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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잊고 살던 나

능엄주 2014. 3. 22. 12:12

오래 잊고 살던 나를 만났다.

정말 오랜만이이다.

나는 반갑게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

 

"그동안 어디를 갔었나?"

뻔히 알면서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하며 지냈나?"

역시  속 들여다 보이는 뻔한 질문이었다.

 

어디를 간 것도 없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세월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변한 게 있는가 라고 또 묻고 싶은 것을 참는다. 그 다음부터는 입을 꼭 다물었다.

사는 게 어차피 고통이라면 말을 수다하게 늘어놓아 유익할 게 뭐 있을까 자조반 체념 반 그랬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그냥 가는 것이다.

 바람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묵묵히. 단지 그 사실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