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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 팩 이야기

능엄주 2014. 5. 8. 10:55

어버이 날 아침
나는 친구 중에서 유독 아들만 두명을 둔 친구와 점심식사를 같이 할 계획을 세웠다.

그 친구는  만날 때마다 딸이 없음을 아쉬워하는 말을 곧잘 했던 것이다.
그냥 장난으로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그렇지 않은 것을 느꼈다.

요즘의 딸들이 살쾡이 같이 드세고 아귀? 같이 무섭다는 걸 친구가 몰라서 그렇지,

기실 다 큰 딸, 어미랑 같이 늙어가는? 딸 거느리고 사는 어미들이 얼마나 고달픈지 친구가 몰라서 그래.

나는 대강 좋게, 편하게 생각해 두었다.

어버이 날이 닥치자 나는 문득 그 친구의 '딸없는 탄식' 이 새롭게 떠올랐다.
새벽에 아들위해 기도 한 시간을 정성껏 바치고 나서 나는 곧 그 친구에게 문자를 날렸다.

그 친구와 예전에 먹었던 팥국수를 생각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행여 내가 호출하기 전에 어디로 갈까싶어 아침 일을 서둘렀다.
밖엔 비바람이 험상하지만 오늘은 그 친구를 만나 남산 한옥마을에서 쌓인 이야기나 나누자 하면서.

"너 머드 팩 하니? 언젠가 보니 네 얼굴이 많이 꺼칠하던데, 내가 머드 팩 가져다 줄까?'
라는 답이 날아왔다.
앗, 머드 팩이라고?
아,  아니야. 나 그런 것 필요없어. 나는 물세수도 겨우 하고 살아!
좀  매정했나 싶을 정도로 나는 단호하게 머드 팩을 거절하는 뜻을 전했다.

그래!
머드 팩!
우리집 냉장고에 수두룩하단 말은 차마 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놈의 머드 팩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너는 모르지?

우리 며늘아기가 시어미 생각해서 질 좋은 머드 팩을 한 묶음 사다 둔 것을.

 

용모에 너무 신경 안 쓴다며 가끔 머드 팩도 하시면서 여유를 부리라고 말이야.
나는 냉장고를 열 때마다 그 머드 팩을 어떻게 처리할지 연구를 거듭했다.


그랬어도 아직까지 나는 며느리가 사다 둔 머드 팩을 내다버리지도,

내 얼굴에 사용하지도 않았어. 다만 바라볼 뿐이다.


어버이 날이 돌아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며늘아기 이은우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