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
아픈 날
가기 싫다, 당연히.
애들도, 어른도 치과가는 거 진짜 무섭다. 안 갈수만 있으면 안 가고 싶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겪은 병원이 어디 치과뿐이랴. 내과도 소화기내과 순환기 내과, 안과 , 신경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인체 전부를 아우르는 한방병원 등등, 수도 없이 다녔다.
치과 다니기는 저승사자와 동행하듯 끔찍한 곳이다. 다들 잘 참아내는데 무슨 소리 하고 있느냐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어지간해야 하루 벗을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친구 소개로 모처럼 믿을만한 치과 병원. 닥터를 잘 만나서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안도安堵는 잠시였다. 하필 어렵사리 두 책을 만드는 기간에, 치아 두 개가 덜컥 부러지는가. 이때다 하고 치아가 읍소泣訴를 했다. 고처달라고. 아프다고.
그래서 가긴 갔다. 미루다보면 옆에 이도 고장이 난다는 거다. 더 돈 들고, 더 고생한다는 성화에 용기를 내 치료를 시작했다. 가면 갈수록 꽤가 났다. 꽤가 아니라 겁怯이었다. 그중에 오늘의 치과는 완전 고문 수준이었다. 마취를 해서 병원에서는 그럭저럭 견뎌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걸어나오는데, 웬걸! 정신이 아득, 어질어질했다.
오늘 아픈 날. 아프니까 얼굴이 찌그러지고, 몸과 마음이 위축된다. 세상의 모든 가치가 뒤죽박죽 헝크러지는 것 같다. 그야 말로 '뭣이 중한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취에서 깨어난 치아가 아픔을 호소한다. '무지 아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이렇게.
진즉에 치아 관련 고초를 겪은 선배님들 조언도 직접 당해보고서야 실감이 났다. 잇몸 수술? 뼈 이식? 문득 95년 추석날, 삼성의료원 6층 병상에서 하늘구름이나 바라보던 척추 수술 그때가 생각난다. 아픈 날, 찌는 여름에 칡넝쿨 뻗어나가듯 서러운 상념들이 무성하다. 칡넝쿨을 걷어내야 한다.
고통의 시간이여! 사, 유, 축, 삼재팔난三災八亂이여! 나를 그만 놓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