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담배 한 대

능엄주 2015. 5. 20. 11:38


마두역 2번 출구는 다른 출구보다 오르기가 수월하다.
1번 출구나 3번 출구는 조금만 걸어가면 그곳이 그곳으로 불과 몇 걸음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몇 걸음 때문에 가급적이면 나는 2번 출구로 가는 일이 더 많게 된다. 왜냐하면 에스칼레이터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2번 출구를 빠져 나와 내가 가는 곳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샛골목을 지나가야 한다.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쉽게 간다는 생각으로 그쪽으로 가다보면 젊은이들이 두서넛, 어떤 때는 대여섯명이 죽 늘어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옷깃에 담뱃재라도 튈까 걱정되는 장소가 그곳이다.
나는 그곳을 지나면서 다음 번에 올 때는 여기로 오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야지, 매번 마음 속으로 다짐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런 다짐들은 사라지고 언제나 내 발걸음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2번 출구의 그 샛골목으로 나도 모르게 옮겨지곤 한다.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라면 대개 출근하여 겨우 한두시간이 경과했을 시간인데 무슨 이유로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지, 지나가는 행인도 좀 배려를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눈쌀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들 흡연자들은 그 샛길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거의 강제로 독한 담배연기를 마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동작, 모습은 어느날 보니 가히 비장하기까지 했다.  또는  지극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푸우! 하고 허공을 향해 답배연기를 뱉어내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하나 같이 다리를 약간 벌린 상태로 하늘을 향했건 나무나 지나가는 행인을 향했건 그들 흡연가들은 내가 본바로는 몹시 가슴이 타는 듯한, 초조함도 때로는 감지할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걱정거리가 말끔히 해소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슴속이 후련해 진다고 하던가. 담배 없이는 살 수가 없다던가. 담배가 정인(情人) 보다도 좋다고 하는 극단적인 찬사를 늘어놓는 애연가의 변을 들은 기억이 난다. 담배가 애인, 정인 그 이상이란 말인가.

나는 오늘 아침 문득 마두역 2번 출구에서 노상 보아온 흡연가 군상을 떠올려본다. 나는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어본 적이 없으니 그들 심정을 내가 다 이해하거나 느낄 수는 없지만 요즘처럼 각박한 세태에 담배 한 대의 여유를 누려본다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속이 지글지글 탈 때,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심하게 앓을 때는 뒷골목이 되었든, 에어컨이 여기저기 그 줄을 느리고 있는 겨우 사람 하나가 어깨를 좁히고 걸어야하는 샛골목이 되었든, 그곳에 서서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가없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담배가 몸을 상하게 하고 폐암 발생률을 높이는 인자(因子)라 하더라도 어쩌랴. 인간의 고뇌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에는 담배든 술이든 잠시잠깐이라도 그 시름을 달래줄 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다음 번엔 2번 출구 샛길을 피해 다른 길로 가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