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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세상

능엄주 2022. 9. 14. 17:32

가짜 세상에 내가 살고 있나? 내가 가짜인가? 생각이 분분하다.

물건도, 사람도, 되어가는 세상사도, 모두 진짜가 아닌듯, 가짜인듯, 혼란스럽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무슨 돌림병인가. 기후가 요변스러우니 사람의 성정도 닮아가나. 

 

되도록이면 가짜나라에 가장 늦게 진입하는 게 사람이면  좋을까. 물건이면? 혹 세상일이면? 이건 우문일 것 같지 않은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끼리끼리 한통속으로 빠져버렸다. 그걸 이제와서 논할 수는 없다. 한숨을 쉬어도, 땅을 치고 통곡을 해도, 명칭만 그럴듯한 부서에 의문을 제기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가짜! 그 가짜가 횡행하는 세태에서 가짜 무리가 시시각각 가짜를 연출한다. 

 

어느덧 두 달이다. 나는 그 가짜에 속았던가. 나도 가짜와 동질이기에 가짜의  감언에 홀렸던가. 부러진 상처에 기브스 대신  한 개의 막대 같은 걸 대고 물리치료만 계속받았다. 그 박사님은 가짜의 대명사인가. 어쩌자고 처방 약은 그토록 무섭게 어지러웠던가. 한 개 먹고 무서워서 더는 먹지 못했다.  1회 X-RAY 결과는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다 했다. 처음 얼마동안은 아들이 데려다 주어 치료를 받았다. 걸어도 좋다, 멀리 여행도 갈 수 있다는 말씀에 고무되었다.  두달 가까이 치료를 받으면서 그 믿음으로 뼈 아픈 일상을 견뎌냈다.

 

올 가을에는 중요한 볼일이 있다. 타 지역으로 멀리 출타해야 한다, 내 임무의 완수차원이다. 그 약속을 지켜야했다. 통증에 전혀 차도가 없으므로, 멀리 차를 갈아타면서 다른 정형외과에 갔다.  이상했다 . 조그만 상처가 이렇게 오래 차도는 없고, 계속 아픈건 무슨 이유일까. 의학 지식에 깜깜이라해도 방심하거나 미루기만 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다!  틀렸다. 비로소 가짜 나라에  퐁당 빠진 것, 그 사실을 확인했다.  

 

 -  기브스를 안했다고요?

의사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했다.

상처부위를 앞,뒤,옆, 손가락으로 환부가 잘 찍히도록 누르면서  X-RAY  3번 하고 이어서  기브스를 했다.

 - 잘못하면 뼈가 영 안 붙을 수도 있어요.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통증이 기브스 하기 전보다 더욱 심하고, 한 걸음이 위태롭다. 전신이 비틀렸다. 집에 돌아오자 그대로 엎으러진다. 아야! 소리도 안 나오게 허리까지 난리였다. 가짜 세상을 살고 있는 내가 잘못인가. 애초에 나도 가짜였던가. 새삼스럽게 진짜로 돌아가는 길이 묘연해서인가.  2022년 9월, 이날까지 헛고생한 내가 분하다.

 

오늘 부터 치료는 다시 재개되었다. 가는 길이 멀어서 망설이다가 그 병원에 안 간 것은 내 실수였나.  늘 그렇듯 우회를 하는지. 내가 나에게 창피하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