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잊고 살던 나를 만났다.
정말 오랜만이이다.
나는 반갑게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
"그동안 어디를 갔었나?"
뻔히 알면서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하며 지냈나?"
역시 속 들여다 보이는 뻔한 질문이었다.
어디를 간 것도 없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세월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변한 게 있는가 라고 또 묻고 싶은 것을 참는다. 그 다음부터는 입을 꼭 다물었다.
사는 게 어차피 고통이라면 말을 수다하게 늘어놓아 유익할 게 뭐 있을까 자조반 체념 반 그랬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그냥 가는 것이다.
바람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묵묵히. 단지 그 사실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