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수지비괘(水地比卦) - 스스로를 돕는 것이 가장 큰 도움
비는 도움의 도입니다. 매순간 우리는 다른 존재가 평화와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불교에는 보살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보살은 개인적인 이익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도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서원(誓願)을 세운 존재들입니다.
보살이라면 누구나 공통된 원(願)인 사홍서원(四弘誓願)을 지닙니다. 사홍서원의 내용은 무수한 중생을 건지고, 끝없는 번뇌를 끊으며, 무량한 법문을 배우고, 위없는 불도(佛道)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위없는 불도를 이루는 서원보다 중생을 건지는 서원이 먼저 나오는 점입니다. 이것은 보살이 자신의 구원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제거하는 일을 더 염두에 둔다는 말입니다.
물론 사홍서원이 순차적인 공부의 단계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보살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공부[수행]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보살은 남을 돕는다는 관념을 갖지 않고 남들을 도우며, 그 돕는 일을 자기 공부의 기회로 삼습니다. 단지 그들은 자신의 해탈에는 상관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이 바른 가르침을 통하여 이익을 얻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도 이런 보살의 마음으로 도를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여러분의 공부는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스스로를 돕는 일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듯이, 자신을 돕는 일이 모든 도움의 우선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주거나 가리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이 도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도를 가리킬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평화롭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평화를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먼저 자신이 도(道)가, 자유가, 평화가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돕는다는 것은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한다는 말입니다. 자신에게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밖으로 향하던 마음을 거두어 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스승들은 스스로를 돕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이대로 완전합니다.”, “마음이 곧 부처입니다.”, “당신의 주머니 속에 다이아몬드가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미 완전하다거나 마음이 곧 부처라는 등의 말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밖으로 향하던 마음은 저절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보다도 우리는 스승의 이런 말들을 가슴 깊이 새겨, 스스로 돕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항상 도(道) 속에, 자유 속에, 평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아닌 더 나은 존재의 상(相)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가? 그리고 진실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가?”라고.
[출처] [주역] 수지비괘(水地比卦) - 스스로를 돕는 것이 가장 큰 도움|작성자 백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