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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人의 소설 거장이 묘사한 세계의 묵시록/매일경제 원문 /변영희 퍼옴

능엄주 2019. 11. 24. 18:26

3人의 소설 거장이 묘사한 세계의 묵시록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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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 가운데 삶의 진실에 가까운 색은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소설가들은 어두운 디스토피아를 건설한 뒤 일말의 진실을 숨겨두곤 한다. 매년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 소설의 거장이 그려낸 디스토피아 소설 세 권도 마찬가지다. 최근 번역된 마거릿 애트우드, 하비에르 마리아스, 이스마일 카다레의 장편소설을 모았다.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미친 아담 3부작'(민음사 펴냄)은 미래의 절망을 다룬다.

여성 신체를 생식기관을 가진 도구로만 바라보는 세계란 설정을 통해 가부장제의 폭압성을 고발한 1985년작 '시녀 이야기'는 애트우드의 오랜 대표작이었다. 새로 출간된 '오릭스와 크레이크'는 전작을 이어받아 유전자 조작, 전염병 창궐, 새 인류 출현, 빗나간 희망이란 문제를 다룬다. 천재 과학자 크레이크는 젊음을 유지해주는 한편, 정신의 쾌락까지 제공하는 약을 제조하며 인류 봉사를 다짐하지만 복용자들에게서 이상 반응이 감지되며 세계는 절망한다.

애트우드는 이 소설에 이어 감염을 의심 받아 격리된 덕분에 최후의 생존자가 돼버린 역설적인 댄서의 이야기인 '홍수의 해', 크레이크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신인류와 레지스탕스인 '미친 아담'의 투쟁기를 묘사한 '미친 아담'을 차례로 썼다. 민음사는 세 권을 동시 출간했다. '오릭스와 크레이크'를 우리말로 옮긴 차은정 번역가는 "인류가 현재의 위험한 무한 질주를 멈추지 않을 때 결국 도달하게 될 종착점을 상상적으로 재현해 보임으로써 우리에게 윤리적 결단을 촉구하는 노작가의 엄중한 경고"라고 소설을 진단했다.

스페인 소설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사랑에 빠지기'(문학과지성사 펴냄)는 현재의 몰락을 그린다.

존재론적 불안에 천착해온 마리아스 소설은 관계에 집중했다. 출판사 편집자 마리아는 오전이면 카페에서 식사하는 부부에게서 삶을 기쁨을 발견하지만 생의 질서는 어긋나 부부 중 남편이 살해 당하고 만다. 조의를 전하고자 부부 집에 들른 마리아는 살해된 남성의 친구인 하비에르에게서 애정을 느낀다. 삶의 비의는 농담 같은 진담으로만 채워졌는지, 하필 하비에르는 남편을 잃은 부인 루이사에게 사랑을 느끼는 중이다.

생의 불확실성, 관계의 비정(非情)성, 대체로서의 관계 등을 소설은 묻는다. 책을 번역한 송병선 울산대 교수는 "진실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실은 절대 선명하지 않으며, 다른 수많은 것과 뒤엉켜 있다. 이 소설은 그 어떤 작중 인물에 대해서도 분명한 윤리적 판단을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문학동네 펴냄)은 과거의 불안을 들여다본다.

알바니아에는 관습법인 베사(besa)에 따라 손님을 맞이하는 규범이 존재한다고 한다. 환언하자면 현지인을 초청해 음식을 먹고 마시는 행위를 일컫는다. 1943년 이탈리아가 연합군에 항복하자 독일 군대는 알바니아 남부 도시로 들어온다. 알바니아 저항군이 독일을 공격하는 등 전투가 만연한 가운데 의사 구라메토는 옛 친구이자 독일군 대령인 폰 슈바베 대령을 식사에 초대한다. 침략자를 환대하는 이상한 장면과 이어지는 기이한 요구 사이에서 긴장이 치솟는다. 정체가 불분명한 진실이 다가왔을 때 형태가 모호한 진실과의 동거는 가능한지를 소설은 묻는다. 르 피가로는 책을 두고 "오늘날 카다레의 작품들은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소설의 형식을 띤 거대한 신화로 분류된다"고 소개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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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 z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