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나이 먹을 수록/변영희

능엄주 2019. 11. 29. 18:00

나이 먹을 수록


나이 먹을 수록 먼 데 있는 아들이 그립다

후딱  다녀가라 말도 못하고 갈 수도 없어 밤마다 몇 줄 메일을 쓴다

아들에게 보내는 내용치고는 허술하고

간단한 것들

마음을 표현하는데 실증이 난다

한 번 다녀가라

그 말을 언제쯤 시원하게 할 수 있을까

 

밤 열두시가 되면 기도를 한다

10년이 되도록 만나지 못한 아들과, 저질 음주뺑소니에게 걸려 중상을 입고

두문불출 누워앓는 둘째를 위해

가을밤에 귀뚜라미 울어대듯 지장경을 읽는다.

산 사람 죽은 사람에게 다 이롭다는 부처님 경전

스물네시에 사람 귀뚜라미가 운다

 밤이 지나면 또다시 새아침


새아침의 희망을 기대하며 또록또록 지장경을 읽는다

읽고 또 읽고, 밤을 지샌다

쾌유를 위하여. 그들의 행운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