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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誤字-/변영희

능엄주 2020. 3. 8. 10:44
오자(誤字)
  글쓴이 : 변영희날짜 : 14-12-13 11:44     조회 : 1613    

글, 책을 쓰는 일은 어쩌면 오자와의 전쟁인지도 모른다.
전쟁이란 말이 너무 살벌하거나 과하다면 싸움이라고 고쳐 부를까. 전쟁이나 싸움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여튼 전쟁이든 싸움이든 그 어휘에 대한 표현이야 어찌 되었든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그들 어휘가 아니라 오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을 쓰다보면 스토리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의도한 대로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잘 읽을 수 있도록 어색하거나 어렵지 않게’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스토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오자다.
문장을 다 써 놓고 수차례 수정을 해도 나오고 또 나오는 게 오자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 흐름을 따라 줄 줄 읽다가 뭣에 걸린 듯 멈칫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 오자일 경우가 많다.

그것도 오자가 나오기 쉬운 그런 오자일 때는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가볍게 넘어간다. 그런데 도저히 오자가 나와서는 안 되는 글자도 더러 있다. 그 글을 집필한 작가나 출판사의 수준이나 안목이 의심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무슨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은 오자가 전무하다거나, 활자가 특이하고 읽기 좋다거나, 혹 편집진이 우수하다는 평을 들은 일이 있다. 그 말의 진위를 캐려는 건 아니지만 워낙 지명도가 높고 늘 판매실적 베스트를 점유하는 출판사의 책을 독자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선호하고 사게 된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오자가 없었다. 더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아서일까. 적어도 곰곰이 읽은 그 책에서는 오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오자에 관 한 한 무척 예민한 편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어느 교수님댁의 가정교사로 입주하여 초등학교 2년생의 가정학습 외에 그 댁 가장인 S 대학 교수의 저서, 원고를 수정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그 교수의 주변 사람들의 저서까지 확대되어 그 일만으로 한 학기 등록금을 거뜬히 해결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오자에 대해 그분들을 번거롭게 한 일이 없고 늘 칭찬과 후한 보수를 받았다. 나중에는 그것이 발전하여 아버지의 사후에 생업이 된 일도 있었다.

요즘에는 교정 방법이 전과 많이 달라졌고, 컴퓨터의 맞춤법, 빠른 교정으로 보아도 애초 맞게 쓴 것도 이상하게 변질되는, 전혀 얼토당토한 단어로 둔갑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다할지라도 교정 수정은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권의 책, 한 문장을 쓰더라도 국어대사전, 한문사전, 옥편, 영어사전, 중국어사전 온갖 사전류가 등장하기도 한다.

근래 나는 오 ‧ 헨리의 대표적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을 인터넷 실버넷뉴스에 올렸다. 물론 여러 번 교정을 거쳐서 올린 것이다. 그게 여러 날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다가 어제서야 드디어 등록 완료되었다. 아마도 문화관 관장이 기왕이면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그걸 올릴 심산이었던가 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올라온 오‧ 헨리의 단편소설을 다시 읽었다.

아니 이게 웬일? 왜 진즉에 안 보였지? 이럴 수가! 오자(오타)는 나를 몹시 부끄럽게 했다.
얼마 전 어떤 분의 저서에 추천서를 쓰고 그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자를 출간 후 발견하고 말씀드린 일이 있었다. 오자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고치고, 오자가 나면 책의 품격이 떨어진다며 질색하는 성미인데 이번엔 틀림없는 내 실수였다.

 뉴욕에 갔을 때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캐나다 공항에 내리는 한국인들 보면 단박에 표가 난다니깐. 서울에선 최고의 패션인지 모르지만 너무 촌스러워!”
'유명 브랜드 옷을 폼 나게 떨쳐입고 카트를 끌고 출찰구로 나오는 이들은 거의가 한국 사람이라고, 미국에서는 보통 청바지에 재킷 하나 걸쳐도 절대로 기죽거나 초라하지 않은 문화'라고 이야기했던가.
큰 물, 큰 무대에 나가면 금세 눈에 띠는 촌스러움. 내 P C에서 더 큰 광장으로 나아간 원고가 정식으로 등록이 완료되고서야 그 오류가 발견된 것처럼. 
글 쓸 때 더욱 정성스럽게 원고를 살펴 볼 것을 다짐해 본다


정진철  14-12-13 16:54
저도 몇번을 고쳐서 완성시켰다고 생각하고 글을 올리고 나면 보입니다. 요즘은 특히 ㅏ 와 ㅣ 가 자주 틀리게 써집니다. 물론 타자를 치다가 보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좋은 글을 기분좋게 읽어 내려가다가 오자가 눈에 확 띄면 글 내용의 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변선생님이 예리한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변영희  14-12-13 17:17

솔솔 떡가루처럼 흩날리던 눈발이 멎더니 우리 동네는 온통 빙판입니다.
"꼼짝 못한다! 엄마!"
협박인지 공갈인지 한 마디 일갈하고 출근한 딸의 말이 빙판보다 더 무서워 들앉아 있습니다. 동지 앞두고 극히 짧은 해가 오늘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집니다. 일읽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재문  14-12-13 23:40
여기 홈페이지에 답글을 달면서도 혹시나 오자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여러번 읽어보고 오자가 나오면 바로바로 수정하곤 했는데 이번에 또 오자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제 글에 답글을 단 후에는 수정이 안되기에 그저 끝까지 바라만 보아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변영희 선생님 ! 또 오자가 나오지 않았나 조마조마 합니다.
     
임병식  14-12-14 10:17
글 쓰는 사람의 가장 신경쓰이는 것이 오자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저도 그문제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변영희  14-12-14 11:43

어떤 출판사 직원 왈 :  '오자는 필수다' 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오자 없는 책이 어디 있느냐고 그래요.
오자가 필수라고 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오자를 줄이거나 없도록
고려는 해야겠지요?
우리 인생도 오자 오타가 연속되면 좋을 게 뭐가 있담. ㅋ ㅋ
고맙습니다.

변영희  14-12-14 11:45
번개 같이 나주를, 임병식 선생님 상 타는 그곳으로 달려갈까 생각도 했습니다.
빙판이 되어 우리 아파트도 못 벗어나니 어쩌겠습니까.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을미년 새해에도 즐거운 일 행복한 일이 이어지시기를.
이방주  14-12-14 12:46

변영희 선생님
저도 이번 수필집 <풀등에 뜬 그림자>에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오자가 나와서 어이 없어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 어쩔 도리가 없어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오자 하나가 그 작품을 넘어서서 수필집 전체에 미치는 "촌스러움"이란 정말 감당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의 손짓 한 번 발걸음 한 걸음 말 한마디가 이름에 입히는 오점이 얼마나 큰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종을 울리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변영희  14-12-14 15:01

<풀등에 뜬 그림자>의 답신 사절로 저의  책.
기차를 탔을까. 고속버스를 탔을까.
일단은 청주로 떠났습니다.
청주 하면 가슴이 저리는 곳. 그것 참! 
세월이 그만치 흘렀는데도 무심천 이야기만 들어도 마냥 설렙니다. 선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방주  14-12-14 23:57
변영희 선생님 <오년 후> 감사히 받아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만성철용  14-12-15 13:09
글을 자판으로 치다보니 제 글에도 오자가 있어 인테넷에서 발표한 후 늘 수정을 하고 또 하는 편입니다. 컴을 통해 교정해 보기도 하지만 영상이 들어가면 컴 교정도 할 수 없구요. 컴에서 한자로 바꾸기를 하다 보면 동음, 이의어 한자가 되어 무식하다고 오해당할까 봐 늘 조마조마 하기도 하구요. 오자는 글의 꽃이라는 말은 오자, 오타로 바꾸었으면 생각도 한답니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글의 문외한인 아내가 읽으면 보이는 모양입니다..
변영희  14-12-15 13:14

눈이 풀풀 장난처럼 내리지만 밤 사이 폭설이 될 줄은 아무도 모르지요.
제발이지 빙판이 좀 수월하면 좋을 텐데요.
부지런한 일만선생님
오늘은 무슨 신기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하셨나요?
선생님의 활력은 어디로부터 오는지요?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