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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나 찌고 있다니

능엄주 2020. 6. 17. 23:54

오늘 모처럼 큰 쇼핑타운에 갔다.

7월에 어쩌면 중요한 나들이를 해야할 것 같고, 기왕이면 좀 밝고 환한 옷차림이 필요했다. 글을 쓴다고 두문불출, 글을 쓰지 않더라도 코로나 19 위험때문에 집콕 방콕이 길어지는 동안, 숫제 외출이 번거롭고 귀찮게 여겨졌다. 근근 가까운 데 가서 그때 그때 필요한 물품만 겨우 조달하며  6개월 이상을 견뎌왔다.  

 

들어앉아 있어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2020년 6월이 중순을 지나는 중에, 이대로 멍청하게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들었다. 오후에 교정지 발송하러 우체국에 갔다. 우체국도 6개월 만에 처음 간 것 같다. 그만큼 몸을 움직이지  않고 지낸 셈이 아닌가.

 

미용실도 석달만이었다.

"아휴! 아무렇지도 않아요! 괜히 겁을 먹으니까 그렇지 젊은 사람들은 다 움직이고 있어요.  인명은 재천이라는데 죽을 사람은 코로나19  안 걸려도 죽어요. 코로나 너무 겁내지 마시고 미장원에 자주 나오시고 활동을 하세요!"

미용실 원장이 나의 긴 머리를 컷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했다.

 

그건 건강한 사람들 이야기지, 나처럼 걸핏하면 병원에 입원하고, 넘어지고 다치는 사람은 이런 시기에 어떻게 다녀요? 못 다닌다고요. 밥벌어 먹으려면 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지금 그런 때가 아니잖아요.  당국에서 조심하라면 조심해야 된다고요.  한 참 설왕설래 하는 사이 내 긴 머리가 상큼하게 정리되었다.  머리를 예쁘게 손질하고보니 내가 코로나에 너무 겁을 먹었나 싶을만큼  기분이 수수했다.

 

요즘 무더위가 닥쳐서 하루 하루 무엇을 입어야할지 아득하다.  코로나19로 겨울옷도 꺼내놓기만 하고 변변히 입지 못했고, 봄옷도 꽃샘추위가 오래 계속되어 거의 입지 않았다. 그런데 더위는 추위보다 견디기 어려웠다. 모처럼 중요한 볼일도 있어 시원한 옷, 간편한 옷이 필요했다. 작년옷은 거의 몸에 맞지 않았다.

 

6개월의 집콕이 체중을 많이 증가시킨 것이다. 무엇을 입어도 단추가 제대로 꿰어지지 않는다. 무료해서, 쓸쓸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헤맬때, 주전부리를 심하게 한 탓이었다. 허리 사이즈가 대폭 증가했다는 것은 옷 사기를 포기하거나 중요한 볼일을 미루거나 할 노릇이었다. 매장을 누비는 내 몰골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 많고 많은 옷, 색감 디자인 브랜드가 다 무슨 소용인가. 옷을 사겠다고 나선 내가 꼴불견이었다. 의류 매장의 큰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망치듯 그곳을 나왔다.

 

옷? 꿈도 꾸지마라였다. 뚱뚱보는 어딜 가나 환영받기 힘들다. 환영은 고사하고 홀대받는다. 우선 동작도 느리고, 외양으로 낙제다.  탄수화물? 단백질? 성장호르몬 농약으로 자란 과일? 아무리 몸밖의 이유를 둘러대도 변명이 바르지 못하다. 화려한 쇼윈도를 흘끔거리지나 말든지,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에다 핑계를 대지말자. 숫제 입을 다물어야 한다. 살이나 찌고 있다니~ 나는 나에게 불쾌했다. 시대에 뒤쳐진 것 같은 내 모양이 처량하기 때문이었다.