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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뇌지예괘(雷地豫卦) - 알아차리지 못하면 지옥, 알아차리면 천국/백진호/변영희 퍼옴

능엄주 2020. 1. 4. 10:40


16. 예괘-기미의 도

[주역] 뇌지예괘(雷地豫卦) - 알아차리지 못하면 지옥, 알아차리면 천국/ 백진호 2018. 1. 8. 23:35

    

 예는 기미(幾微)의 도입니다. ‘기미’란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가리킵니다. 예괘는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알아차려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합니다. 왜냐하면, 만약 생각이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생각이나 감정에 끄달려 삶이 곧바로 지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 생각들 중에는 그냥 흘려보낸 것도 있고, 집착하다가 잊어버린 것도 있으며, 계속해서 끄달리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생각들 중, 어떤 것들은 우리를 힘들게 하며 머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반면, 대부분의 생각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집니다. 당신은 오늘 일어난 생각과 감정을 모두 기억할 수 있습니까? 아마도 그것들의 대부분은 기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하룻동안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이 일어났는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생각은 기억이 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그 생각이나 감정을 집착하지 않고 흘려보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생각과 감정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집착하여 끊임없이 그것에 에너지를 보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라는 생각[이기심]을 강화시킵니다. 그러므로 생각이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존재계와 하나가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깨닫겠다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부족하다는 생각 등 ……. 우리가 이런 생각을 집착하고 붙잡기 때문에, 그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쉽게 흘려보내지 못하는 생각들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흘려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가 그 생각을 더욱 강하게 집착하여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지 똑같은 생각[망상]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물론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생각과 경험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수십 억 년 동안 축적된 많은 기억[생각]을 모두 알아차려야 할까요? 사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기억과 감정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며, 경험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래서 너무나 부끄럽고 비참했던 과거의 경험, 너무나 가슴 아팠던 기억, 너무나 복수하고 싶은 상황, 그리고 너무나 행복했고 아름다웠던 순간까지도 ……, 그 어떤 것이 의식으로 떠오르더라도 ‘나는 지금 이대로 부족함이 없고 본래 깨달아 있음’을 굳게 믿어, 모든 견해를 버리고, 거부감없이 그것들을 경험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처럼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려, 그것에 대해 어떠한 분별과 거부감없이 경험하는 것이 기미를 아는 일입니다. 이렇게 하면, 천지가 있는 그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天地如之], 우리도 또한 있는 그대로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만약, 기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놓쳐 버린 그 순간은 이미 기억 속의 과거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이 순간을 알아차리면 충분합니다. 이처럼 알아차릴 기회는 매 순간 끊임없이 있습니다. 우리가 한 순간만이라도 진정으로 알아차린다면, 무심(無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면 무심이 됩니다. 그러나 무심이라는 말을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른바 ‘마음이 없다’는 것은, 마치 돌, 기와, 자동차, 흙, 시체처럼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림 속에서 말과 감정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일 뿐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마음이 안정되어, 집착이나 분별이 없겠지요. 그러므로 말[생각]이 있건 없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정으로 한 순간만이라도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알아차려, 그 생각과 감정에 끄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생각과 감정을 항상 진흙에 새깁니다. 그래서 그 자국을 오랫동안 남깁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부터는, 진흙은 버리고 허공에 새기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