 덕을 따르는 것이다. 이 卦는 인생 제반사에 모두 좋다.
[출처] [주역 64괘 풀이 해석] 火天大有 (화천대유) 순조로운 시작을 섬세하게 키우기|작성자 철학인문학자
나는 윗글을 쓴 분에게 무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 조력자, 멘토를 만나, 난제에서 구원받은 기분이 든다. 좋다! 밀고 나가자. 스스로 노력하는 자에게 하늘도 돕는다. 되면 더 좋고 안 되도 후회할 일이 없다. 새로운 고민은 이것으로 일단락 짓기로 한다. 나는 여러 가지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