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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 사람이 보인다

능엄주 2022. 8. 25. 13:30

책을 내면 사람이 보인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람을 알아본다고 했다. 함께 여행을 떠나 하룻밤을 지내보면 그 사람을 알수 있다고 한다. 또  고스톱을 해보면 그 속내를 꿰뚫어 볼 수가 있다고도 한다. 고스톱을 해본 일은 없지만  대강 다 맞는 말이라고 본다.  책을 출간하여 동서사방에 책을 보내보면 나의 사람됨, 상대편의 사람됨을 동시에 알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부족함없이 잘 살 때는 모르던 사실, 전혀 짐작도 못하던 일이 돌발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세상 인심이 얼마나 변화무상한지, 야박한지를 깨닫는다. 어려움은 때로 인생 스승이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이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대할 때 교만하거나 남을 무시하고 잘난 체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자무식으로 새끼줄밖에 꼴 줄 모르는 할배한테서도 배울 게 있다는 큰 스님 말씀이다. 

 

신문에서 경기도 지사님의  기사를 읽었다. 시혜가 아니고 권리인데도  몰라서 국가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분들을 애도하는 모습은 참으로 사람스러움이었다. 누구도 그런 마음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그분은 손수 장례식장을 찾아갔고, 슬픈 심정을 토로했다. 국운 시운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 36년, 따지고 보면 지도자를  잘 못 만난 탓일 것 같다는, 내 생각이다. 요즘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정비극, 생활고로 온가족이  동반자살하는 불행 같은 것도  가장을 잘못 만난 탓이 아니겠는가. 작가도 독자도 서로 잘 만나야 한다.

 

처음 시작은 강원도 원주시 박경리 토지문화관에서,  나중은 남해 노도 섬에 머물며  무려 3년 여에 걸쳐서. 장편 소설 [남해의 고독한 성자聖者]를 집필, 출간했다. 책 쓰기도 힘들고, 책을 출간하고, 각 사람들에게 책을 보내는 건 더더욱 힘에 부친다. 사인하는 것부터 주소, 이름. 전화번호와 우편번호를 쓰는 일도 긴장과 주의를 요한다. 다음은 봉투에 책을 넣고 풀을 바른다.  손으로 누르고 잠시동안 기다려야 붙는다. 그게  00 권 가까이 되면 목 디스크가 성낸다. 손가락에 경련이 인다. 허리가 비틀리고 여러 장애가 칼과 창을 떨쳐들고 쳐들어온다. 그러는동안 봄여름이 다 가고 바야흐로 가을로 접어들었다.    

 

봉투에 풀이 마른 것 같으면 시장 가트에 차곡차곡 담아 끌고 우체국으로 간다. 3,4정거장쯤 걸어가는 동안 나는 기도문을 외운다. 이번에는 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발가락을 접질려서다. 아들은 근 10 년 가까이 엄마 없는 두 녀석 건사하느라 눈코 뜰새가 없다. 요행히 두 애들 학원 데려다 주는 길에 우리집에 퍼뜩, 들려서 책을 싣고 갔다. 아들에게 미안하다. 그 작업이 하루로 뚝딱! 끝이 난 게 아니었다.

 

책을 내면 절대로 발송 이거 하지 말아야지, 돈들고 품들고 시간 많이 소요된다. 돈, 수고, 시간보다 보람이 더 클때가 있다. 사람 눈에 사람 보인다고 하던가. 멀리 혹은 가까운 데서 감동할 일, 기뻐 손뼉 칠 일, 감사함으로 눈물날  일이 생겨 그간의 노고를 달래준다. 

 

일찍이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조건  풀어라.  오직 베푸는 마음으로 책을 나누라고.  그게 무슨 말씀인지 나는 알지 못했으나 그 뜻을 순순이 따랐다. 내가 베풀 것이 글(책) 말고 무엇이 있는가. 그렇게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는다. 배우고 얻는 것의 가치는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내일은 근사한 초대가 예약되어 있다. [남해의 고독한 성자聖者] 덕분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덜컹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대운大運이 올 때는  '주변의 인맥, 친구 지인이 바뀐다'고 했다. 드디어 그 시기가 도래하는가 싶다. 나쁜 일도 동반한다고 했다. 얼마나 더 나빠 지는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나 자신을 믿는다. 언제  어디서나 나는 나이니까. 내 아버지의 둘째 딸이니까. 그렇게 내 마음을 조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