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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황홀해서

능엄주 2022. 8. 20. 20:00

너무나 황홀해서

 

내 안목, 관점으로 보건대 노벨문학상에 버금가는 굉장한 작품,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저명 작가를 만난 것 같다. 그 작가와 그 작품을 만나던, 그날 그 시간은 나에게 지천태의 평화였다. 드물게 지천태를 만나  느긋한 기분이었다.  xx 寺 신도회장님은 교량역할이랄까. 전에 그분을 따라가면 글감이 가을 산에 알밤 벌어지듯 툭툭 터지는 것 같았다.  지리산 골짜기 수월선방에 들앉고 싶을 만큼  쾌적하고 편안했다. 두 분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로 만나자마자 이야기꽃을  피운다.

 

식사를 주문해놓고 두  분에게 가져온 책을 드렸다. 나는 그 작가의 책을 받았다. 나와 그 작가의 소개는 신도회장님이 앞장 섰다. 모두 극찬이었다. 나는 민망했다. 그 작가는 30 초반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드날렸다. 현재도 그분의 작가적 행로는 독야청청이다. 어떤 단체 조직 모임 같은 것 일체 하지 않고 오로지 정진, 집필로만 지낸다고 했다.

식사 마치고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엘리베이터를 마다하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데 발 아픈 내색을 하지 않고 따라가노라 진땀이 흘렀다. 

 

집에 돌아오자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첫 페이지부터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가슴이 떨리면서 황홀지경으로 휘몰아갔다. 과연!  나는 환호하고 감동했다. 문장의 아름다움, 정교함, 세밀하여 어느 한 구절 허술? 한 데가 없다. 잘 쓴 책, 부처님 경전을 주인공들의 전생,  전전생을 펼쳐 보여주면서 소설로 푼, 그 작가만의 문체요 개성이고 형상화 기법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여러 사찰을 전전하며 섭렵한 법문을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대체 이 분은 전생의 누구였을까. 부처님 수제자 수보리존자? 

 

전체 472페이지에  44개의 단락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가독성, 소설 읽는 재미가 콜콜났다. 이 책이야 말로 우리나라 만해문학상 감이다! 아니 노벨 문학상도 가능해! 나는 매 페이지마다 경탄하고 찬양했다. 한 번 더 읽고 싶은 대목은 접어놓거나 빨간 연필로 표시를 해놓았다. 장엄하고 웅대한 작품, 무서운 작가다. 사람이되 평범하지 않고 작가로서만 바라보기도 어려운,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천재,  천인, 혹 책속의 빙기사가 아닌가 싶다. 

 

두어 번 서울 가느라 읽기를 중단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 더 좌정하면 정독, 독파가 가능하다. 18일 밤 읽기를 끝냈다. 읽는 내내 긴장하고 흥분했지만 뿌듯함이 가득 밀려왔다. 나에게 L 작가는  [남해의 고독한 성자聖者]를 쓰고  도의 경지에 올랐을 거라고 했다.  ㅎ ㅎ 도의 경지라고?  이 책이야 말로 다 읽고 나면 누구라도  신묘한 불법의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불법의 경지가 수승한 선각자를 만난 듯, 책을 읽는 동안 내 영혼은 황홀경에 빠져 하늘을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