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미국 이민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이달 안으로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이었다.
친구들은 7월 초부터 만나기로 카톡으로 문자로 전화로 굳게 약속했는데 한 친구의 집안 일로 부득이 연기되었다.
연기가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자식들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이사가는 친구가 바빠서 또 연기되었다.
나는 독감으로 심한 기침을 하면서도 인사동이나 고속터미널, 신세계 백화점이면 가려고 단단히 마음 먹었다. 이민 가는 친구도, 다른 친구들도 어린 시절부터 귀하고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다시 약속 일자가 변경되었다.
어찌해야할까. 하필 그날이라니 나는 실망했고 아쉬움이 컸다.
그날은 며늘아기 제일祭日이라 도저히 외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평소에는 더러 잊고 지내다가도
그날이 되면 여지없이 가족 모두에게 슬픔이 밀려오는 눈물의 날이므로 매사 조심스러웠다.
작년 제사때 아들은 마지막이다. 다음부터는 추석과 설날에만 간단히 제를 올리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아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대로 제사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나는 같은 날 두 가지 볼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 가지는 포기해야 했다.
영영 한국을 떠나는 친구의 환송회겸 모임, 또 하나는 며늘아기 제사에 참석하는 일, 아니 참석이 아니라 이것저것 그래도 차릴 것은 제대로 차려야 하는 제사가 우선 순위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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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만나는 대신 냉방 상태에서도 땀을 줄줄 흘리며 전여를 붙여내고 평소보다 일을 많이 했다.
꾸벅꾸벅 절을 올리는 두 녀석들을 지켜보며 나는 하늘나라에 간 며늘아기와 그녀의 두 녀석, 그리고 슬픔을 참고 제사를 총괄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제사 의식은 지극히 조용한 가운데 끝났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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