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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풍정水風井

능엄주 2017. 12. 13. 18:52
이시헌의 주역과 장자 읽기
수풍정水風井
메마름을 해갈시켜줄 찬 샘물을 예비하라
기사입력: 2015/01/26 [15:1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이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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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이란 물이 아래로 흘러 내려 정자(井字) 형태의 침목(枕木)위로 물이 차올라 이 물을 길어 마시는 것이다. 우물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여러 사람을 먹이는 항구한 덕이 있다. 아무리 퍼가도 줄지도 늘지도 않고 변함이 없다.
 
사람이 모여 사는 도읍은 고칠 수도 옮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물은 고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물이 나오는 원천 자체를 고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나라의 정치에 비유하면 사회체제나 인력체계는 탁한 우물을 뜯어 고치듯이 얼마든지 들어내어 고칠 수 있다. 그러나 백성이 살아가는 근원인 정치 원칙 즉 선정(善政)은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井 改邑 不改井].
 
우물은 아무리 길어 마셔도 없어지지 않고 줄지 않으며 안마시고 놔두어도 넘쳐흐르지 않는다[无喪无得]. 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는 부모님의 은혜에 비유될 것이다.
 
가는 이도 떠 마시며 가고, 오는 이도 떠 마시러 오는 곳이 바로 우물이다[往來井井].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야 하는 곳이다. 샘터는 동네 아낙네들이 물 길으러 나와서 잠깐씩 쉬면서 수다 떨고 스트레스 풀고 가는 모임터였고, 당시의 여론의 집합소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물물을 퍼 올리려면 두레박줄이 길어 밑바닥에 닿아야 하는데, 줄이 우물물에 닿을락 말락 하다가 닿지 못하고 두레박마저 깨뜨려 흉한 일이 생긴다. 두레박줄이 닿을락 말락해서 물을 푸지 못한다는 것은 애쓴 공이 없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노고를 했어도 공을 세워야지 공이 없으면 내 세울 것이 없다. 두레박마저 깨뜨린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흉한 것이다[汔至亦未繘井 羸其甁是以凶也].
 
정(井)은 길어도 길어도 땅에서 계속 솟아올라 고이기[井 養而不窮也] 때문에 궁하지 않다. 학문을 깊이 쌓은 학자도 퍼내어 남을 가르쳐도 지혜의 샘이 계속 솟아 나온다. 그래서 마을을 건설할 때는 백성들의 목마름을 해갈해줄 우물을 먼저 파야하고 세상에 뜻을 펼치고자 하는 학자는 마땅히 메마른 정신을 해갈시켜줄 정신적 찬 샘물을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두레박으로 퍼 담아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샘물을.
❋改고칠 개, 喪잃을 상, 汔거의 흘, 繘두레박줄 율, 羸깰 리, 甁병 병
 
처음 얻은 음효 “진흙으로 막힌 우물이다”
 
음이 맨 밑에 있어 진흙이 차 먹을 수 없는 우물이다. 흙탕물을 사람만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새도 먹지 않는다[井泥不食 舊井 无禽]. 새도 찍어 먹지 않을 정도라면 한 때는 사람들에게 찬 샘물을 마시게 했던 우물이 관리 소홀로 폐정(廢井)이 되고 말았다. 아주 묵은 우물의 형상이다. 사람도 자기 관리가 안 되어 게으르고 무능한 데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주위에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泥진흙 니, 禽새 금, 舊옛 구
 
둘째 양효 “우물이 샌다. 붕어만 논다”
 
이 효는 위의 중심 효와 음양배합이 안 되어, 물이 골짜기로 다 새나가 버려서 못 먹는 우물이다. 고인 물속에서 붕어들이 물장난을 칠 정도밖에 안 된다. 그것은 물을 담은 독이 깨져버려 물이 다 새버린 것과 마찬가지이다[井谷 射鮒 甕敝漏]. 신하인 이 효가 인군과 정치적인 동지가 되어 힘을 합해야 하는데, 손발이 맞지 않아 따로 따로 엇박자가 된다. 민생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이 효의 우물도 못 먹는 우물이다.
❋射쏠 석, 鮒붕어 부, 甕독 옹, 敝깨질 폐, 漏샐 루
 
셋째 양효 “마실 수 있는 물이 되어간다”
 
우물은 치워내어 깨끗해졌다. 먹어도 되는데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그래서 내 마음이 슬프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이 효는 공부도 할 만큼 해서 이제는 중심 효인 인군을 도와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데, 인군이 아둔하여 몰라주기 때문에 마실 수 있는 샘물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인군이 밝으면 이 효를 등용하여 서로 뜻을 합하여 정치를 잘 할 터인데, 이 효의 능력을 몰라주어 몹시 슬프다는 것이다[井渫不食 爲我心惻 可用汲 王明 幷受其福]. 마실 수 있는 물을 사람들이 내려다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간다면 슬픈 일이다. 인군이 밝아져서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渫깨끗이할 설, 惻슬퍼할 측, 汲물길을 급, 幷아우를 병
 
넷째 음효 “우물이 맑아지고 미래가 보인다”
 
우물 입구에 벽돌을 쌓아 수선했다[井甃无咎 修井也]. 우물물에 흙탕물이 일지 않았으므로 아무 탈 없이 물을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물을 줄 수는 없다. 미래를 준비할 뿐이다. 우물에 벽돌을 쌓았기 때문에 앞으로 물이 깨끗하게 유지된다.
사람도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시기가 있다. 이 기간 동안 남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없지만, 자기를 개혁하려는 작업은 가치 있는 것이다. 내면의 성장을 통해 자기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甃벽돌 추, 修수선할 수
 
중심 양효 “생명수 같은 찬 샘물”
 
깨끗하고 시원한 찬 샘물은 뭇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우물이다[井冽寒泉食]. 낡은 우물을 쳐 내어 잠시 흐려졌다가 다시 맑아졌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맑고 시원한 물을 마음놓고 마실 수 있다. 목마른 사람에게 시원한 샘물 한 그릇은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다. 이 물을 마시기 위하여 진흙 물[井泥], 새는 물[井谷], 쳐 낸 물[井渫]의 과정을 다 겪어 내고 우물 수선에 땀흘린 것이다. 이제 앞길이 시원히 뚫리게 된다.
❋冽차가울 렬, 寒찰 한, 泉샘 천
 
위 음효 “모두모두 마시도록 우물 뚜껑을 덮지 말라”
 
우물은 여럿이 물을 길어 먹는 공동생활의 기본이 되는 장소이다. 우물은 길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니, 위 효에 자리 잡은 것은 우물의 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효는 샘물을 퍼 먹는 형상이니 참 좋은 효이다[元吉在上 大成也]. 많은 사람들이 물을 길어 먹을 수 있도록 뚜껑을 덮지 말라고 했다[井收勿幕 有孚 元吉]. 뚜껑을 덮지 않는 것은 우물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믿음을 준다. 우물은 여럿이 물을 길어 먹는 공동의 기구이다. 그 이익은 무궁하니 우물이 베푸는 것은 넓고 크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긷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먹지 못하도록 우물을 뚜껑으로 덮어 자기네만 먹으려 한다거나, 봉이 김선달처럼 돈을 받고 물을 팔아먹는 행위는 이기적인 짓으로 좋지 못한 짓이다. 목마른 자에게 물과 먹을 것을 주어 생활을 안정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일이 정(井)이 지닌 참 뜻이고 정괘의 결론이다.
❋收거둘 수, 幕덮을 막, 孚믿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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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효는 물을 먹을 수 없도록 우물에 진흙이 차고, 새들도 찾지 않는 오래된 우물이고, 둘째 효는 우물 바닥의 옴팍 패인 곳에 물이 괴어 있을 정도로 물이 줄어들었고, 셋째 효는 우물을 쳐 내어 물이 흐려져 아직은 못 먹으나 앞으로 먹을 수 있다. 넷째 효는 우물 입구에 벽돌담을 쌓아 완전하게 고쳤고, 중심 효는 흙탕물이 가라앉고 시원하고 찬 샘물을 마신다. 위 효는 누구나 다 마실 수 있도록 우물 뚜껑을 덮어 놓지 말라고 했다.

출처 : 매일종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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