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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달리다(1)

능엄주 2020. 7. 24. 11:02

비가 억수로 내리는 이른 아침 길을 떠났다.

고향에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설레어 잠도 설쳤다. 새벽 3시에 잠이 깬 나는,  날이 왜 이렇게 늦게 밝아오나,  비야 그쳐라, 하면서 거실을 혼자 서성거렸다.  우산과 가지고 갈 책,  가면서 마실 오미자 물 한 병, 마스크 여벌 2개 등, 외출 준비를 완료했다.

 

7시 45분! 울리는 폰 소리!

그녀가 도착했다. 비때문에 1시간을 앞당긴 셈이었다.

우리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거세게 퍼붓는 빗속을 달려갔다.

 

비는 극성스러웠다. 얼마 달리지 못해 길이 막혔다. 어디쯤인지 비안개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빗길에 사고가 난 것일까. 보통의 정체와는 다른 것이, 한 지점에서 옴싹도 못한 채 오래 끌었다. 지루해서 허리가 꼬였다. 아이 참!  대체 무슨 일이야? 얼마를 머물렀을까. 앞차가 서서히 나아갔다.

1시간이나 일찍 나섰으니끼 그래도 약속시간은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은 일죽, 안성을 지나면서 안심하기 어려워졌다.

 

와이퍼는 연속 빗물 닦아내느라 분주하고 우리의 마음도 점점 초조하기 시작했다. 비안개에 가려 주변의 어떤 풍물도 잡히지 않았으며, 차 앞은 짙은 회색의 끝없는 공간처럼 보였다. 어떻하지? 내가 걱정하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소설가 동료가 불안할까 싶어 나는 무심한 듯 비안개만 바라보았다.  

 

집에서 출발한지 4시간만에 도착, 평소보다 2시간 늦은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관계자분들에게 엄청 송구했다. 머리 조아려 늦은 인사 올리고 각자의 책을 사인, 증정을 마쳤다. 바로 점심시간이었다. 빗길을 걸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실장님 방에서 차담을 나누었다. 고향에 관련한 이야기여서 정답고 즐거웠다.

 

다시 차를 달려 직원들과 함께 시청으로갔다. 손님이 계셔 10분정도 대기. 관청 출입이 별로 없는 우리들은 조금 긴장한다.  문이 열리자 청주의 순수청정한 기운을 품고 있는 그분이 덥석 악수를 청했다. 친숙한 환영인사였다. 좋은 일이야! 멋진 시간이야! 우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배롱나무의 분홍빛 꽃을 바라보며  향긋한 차를 마셨다. 시의 발전을 위해 연중 쉴 새 없이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그분 이야기를 경청하고, 우리의 귀중한 작품을 드렸다.  함께 한 직원들도 친절했고, 그분의 자상한 환대도 감사했다. 

 

빗소리는 행복행진곡의 반주처럼 경쾌히게 들려왔다. [무심천에서 꽃 핀 사랑] 덕분에 고향에 온 벅찬 감회가 내 가슴을 적셨다. 이천휴게소에 이르자 도로 전면에 비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경포 앞바다에 서 있는 듯, 사념에 젖어 더운 차를 마셨다. "의미가 있죠?" 그녀가 말했다. "그럼요! 움직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내가 응대했다. 고향 나들이 후감은 감사와 아름다운 마음, 그것으로 귀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