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바람이 분다.
여러 이름의 태풍이 지나가고 바야흐로 가을이 깊어간다.
슬프건 기쁘건 사사로운 것에 매이지 않고 시간은 규칙대로 저혼자 흘러간다.
나는 길을 떠났다.
태풍 '다나스'가 심술을 부리던 날 새벽 버스를 타고서 .
흩뿌리는 비가 내 마음 갈래처럼 차창에 무수한 선을 그리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비는커녕 바람도 불지 않고 푸른 하늘이 보이기도 한다.
천안 대전을 지나 3 시간 여 만에 전주에 도착, 버스에서 내려 곧 바로 택시로 이동했다.
걸어가도 좋을 만큼 한산한 길.
서울특별시 같은 번잡함도 서두름도 없는 골목길을 더듬어 S 출판사에 갔다.
나뭇잎처럼 슬며시 떠나온 것은 갈바람 덕택이다.
나에게 각성을 준 것들, 그런 것들이야 갈바람 아니라도 도처에 널려 있긴 하지만.
그러나 갈바람만큼 큰 영향력을 내게 미치지 못했다.
갈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오는 날이었다.
나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것을 알았다. 기대했다. 희망을 품었다.
돌아오는 길은 평안함과 고요였다.
마음의 파도가 잠든 고요와 평안.
2013년의 여름, 그 처절했던 마음의 상처를 쓸어가 준 갈바람.
갈바람에게
나는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다시는 슬픔이 내게 침범하지 않기를 하늘에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