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하고 절망스러운 일상이었다.
코로나 19 여파일까? 아니라고도 말 못한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을 오래 하다보니 그런 실수가 발생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수라기 보다는 일종의 재앙 수준이었다.
재앙이 터지고 일주일이 다 되는 시점에 이르러 손바닥에 무연 쑥뜸을 울리고서야 겨우 잠을 잤다고 할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해도 이보다 더 황당할 수가 있을까.
해외 여행중에 여권을 분실한 낭패감에 비유할 수 있을까.
난데 없이 코방아를 찧고 넘어져 고관절을 다쳤을 때의 당혹감과 극심한 고통에 버금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희대의 봉변이고 막대한 손실이었으며,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최대 난제에 내가 봉착한 것이었다.
잠자다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게 되는, 조용히 앉아있다가도 머리꼭지로 열불이, 화롯불이 쏟아지는 것 같은, 그래서 더욱 분하고 원통하고 애석하고 증오스러웠다. 동료의 말대로 환장?하고 팔짝팔짝 뛰어도 시원찮은 상황에 내가 처한 것이었다. 혼魂이 빠져 나가 갈피를 못 잡는 나날이었다.
비오는 이른 아침, 먼 곳으로 치과치료를 받으러 가지 않았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을까? 대체 무슨 수로?
명칭도 기괴스런 랜섬웨어 감염 이후 컴퓨터 앞에 앉기가 무섭고 떨렸다. 키 한 번 잘못 누르면 절망의 골짜기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 공포감이 밀려왔다. 잠시잠깐도 컴 앞에 앉기가 겁났다.
피할 수만 있다면 컴퓨터 앞을, 아니 집밖으로 나가서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그처럼 무서워 접근하기 어려운 내 책상이었고, 열어보면 하얗게 변질된, 글 제목만 있지 내용은 텅 빈, 기가 막힌 장면이 벌어져 더는 글을 쓰거나 컴퓨터 작업은 하고 싶지 않았다.
확! 엎어버리고 시골로 와!
다 뿌리치고 남은 인생 편하게 살아!
그 심정 나도 겪어뵈서 안다고. 미친다니까. 돌아버린다니까.
편지 한 장 쓰기도 어려운데 장편소설과 단편, 코로나19 일기 같은 수필 7.80편 수정한 게 바람같이 사라지다니. 죽고 싶을 거야. 못 견딜 거라고.
나는 일어났다. 울화를 다스리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인삼도 아니고 황기도 아닌, 마시면 오장육부가 편안함을 누린다는 보도듣도 못한 약재로, 딸애가 발명한? 특별한 차를 마시며 '그래도 사는 날까지, 쓰는 날까지 노력을 할 수밖에' 그렇게 혼이 나간 나를 달래며 컴을 열었다.
새로운 날의 새 아침, 하늘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고 새로운 길이 열리는 지뢰복괘를 얻었으니 재도약을 다짐해보자. 눈물을 먹음고, 쓰린 가슴을 쓸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