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새옹지마
매일경제 원문 | 뉴스줌에서 보기 |입력2021.02.09 17:54 |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조 바이든이죠."
"그럼 세상에서 가장 행운아는 누구인가요?"
"그것도 조 바이든입니다."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 한 달여를 맞는 조 바이든 대통령. 그를 설명하는 얘기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 대화는 그의 인생 새옹지마를 압축해 보여준다. 바이든 친구인 테드 코프먼 전 상원의원이 바이든을 왜 세계 최고의 불행아이자 행운아로 꼽는지에 대한 까닭은 이렇다.
불운함의 키워드는 슬픈 가족사다. 1972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는 부인과 13개월 된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러 갔다가 대형 트럭과 추돌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30세로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기쁨을 맛봤는데 불과 40여 일 뒤 그는 부인과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내는 극한의 슬픔과 마주했다.
이렇게나 불운한 인간에게 코프먼은 1988년 사건을 회고하며 '최고 행운아'라는 새 타이틀을 붙인다. 당시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며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영국 유명 정치인의 연설을 표절해 자기 것처럼 얘기했다는 도덕성 논란이 빚어지자 고민 끝에 중도 사퇴했다.
인생 최대의 도전을 접고 수개월이 지난 1988년 2월 그는 머리가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쓰러졌다. 뇌혈관이 똬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가 발생한 것이다.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는 동안 병원 측은 사망에 대비해 성직자를 불러놓을 만큼 위중했다. 코프먼은 "만약 바이든이 경선을 계속 뛰었다면 사전 징후가 나타났어도 이를 무시하다가 세상을 떴을 것"이라고 말한다.
팬데믹 장기화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주변에 넘쳐난다. 스스로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을 때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바이든의 인생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