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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가 왔다

능엄주 2020. 7. 3. 21:54

장편소설 교정 마지막 부분을 보고 있었다.

저자가 본 연후에 출판사에서 총체적으로 한 번 더 교정을 보면  된다고 했다.

모든 신경을 집중! 한치의 흐트러짐도없이 정신을 한 곳에 모으고 몰입했다.

딩동! 딩동!

벨이 울렸다. 적어도 2,30분 후에는 작업이 끝나게 되어 있었다. 여러 번 보았고 마지막 교정을 마치면 교정지를 출판사에 택배로 보내야 했다. 오늘을 넘기면 토요 일요가 연속 휴무이니 늦어질 염려가 있다. 시간은 오후 3시, 서둘러 끝마치면 우체국으로 달려가야 한다. 초긴장 초 집중상태에서 딩동! 하는 그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누구지? 경비 아저씨? 택배? 등기편지?

나는 교정지와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번 일어나면 모든 순서가 헝크러질 것 같았다. 집중이 아무때나 가능한 게 아니었다.

딩동! 딩동!

코로나 때문에 면대면 아니고, 그냥 현관문 앞에 놓아두어도 되는 시절인데 대체 누굴까?

딩동! 딩동!

나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구세요?

누구세요? 를 외치며 현관문의 조그만 동그라미에 눈을 붙이고 바깥을 탐지했다.

나! 동하 라고!

허스키의 주인공은 변성기에 들어선 중1생 동하였다.

아이구 얘야! 오늘 학교 가는 날이냐?

문을 열자 보기에 무거워보이는 가방을 둘러멘 동하녀석이 운동화를 벗고 성큼 올라섰다.

이 녀석아! 미리 문자라도 보내고 와야지. 할머니 치과가고 없으면 어쩔 번 했어? 너 배고프구나?

배고파요.

급식 안 먹었어?

너무 맛이 없어요.

그냥 조금이라도 먹지.

그때부터 내몸은 불이 나게 바빠진다. 손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맨다. 고기라도 재워두었더라면 상차리기가 수월핥 것인데. 한탄 해보아야 아무 소용없다. 언제나 동하는 느닷없이 쳐들어오니까. 시장을 잔뜩 봐다가 고기랑 재워두고 기다릴 때는 소식이 없다가 오늘 이거 무슨 난리인가?

해놓은 밥이 있지만 어찌 찬밥을 먹일 수 있을까.

30분이면 돼.  너 기다릴 수 있어? 기다릴 수 없으면 피자? 치킨?

아니! 밥 먹을 거야.

한 시간 정도 콩튀듯 팥튀듯 후다닥 거린  다음에야 동하를 위한 밥상이 차려졌다. 베이컨 몇 조각이 동하를 위한 동물성 반찬이었다. 동하는 채소를 잘 먹지 않는다. 오직 고기다.

나 학원에 가야 돼!

밥숟갈 놓기 바쁘게 동하가 간다고 한다. 수학성적이 저조한가. 태권도, 수영 뭐 그런 것 다 빼버리고,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러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동하는 갔다.

동하야! 마스크!

벌써 계단을 내려가 저만치 걸어가는 동하를 불렀다.

자, 마스크 써야지. 손 이리 내 봐!

소독제로 손소독을 해준다. 마스크 한 개 여유로 갖고 다녀! 가방 지퍼를 열고 새 마스크를 넣어준다.

제 엄마가 살아있어봐라. 그깟 수학, 영어 과외 안 들어도 일등할 녀석이었다. 일등은 고사하고 밥도 변변히 못 먹어 늘 배고프다고 한다. 멀찌기 걸어가는 동하를 바라보며 마음이 짠하다. 동하가 올때마다 슬픔을, 눈물을 몰고 온다. 가엽다.

제 엄마를 잃고 얼굴에 늘 쓸쓸함을 달고 다니는 아이! 이제 소년으로 진입했지만 마음은 여태도 안정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내일은 마음먹고 시장을 봐야겠다. 동하가 제일 좋아하는 LA 갈비도 사오자!

남 다 있는 엄마가 동하에게 없다니. 생각할 수록 분하다.

그 생명 붙잡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