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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희망을 품으며…세계일보

능엄주 2019. 1. 4. 23:05

[박일호의미술여행] 희망을 품으며…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르아브르, 아침 안개에 덮인 바다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반짝이는 바다 한가운데 노를 저어 어딘가로 바삐 가는 한 척의 배가 있고, 붉게 물든 하늘과 그에 화답하는 듯한 수면 위의 붉은 그림자가 짝을 이룬다.

세계일보

모네, ‘인상: 일출’


클로드 모네는 활기차게 깨어나는 이 아침의 장면을 거칠고 생략된 붓 자국으로 나타냈다. 구체적인 풍경이나 건물의 모습보다 해가 뜰 때의 시각적 인상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윤곽선과 형태감이 사라져서 멀리 보이는 바닷가 풍경이나 건물은 흔적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며, 화면 가득 채우고 있는 색 간의 조화와 뉘앙스만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초의 인상주의 그림이며 인상주의란 명칭을 탄생시킨 작품으로 여겨지는 모네의 ‘인상: 일출’이다.

인상주의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19세기 말의 사회 변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예술사조였다. 지금은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그리고 생명과학이 가져올 새로운 사회 변화에 주목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지만, 증기기관의 발명과 기계화로 인한 1차 산업혁명도 당시 사람의 생각과 감각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물질문명의 발달이 사람들이 직접 부딪치는 생활환경에 편안함과 여유를 갖게 해 주었고,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유행이나 생활환경도 빠르게 변해 나갔다.

인상주의자들이 시각적 인상을 위해서 그림의 주제보다 방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그 후의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미술가들은 ‘무엇을 그리느냐’보다 ‘어떻게 그리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고, 윤곽선과 형태감에 매달렸던 전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나 다양한 창작방법으로 향하면서 미술의 새로운 발전을 이루었다.

2019년 새해의 첫 주말 아침이다. 모네의 ‘인상: 일출’ 그림을 보면서 모네와 인상주의에 의해서 새로운 미술의 길이 열린 것처럼 우리들의 새로운 한 해를 구상해 보면 어떨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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