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차례 문제.
▷ 사물의 이치는 움직임이 있으면 그침도 있다. 따라서 震卦 다음이 멈춘다는 艮이다.
▷ 즉 모든 사물의 이치는 끝까지 움직이지만은 않는다. 움직이다 보면 그칠 때도 있으므로 震卦의 다음은 그친다는 艮이다.
●괘명의 풀이
▷ 사람의 눈을 강조한 모양을 형상화했으니 본디 눈을 뜻했을 것으로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을 뜻하는 글자가 眼자로 쓰이면서, 간은 어긋나다, 머무르다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또 그 소리를 빌려 방향, 시간을 뜻하는 艮으로 쓰인다.
▷머무른다. 제한한다. 정지한다. 쉽지 않아 어려운 간이다.
방위를 나타내는 동북방을 뜻하는 艮이기도 하며, 오전 2시부터 4시까지 시간을 대신하기도 하는 글자가 바로 艮이다. 역에서는 정지하여 나아가지 않는 괘상이다.
●괘의 형상
▷ 艮의 뜻은 그침이다. 후중하게 그쳐 있는 산의 형상이다.
▷ 乾과 坤이 서로 사귀어 건괘의 3효가 곤괘의 삼효 자리를 얻어 하나의 양이 2음의 위에 자리잡았다.
▷ 양은 움직여 위로 오르는 속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미 맨 위로 올랐으면 더 나아갈 곳이 없어 그친다. 반면 아래의 음은 고요하다. 이처럼 위에서 그치고 아래에서 고요하므로 괘명이 거듭 그친다는 重山艮이다.
▷ 쌓아 그친다는 畜止는 힘으로 그치나 중산간의 艮止는 편안하게 그 마땅한 자리에 그친다.(정자의 전)
▷ 문왕의 후천 8괘로 보면 동쪽인 진에서 태극의 기운이 드러나기 시작하여 동북방인 간에서 그친다. 그러므로 설괘전에서도 간은 만물의 마쳐서 다시 시작되는 곳이라고 하였다.(成言乎艮 설괘전 5장)
▷ 후천의 간은 선천의 진에 해당하므로 선후천의 8괘도를 참고하더라도 중산간의 간에는 시작과 끝의 의미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괘상의 덕에 대하여
▷ 아래로부터 자라나는 음에 쫓겨 밀려난 양이 맨 위의 자리에 우뚝 그쳐 있다. 이는 만물을 선하게 하고 형통하게 하며 이롭고 바르게 하는 양의 덕으로 산처럼 후중하게 그쳐 있는 괘상이다.
▷ 아래도 산, 위도 산으로 그쳐 있는 중산간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쳐 있어야 할 바에 반드시 그쳐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뜻이 있다.
▷ 위 아래의 호응 관계 측면에서 살피더라도 초효로부터 상효까지 여섯 효 모두가 호응함이 없이 고요하다. 이는 산으로 후중하게 그쳐 있듯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무심하여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등처럼 사사로운 정이 없는 괘상의 형태다. 반면 산으로 거듭 후중하게 그쳐 있어 사사로움이 없다면 이는 지극히 선한 하늘의 이치에 그쳐 있을 수 밖에 없는 止於至善의 경지가 된다. 왜냐하면 위에서 艮으로 거듭 그쳐 있는 효가 다름 아닌 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