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성악가인 안드레아 보첼리의 삶은 역경과 희망의 시간으로 요약된다. 1994년 이탈리아 산레모 가요제 마지막 결선 무대. 생경한 분위기의 청년이 지그시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했다. 정통성악과 대중음악을 오가는 낯선 호흡, 그러나 기막힌 음색에 관객은 서서히 빠져들었다. 노래가 멈추자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무대 위 청년은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였다. '신이 눈 대신 목소리에 축복을 내린 사람' 보첼리가 세상에 이름을 떨친 순간이었다.
보첼리는 원래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다. 유년 시절 음악을 좋아했던 부모님의 조언으로 피아노와 플루트를 배웠다. 교회 성가대 활동도 했다. 열두살 때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머리에 공을 맞고 그때 이후 완전히 실명했다. 하지만 좌절은 길지 않았다. "시력을 완전히 잃었을 때 두려움과 절망의 눈물을 흘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꼭 한시간뿐이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했다"고 자서전 '침묵의 음악'에 썼다.
갖은 노력 끝에 법학박사가 됐고, 잠시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맹인 변호사로 현실의 벽은 높았다. 진로를 음악으로 과감히 틀었다. 팝스타 주케로와 성가 '미제레레(Miserere)'를 내놨고, 이 음반으로 루치아노 파파로티와 운명적 만남도 갖게 된다. 그 후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과 부른 '안녕이라 말해야 할 시간(Time to say goodbye)'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올라섰다.
코로나19로 대참사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보첼리가 파이프오르간 반주자와 단둘이 '희망을 위한 음악'을 선보였다.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탈리아 국민은 물론 코로나에 지친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그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며 구노 편곡의 '아베 마리아' 등을 불렀다. 공연은 유튜브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조회수는 이틀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