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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중풍손괘(重風巽卦) - 따뜻한 바람 속의 큰 변화/ 백진호/변문원옮김

능엄주 2020. 3. 18. 11:07

[주역] 중풍손괘(重風巽卦) - 따뜻한 바람 속의 큰 변화

프로파일 백진호 2018. 1. 9. 11:47

© technobulka, 출처 Unsplash


손은 감화의 도입니다. 감화는 상호간의 믿음과 신뢰를 통해 서로를 완성해 가는 일입니다. 서로에게 감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가르친다거나 변화시킨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며, 배우는 사람은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야만 합니다. 물론 배우는 사람이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를 내려놓는 일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러므로 서로 적절하게 중(中)을 유지하며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는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물론 다른 존재의 도움없이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사고의 틀을 자기 스스로 깨뜨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기 사고의 틀로써 자기 사고의 틀을 깨뜨리는 일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이 스스로가 스스로의 알고리즘 속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변화를 위한 바른 길을 알기까지는 도에 대한 안목이 있는 스승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괘사에서 “손은 조금 형통합니다. 가는 바를 둠이 이롭고 대인[스승]을 만나는 것이 이롭습니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물론 스승을 찾아 의지할 때에는 무인(武人)처럼 강한 결단력이 있어야 합니다[利武人之貞]. 물론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 스승을 의지해야 할 때에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문들을 스승에게 질문하여 그의 도움을 구해야겠지요[巽在牀下 用史巫紛若 吉 无咎]. 그러나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지적인 탐구로 인한 궁금증에 대해서는 존재의 변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의문을 품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삶에 대한 후회가 사라져, 자기의 마음[田]에서 계(戒, 질서)와 정(定, 삼매)과 혜(慧, 지혜)가 생겨날 것입니다[悔亡 田獲三品]. 이 일이 신중하게 아주 무르익으면, 무시이래(無始以來)로 시작된 무명(無明)은 사라지고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입니다[无初有終]. 그러나 만약 스승에 대한 겸손함이 지나쳐, 스승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그의 그늘 속에서만 웅크리고 앉아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喪其資斧 貞凶]. 왜냐하면 자기에게서 생겨나는 평안을 누리기 위해서는 스승에게 배운 것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하고 망설이고 있다면, 당장 스승을 찾으십시오. 그리고 스승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앉으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활짝 열어두십시오. 따뜻한 바람이 자신의 마음 속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