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걷기운동과 구도(求道) (1), (2)/류위자외솔중학교 교장/변영희 옮김

능엄주 2020. 3. 9. 07:32
걷기운동과 구도(求道) (1)
 
UWNEWS 기사입력 2019/12/05 [14:40]
▲ 류위자 부경대 겸임교수/2급 걷기지도자     ©UWNEWS

구도(求道)의 사전적 의미는 ‘진리나 종교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구함’이라고 되어 있다. 옛날부터 많은 구도자들이 걷기를 득도(得道)의 방법으로 선택하였다. 걷기를 통한 구도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좋은, 그리고 자연스러운 득도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생후 1년 전후하여 걷도록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걷기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걷기운동과 구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예스24의 <<나는 걷는다>>책 소개에서 부분 발췌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나는 걷는다>>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젊은 시절 기자로서 활발한 삶을 살았다. 육체적 나이 60세 넘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자 남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마감하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생각을 정리하고 은퇴 후의 계획을 구상하기 위해 3개월간의 도보여행을 결심한다. 파리를 떠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길 중 하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걸었다. 그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고 그동안 그토록 그리던 진정한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리고 육체적으로 강해지고 싶어서 홀로 그 길을 걸었다. 

 

콤포스텔로 가던 중 올리비에는 오이코텐이라 불리는 벨기에 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희망 없는 젊은이들은 범죄에 쉽게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 단체는 교도소나 수용시설에서 생활한 청소년들이 낯선 나라를 도보로 여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두 명의 청소년이 한 명의 인솔자와 함께 2천 5백km의 거리를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자연그대로의 상태로 3개월 동안 걷는 것이다. 장거리 여행을 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선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다. 

 

걷기 덕분에 청소년들을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그들은 자신감을 회복했고, 도보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여행하는 동안 자발적으로 구상한 계획과 사회복귀의 가능성이라는 선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정을 마친 뒤 그들은 모두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렸고, 주변 사람들의 진심어린 후원에 힘입어 그 동안 갇혀 있었던 범죄의 고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게 되었다. 벨기에의 오이코텐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청소년들 가운데 60%가 ‘완전한 사회복귀’에 성공했다고 한다. 

 

참가한 청소년들은 불필요한 체력소모를 피하기 위하여 옳은 길을 선택하고, 자력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남에게 마음을 여는 훈련을 하는 등, 그들의 일상은 개인적인 노력과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좌우되며, 자신의 결정에 따라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했다. 물론 엄청난 체력소모를 감내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그 동안 모르고 지냈던 자연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처럼 걷기는 치유의 효과를 발휘했다. 어찌 보면 적은 노력으로 아주 큰 효과를 얻은 셈이다. 

 

걷기 위해서는 용기와 의지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 몸이 얼마나 잘 적응하며 강건해지는지도 알 수 있다. 그것은 곧 인간이 걷기에 적합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낯선 나라에서 도보여행을 하다보면 의사전달이 몇 마디 말과 몸짓, 손짓에 국한되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걷기를 구도의 방법으로 선택한 자들은 “걷는 즐거움에 못지않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열망이 제게 길을 떠나라고 부추깁니다.”로 회고하였다.

 

올리비에는 “아직도 자신이 걷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의 육체와 정신에 이미 깊이 뿌리를 내린 걷기에 대한 갈망 때문일 것입니다. 걷기에 지쳐, 기진맥진한 몸이 한계를 초월하여 마침 내 생각이 자유로워졌을 때, 순간적으로 맛볼 수 있는 그 숭고함을 느끼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것입니다” 라고 걷기를 통한 득도자의 경험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도보여행자의 구루,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Ⅰ>>를 읽고... (2)
 
UWNEWS 기사입력 2020/01/23 [13:45]
▲ 류위자 부경대 겸임교수/2급 걷기지도자     ©UWNEWS

1권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이란국경을 목전에 두고 아메바성 이질에 걸려 치료를 받기위해 프랑스로 돌아오기까지 약 2개월에 걸친 약 1700km 걷기여행 이야기이다. 참고로 아메바성 이질은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며, 조직에 고름이 쌓이는 경우에는 발열, 상복부 통증, 간 염증 혹은 간 종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불결한 위생 특히 대변에 의해 감염된다. 

 

첫째, 그를 길로 내 몬 ‘실크로드에 대한 역사적 관심’을 공유하고 싶다.

 

그는 길을 걸으며 마르코 폴로를 비롯한 여러 대상(隊商)들이 남긴 실크로드 여행기를 꼼꼼히 추적해간다. 대상이 머물렀던 숙소들을 확인하고, 그곳의 역사와 모양, 쓰임새를 파악하였다. 그리고 현지의 상인들과 접촉하고 나서 장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장사의 기본을 이루는 것은 대화의 기술이다. 손님이 상점에 들어올 때 상인이 기대하는 것은 실제적인 이익도 이익이지만 좋은 대화를 나누면서 느끼는 기쁨이다. 그는 이곳의 상인들이 손님들과 벌이는 놀이에 금방 매혹되었다. 

 

농간을 부리기도 하고, 꼬시기도 하고, 고상한 사교술을 동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도의 전략에 버금가는 머리싸움을 하기도 한다. 이는 서양사회가 오늘날 투명성의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다분히 멸시하는 경향이 있는 행위들이다. 하지만 잘 관찰해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 대 인간으로 부딧침으로써 서로 마음을 열게 되고, 진심 혹은 거짓이 눈에서 눈으로 표현된다. 그러면 사람들 사이의 장사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317쪽). 터키는 외로운 이방인을 환대하는 것을 당연한 예절로 여긴다. 

이는 장사를 위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본 중 기본이다. 친인척이나 친구가 아닌 낯선 사람에게 기꺼이 자기 집을 내어주는, 집 마다 외부손님을 위한 방 한 개를 구비하고 있는  나라이다. 

아나톨리아 횡단인 1권엔 터키, 이슬람 역사와 문화가 잘 드러나 있다.

 

 둘째, 그를 길로 내 몬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걷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

 

홀로 외로이 걷는 여행은 자기 자신을 직면하게 만들고, 육체의 제약에서 그리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안락하게 사고하던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순례자들이 아주 긴 도보여행을 마친 후엔 거의 예외 없이 변모된 자신의 모습을 느낀다. 

이는 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스스로를 직면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발견할 수 없었을 자신의 일부를 만났기 때문이다(189쪽).  

 

걷기를 통해 완전한 자유와 치유를 경험한 그가 하루 종일 걷다 보면 모든 것은 단순해진다. 불필요한 짐은 내려놓게 되고, 쓸데없는 잡념도 사라진다. 오직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그날의 경험들을 모두 소중하게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한다. 

 

또한 대상을 따라 걷는 그는 1일 동안 걷기의 적당한 거리도 체험한다. 실제 대상들이 이런 거리를 걸었고, 자신의 경험으로도 1일 30~40km, 시간으로 따지면 9~10시간이 인간에게 가장 적당한 걷기의 거리임을 깨달았다. 

 

특히 순례자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하루 평균 30km를 걷는 것이 단련이 되면 육체의 개념 자체가 무화되곤 한다.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흔히 걷는 것은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하루 30km 범위내에서라면 걷는 것은 기쁨이며 부드러운 마약과도 같다. 거의 모든 종교에서 순례의 전통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몸의 단련을 통해 영혼을 고양하는 일이다. 발을 땅에 딛고 있지만 머리는 신 가까이에 가 있다고나 할까.

기사입력: 2020/01/23 [13:45]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출처  : 다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