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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그랬다 /박노해/변영희 옮김

능엄주 2020. 4. 7. 13:12

어머니가 그랬다 /박노해


상고 야간부를 겨우 졸업하고

입사 면접에서 떨어지고 온 날

찬 셋방에서 가슴 졸이던 어머니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랬다


네가 네 돈 주고 사람 뽑으라면

명문대생 뽑제 널 뽑을 것이냐

그이들이 한 번에 알아볼 사람이면

흔한 회사원이지 어디 인물이것냐


두 번 세 번 떨어지는 게 일이 될 때쯤

아들, 그만 하시제, 헛심쓰다 헐해징께

남들 다 좋아하는 일 하려 들지 마시고

남들 안 하려 해도 중헌 일 안 있것는가


나는 그 길로 공장 밑바닥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도 사람을 보는 눈도

내 생의 소명도 시도 사랑도 인연도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어머니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