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드는 혁신적 사회 변화, 우리는 그것을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이라고 부릅니다. 시민의 힘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아프게 경험한 우리에게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지금부터 그 쉽지 않은 길을 여러분과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기자 말
모두들 인류가 늙어가는 것을 걱정한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더 오래 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나 늘어난 수명을 떠받칠 만큼 인구가 늘지 않아 걱정이다. 언제부턴가 '소멸'이란 무시무시한 말들이 떠돌고,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모를 '비용' 때문에 정부도 젊은 세대도 불안하기만 하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멋진 말로 '복지국가'의 문을 열었던 영국도 더 이상 무덤까지의 삶을 책임지지 못한다. 영국의 60살 이상 노인 3명 가운데 1명은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누군가를 만나 말을 하지 않는다.
'노인들을 위한' 에어비앤비, 늙는 건 슬프지 않다
[사회혁신 길찾기③] 아일랜드 프리버드 클럽, 네덜란드 오포, 영국 서클
보다 못한 영국 정부는 올해 1월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이른바 '베버리지 보고서'로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그렸던 베버리지(W. Beveridge)도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바야흐로 국가가 모든 것을 해주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낯선 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가 있다면
낯선 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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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버드 클럽의 회원들 | |
ⓒ freebirdclub.com |
국가의 빈자리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메우려는 노력들이 있다. 아일랜드에서 시작한 '프리버드 클럽(The Freebird Club)'은 노인을 위한 여행자 클럽이다. '에어비앤비(Airbnb)'처럼 숙박 공간을 가진 호스트와 그곳에 머물고자 하는 게스트를 연결하는 P2P(Peer to Peer) 서비스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함께 밥을 먹고 지역을 돌며 인연을 쌓는다. 이른바 '사회적 여행(Social Travel)'이다.
회사를 세운 피터 망간(Peter Mangan)은 팔순을 내다보는 자신의 아버지가 에어비앤비로 집을 찾아온 낯선 게스트와 너무도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나이를 먹을수록 함께 여행을 떠날 친구와 가족이 줄고, 몸이 불편해 낯선 곳으로 떠나길 꺼리게 된다는 것에도 생각이 미쳤다. 비슷한 처지이면서 여행지가 낯설지 않은 누군가가 맞아준다면 용기를 내기가 조금은 쉬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노인이 더 많은 힘을 갖고, 마음껏 움직이며 활기차게 지낼 기회를 주고 싶었다."
노인들은 젊은 세대보다 방을 내어줄 여유도 많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 호스트는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이름에 '클럽'을 붙일 만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게스트든 호스트든 클럽 회원이 되려면 가입비로 25유로(약 3만 2,000원)를 내야하고 승인도 받아야 한다. 가입비를 먼저 받는 것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승인이 거절 되면 가입비는 돌려준다. 호스트가 되는 건 더 까다롭다. 직원 면접을 거쳐야 하는데, 직원도 절반 이상이 노인이다. 호스트가 되면 게스트와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낼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우리의 첫 게스트가 독일에서 왔을 때 그들을 데리고 마을 곳곳을 함께 둘러봤다. 우리는 대단한 경험을 했고, 그들은 떠날 때 게스트북에 '우리는 타인으로 와서 친구가 되어 떠난다'는 글을 남겼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일랜드 롱포드(Longford)에 사는 호스트 덜브라(Dervla)와 브라이언(Brian) 부부의 말이다. 앞으로는 여행을 떠나려 친구를 사귀기보다 친구를 사귀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프리버드 클럽'은 2015년 '유럽 사회 혁신 대회(European Social Innovation Competition)' 최종 3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에 선정돼 5만 유로의 상금을 받았다. 2016년에는 'Aging 2.0 Global Startup Search in London'도 수상했다. 그밖에도 크고 작은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며 초기 창업 비용을 모았다.
2017년 4월에 문을 연 뒤 1년도 안 돼 약 20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앞으로는 마음 맞는 여행 동반자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더하고, 유럽 여러 나라를 더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할인된 인터레일(interrail) 표도 제공할 계획이다. 공유 경제를 넘어 이른바 '돌봄 경제(caring economy)'의 개척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의 중심에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이익 못지않게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도 중요하다."
출처 :오마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