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풍요와 인간의 교만
“인간사를 섭리하는 하늘, 인간사에 대하여 공평하신 하느님”
기사입력시간 : 2015/08/05 [16:33:00]
김재홍
종교와 철학에서는 대부분 하늘의 섭리는 공평하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부정하기도 하고 의혹스럽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언론 매체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은 로또 당첨도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이루는 것 같은데 유독 나는 왜 잘 안되는가?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남에게는 냉정하고 내 자신에게는 관대한 이기심이나 자신 노력한 것에 비해 바람이 너무 큰 것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성인聖人들은 험난함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 때는 머물고 서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덕을 닦는 반신수덕反身修德을 하라고 한다.
과연 하늘은 공평한 것인가에 대해서 주역周易의 뇌화풍괘雷火豊卦를 통해 하늘과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의 모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뇌화풍괘雷火豊卦에서 ‘풍豊’은 「설문해자」에서 예禮를 행하는 그릇인 두豆에 음식물이나 물건이 풍성한 것을 말한다. 또한 ‘풍豊’은 용기用器에 물건이 가득 찬 것이요, ‘만滿’은 물이 가득한 것이다. 하지만 그 성대함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 상대적이라 많은 인간사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원인이 된다.
풍괘豐卦를 괘상卦象으로 보면 밖으로는 움직이는 진震이 있고. 안으로는 밝은 진리를 상징하는 이離의 덕德이 있다. 그러므로 밝은 지혜知慧로 진리를 행行하는 까닭에 풍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왕도정치의 측면에서 보면 밝은 지혜로 국민들을 살펴보면 정치의 결실이 풍성하다는 것이다.
풍괘豊卦의 괘사卦辭에서는 “풍豊은 형통亨通하니, 왕王(성인聖人)이 이른다고 하니, 근심하지 말며, 해가 中天에서 비추듯이 해야 함이니라.(豊은 亨하니 王이 假之하나니 勿憂인댄 宜日中이니라.)”라고 하였다. 이 구절을 살펴보면 먼저, ‘풍형豊亨’은 천하天下를 밝혀서 사해四海에 그 이름이 진동震動하며, 만물萬物이 풍성豊盛하니 형통亨通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왕격지王假之란’? 군자의 마음속에 聖人之道가 강림해 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인지도聖人之道가 지극함에 이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우의일중勿憂宜日中’은 하늘의 섭리를 근심치 말고 굳게 믿으면 해가 중천中天에 뜬 것 같이 밝게 되는 것이다.
공자는 이 구절의 내용을 “豊은 성대한 것이니, 밝음으로써 움직임이라, 이 때문에 豊이라 한다. '왕王(성인)만이 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큰 것을 숭상하기 때문이다. '근심하지 않으려면 해가 중천에 솟아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것은 천하天下를 고루 비치기 때문이다. 해가 중천에 오르게 되면 기울고 달이 차면 이지러진다. 하늘과 땅이 차고(영盈), 빔(허虛)이 때와 함께 사라지고, 숨을 쉬는데(살아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며, 귀신鬼神에 있어서랴.”라고 해설을 하였다.
해와 달도 차면 반드시 기우는 때가 있듯이, 풍성함이 지극하다 보면 반드시 기울게 되는 때가 있는 것이 천지天地의 변화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사의 이치理致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그리므로 풍괘豐卦 대상사大象辭에서 “일상생활에서 우레와 번개가 모두 이르는 것이 풍豊이니, 군자君子는 이것으로써 옥사獄事를 잘 처결하여 형벌을 집행한다.(상왈象曰, 뇌전개지雷電皆至ㅣ 풍豊이니 군자君子ㅣ이以하야 절옥치형折獄致刑하나니라.)” 라고 하였다. 뇌雷는 하늘의 위엄이며, 전電은 하늘이 밝게 빛남을 말한다. 우레와 번개가 함께 나타나는 것은 위엄과 밝음을 다 갖추니 풍豊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군자는 천도天道에 입각하여 밝은 지혜와 위엄으로 옥사獄事를 공정公正하고, 형벌을 명백明白하게 집행해야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늘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첫째, 성인지도와 만나야 허물이 없다고 한다
풍괘豐卦에서는 자신을 먼저 내세우는 교만으로 하늘의 소리를 지나치면 재앙이 있고, 성인지도聖人之道와 만나 서로 도우면 허물이 없다고 한다. 또한 천도天道에 의거하여 서로 도우면서 나아가니 그 의리義理가 숭상崇尙할만하다고 말한다.
둘째, 인간의 교만이 하늘의 풍요를 막아 허물할 데가 없다
태양이 중천에 솟아있어 온 천지를 하늘에서 비춤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교만이 그 오두막살이 집을 두껍게 가려져 있음이라, 낮에도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보니, 그대로 나아가면 의심疑心 병을 얻을 것이라고 한다. 즉 집을 햇빛이 들지 않도록 인욕人慾과 교만으로 풍요함을 마음의 벽으로 가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교만을 버리고 성인지도聖人之道를 믿고 순종하면 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교만으로 하늘이 장막에 가려져서 한낮에 작은 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졌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자신自身의 힘만을 믿고 가다가 그 오른팔을 잘려서 쓰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본인本人의 교만驕慢으로부터 얻은 화禍이니 허물할 데가 없는 것이다.
셋째, 성인지도를 구하면 경사와 명예가 있다
풍괘豐卦에서는 성인聖人의 뜻과 만나면, 즉 내 생각이 聖人의 덕성과 一致하여 뜻과 하나가 되면 凶함을 이겨 길吉하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햇빛을 되찾아 줄 아름다운 덕(章)을 가진 어진 이를 구하면 풍성함을 얻어 빛이 다시 비쳐온다. 즉 慶事와 名譽가 있어 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周易 계사繫辭 편篇에서 “ 선을 쌓는 집은 반드시 경사가 있고, 선을 쌓지 않는 집은 반드시 재앙이 있다.(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 적불선지가積不善之家. 필유여앙必有餘殃) 라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
넷째, 인간적 교만의 말로는 영원히 보지 못한다
풍괘豐卦에서는 “그 집을 풍성하게 하고, 그 집을 가리운다. 그 문을 엿보니 적적해서 사람이 없다. 3년이 되어도 보지 못하니, 凶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집을 근사하게 지어놓았는데 집 주위를 거적으로 둘러놓았다는 것이다. 실속은 없고 걷 치례만 요란한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그 집안을 들여다보아도 사람이 없다고 한다, 군자지도를 영원히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감추니, 더불어 할 사람이 없어 흉凶한 것이다. 지나친 욕심慾心이 하늘 끝까지 이른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교만으로 인해 빚어진 일로써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자각하지 못한 소인小人의 말로를 말한다.
영원히 풍요로움이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일시적인 풍요에 방심과 태만하거나 하늘의 섭리에 대해 교만과 독선으로 하늘의 풍요를 막으면 재앙이 있고, 겸손과 순종은 길吉하다고 한다. 하늘은 인간사를 섭리하는 하늘이며, 모든 인간사에 대하여 공평하신 하느님이시다.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